국제

베네수엘라 7.5 연쇄 강진... 한국대사관저 '엉망'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에서 발생한 연쇄 강진의 위력이 과거 미증유의 재난이었던 동일본 대지진을 경험한 이들조차 압도할 만큼 강력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지시간 24일 오후, 독립 기념 공휴일을 맞이해 평온하던 도시는 불과 39초 간격으로 발생한 규모 7.2와 7.5의 강력한 진동에 휩싸였다. 이번 지진은 진앙이 카라카스에서 불과 160km 남짓한 거리에서 발생한 탓에, 도심 전체가 좌우로 격렬하게 요동치며 시민들을 극심한 공포로 몰아넣었다.

 

주베네수엘라 한국대사관의 이한상 대사대리는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생생하게 전했다. 과거 동일본 대지진 당시 도쿄에서 근무했던 그는 이번 카라카스 지진의 체감 진동이 그때보다 훨씬 강력했다고 회고했다. 규모 면에서는 동일본 대지진이 압도적이었으나, 진앙과의 물리적 거리가 절반 수준으로 가까웠던 점이 체감 공포를 키운 원인으로 분석된다. 또한 내진 설계가 철저한 일본의 건물들과 달리 베네수엘라의 구조물들이 진동에 취약했던 점도 심리적·물리적 타격을 키운 요인이었다.

 


실제 한국대사관저와 사무실이 입주한 건물은 이번 지진으로 인해 상당한 물리적 피해를 입었다. 관저의 벽돌 담장이 무너져 내리고 대문의 수직 기둥에 거대한 균열이 생기는 등 처참한 모습이 목격되었다. 북부 알타미라 지역 인근에 위치한 대사관 사무실 역시 복도 천장이 내려앉고 유리창이 산산조각 나는 등 아수라장이 되었다. 다행히 공휴일 저녁 시간대에 지진이 발생해 인명 피해는 면했지만, 평일 근무 시간이었다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현재 카라카스 현지는 지진의 여파로 통신 인프라가 파괴되어 인터넷 연결이 불안정하고 외부와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사관 측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교민들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행히 한인 교민들이 주로 거주하는 바루타 지역은 지반이 상대적으로 견고한 덕분에 큰 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대사관저와 사무실의 파손 정도에 비하면 교민 사회의 피해가 미미하다는 점은 불행 중 다행인 대목이다.

 


현지 교민들은 예상치 못한 대규모 자연재해 앞에서도 비교적 차분한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불안정한 정치 상황과 과거 여러 차례 겪었던 국가적 위기 상황들이 역설적으로 교민들에게 강한 내성을 심어준 것으로 보인다. 큰 진동에 놀란 기색은 역력하지만, 각자 거주지의 안전을 점검하고 서로의 안부를 챙기며 담담하게 복구 작업을 준비하는 분위기다. 대사관 역시 교민 사회와 긴밀히 소통하며 추가적인 여진 발생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당국은 지진 피해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구조 및 복구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계속되는 여진과 노후화된 사회 기반 시설 탓에 완전한 복구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정부는 재외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여 현지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필요한 경우 추가적인 지원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번 지진은 환태평양 조산대에서 벗어난 지역이라 할지라도 대규모 지진의 위험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음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장윤기 사건 은폐 의혹, 국수본 압수수색

 광주 여고생 살해 사건의 피의자 장윤기에 대한 경찰의 초동 수사 은폐 의혹이 경찰 지휘부의 조직적 개입설로 번지며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사건 당시 수사 지휘 라인에 있던 핵심 간부가 국가수사본부의 지침이 있었다고 폭로하면서, 검찰과 경찰 특별수사단이 국수본을 상대로 전격적인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이는 단순한 현장 수사팀의 판단 착오를 넘어 경찰 수뇌부가 사건 축소에 직접 관여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어서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경찰 조직 전체에 미칠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사건의 발단은 당시 광주 광산경찰서 형사과장이었던 박 모 경정의 영장실질심사 발언이었다. 박 경정 측은 법정에서 성범죄 목적 살인 혐의를 규명하기 위해 사건 병합을 세 차례나 요청했으나, 국수본과 광주경찰청의 지침에 따라 거부당했다고 주장했다. 즉, 현장 수사팀은 강간 살인 혐의를 입증하려 했으나 상급 기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이를 가로막았다는 취지다. 이러한 주장은 그간 경찰이 주장해 온 '증거 부족에 따른 일반 살인 적용'이라는 해명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어서 논란이 거세다.검찰과 경찰 특별수사단은 박 경정의 폭로 직후인 2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 등을 동시에 압수수색하며 관련 자료 확보에 나섰다. 광주지검은 경찰 내부에서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거나 증거가 인멸된 정황을 포착하고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동시에 경찰 특별수사단도 당시 보고 체계와 지휘 라인에서 오간 문서들을 확보해 실제 부당한 지시가 내려졌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경찰 특별수사단은 박 경정의 주장과 달리, 그가 일반 살인 혐의로 사건을 송치하는 과정에서 직권을 남용해 수사팀에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들의 진술과 확보된 정황 증거들은 박 경정이 수사 방향을 임의로 조정한 정황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이 특수단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특수단은 박 경정에게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이 과정에서 윗선의 묵인이나 방조가 있었는지도 함께 조사 중이다.이번 사태는 경찰의 수사 종결권과 보완 수사권 폐지 등 수사 구조 개혁 논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경찰 수사의 독립성을 상징하는 국수본이 오히려 사건 은폐의 진원지로 지목되면서, 경찰 수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국수본의 실제 지휘 문건이나 보고 내용이 확인될 경우, 사건의 성격이 '초동 부실'에서 '조직적 수사 개입'으로 완전히 전환될 것으로 보고 있다.현재 수사는 광산경찰서를 넘어 광주경찰청과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까지 전방위로 확대된 상태다. 검찰과 경찰이 동일한 사안을 두고 경쟁적으로 강제 수사를 벌이는 이례적인 상황 속에서, 장윤기 사건의 진실을 덮으려 했던 배후가 누구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사 기관들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당시 지휘 라인에 있던 고위 간부들을 차례로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며, 경찰 수뇌부에 대한 직접적인 조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