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서울국제도서전 개막, "AI 시대 인간을 묻다"

 국내 최대 규모의 책 잔치인 '2026 서울국제도서전'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화려한 막을 올리며 닷새간의 여정에 돌입했다. 올해 도서전의 핵심 화두는 '인간선언: 질문하는 인간'으로, 고도화된 인공지능 기술이 인간의 창작 영역까지 위협하는 현실에서 인간만이 가진 사유와 상상력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데 집중했다. 개막 첫날부터 전시장 입구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관람객들이 긴 줄을 늘어섰으며, 기술의 발전 속에서 인간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젊은 독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행사장 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개막식에는 이재명 대통령 부인 김혜경 여사가 참석해 주빈국인 프랑스 대표단을 환영하며 축사를 전했다. 김 여사는 한-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맞이한 뜻깊은 해에 프랑스가 주빈국으로 함께한 것에 감사를 표하며, 불안한 기술 시대일수록 한 권의 책이 지닌 변화의 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필립 베르투 주한 프랑스 대사는 한강 작가 등 한국 문학의 세계적 위상을 높이 평가하며, 이번 도서전을 통해 양국 간의 깊이 있는 문화적 교류와 토론이 풍성하게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전시장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킨 것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깜짝 방문이었다. 문 전 대통령은 자신이 운영하는 평산책방 부스를 찾아 관계자들을 격려했으며, 이 과정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의 만남도 성사됐다. 정 전 대표는 역대 대통령들의 저서를 구매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문 전 대통령과 짧은 대화를 나눴고, 이 소식이 알려지자 평산책방 주변은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문 전 대통령은 주빈국 프랑스관을 비롯해 국내외 주요 출판사 부스를 꼼꼼히 둘러보며 출판계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올해 도서전은 18개국 530여 개 출판사가 참여해 AI 시대의 인간다움을 탐색하는 다채로운 전시를 선보였다. 특히 국내 주요 출판사들은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파격적인 부스 디자인과 참여형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김영사는 헬스장 컨셉의 '짐영사' 부스로 건강한 독서 습관을 제안했고, 예스24는 독서와 러닝을 결합한 캠페인을 통해 역동적인 독서 경험을 제공했다. 문학동네는 시인선 15주년을 기념해 250권의 시집에 담긴 '시인의 말'을 전시하며 전시장 한쪽을 화려한 시의 숲으로 꾸몄다.

 


정부 차원의 지원도 이번 도서전의 내실을 다지는 데 한몫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130여 개 출판사가 독자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비용을 지원하며 활기찬 북마켓 형성을 도왔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이번 행사가 출판 생태계의 모든 구성원과 독자가 소통하는 진정한 축제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현장을 찾은 독자들은 AI가 글과 그림을 대신 그려주는 시대에 오히려 인간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었다며, 국가별 문화적 다양성을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도서전은 28일까지 강연, 사인회, 북마켓 등 풍성한 프로그램을 이어가며 독자들을 맞이한다.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시장을 넘어,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사유 능력을 확인하고 새로운 미래를 질문하는 거대한 담론의 장이 될 전망이다. 전 세계 출판인들과 작가들이 모여 AI 시대의 문학적 생존 전략을 논의하는 이번 행사는, 종이책이 가진 영원한 생명력과 질문하는 인간의 가치를 다시 한번 증명하는 자리가 되고 있다.

 

충암고 이어 배재고까지…고교야구 '혐오' 몸살

 고교야구 대회 도중 광주 지역과 역사적 사건을 조롱하는 부적절한 응원 구호를 외쳐 논란을 일으킨 서울 배재고등학교 야구부원들이 교육 당국의 본격적인 조사를 받게 됐다. 서울시교육청은 30일 이번 사태에 대한 엄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담당 장학사를 배재고에 파견해 사건의 전말을 파악하기로 했다. 교육청은 현장에서 지도교사의 제지가 있었는지와 학생 선수들에 대한 평소 교육 과정을 면밀히 점검할 예정이며, 상처를 입은 광주일고 선수단과 광주 시민들을 향해 공식적으로 고개를 숙였다.이번 파문은 전날 목동구장에서 열린 청룡기 전국 고교야구대회 경기 중 배재고 일부 선수들이 상대 팀인 광주일고 더그아웃을 향해 특정 기업의 명칭과 함께 역사적 비극을 연상시키는 구호를 외치며 시작됐다. 이들은 지난달 논란이 되었던 마케팅 문구를 인용해 "탱크 데이"라고 소리치는 등 5·18 민주화운동을 희화화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는 단순한 응원을 넘어 특정 지역에 대한 혐오와 차별의 정서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현장을 지켜보던 관중들과 야구 관계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광주일고 측은 경기 도중 즉각 심판진에 항의하며 불쾌감을 표시했고, 배재고 측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공식 사과문을 올렸다. 학교 측은 해당 학생들을 생활교육위원회에 회부해 학칙에 따라 엄벌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온라인상에서 광주일고 선수를 사칭한 가짜 사과문까지 유포되면서 2차 가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광주일고 감독은 선수 명의의 글이 본인 계정이 아닌 사칭에 의한 것이라고 확인하며 추가적인 피해 방지를 당부했다.배재고 사태가 확산되자 지난 5월 황금사자기 대회 당시 발생했던 또 다른 지역 비하 사건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서울 충암고 소속 한 선수가 광주일고 선수들에게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극단적인 표현을 사용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서울 지역 명문 고교 야구부에서 잇따라 발생한 이러한 행태는 학생 선수들의 인권 감수성과 역사 교육에 심각한 결함이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청은 서울 시내 모든 학교 운동부를 대상으로 혐오 표현 근절 교육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역시 이번 사안을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스포츠공정위원회를 긴급 소집했다. 협회는 경기 현장에서 수집된 증거와 관련자들의 진술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7월 1일 징계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스포츠 정신을 훼손하고 지역 갈등을 부추긴 학생 선수들에 대해 출전 정지 등 강력한 처벌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협회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기에는 사안의 폭발력이 크다고 보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착수했다.서울시교육청은 가해 학생들에 대한 교육적 조치와 더불어 근거 없는 신상 털기나 과도한 비난이 확산되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이번 사안이 사법적 처벌이나 사적 제재가 아닌 교육의 원칙 안에서 해결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지역 비하와 역사 왜곡이 스포츠 현장에까지 침투했다는 사실에 대한 대중의 분노는 여전히 거세다. 교육 당국과 야구 협회가 내놓을 후속 대책이 무너진 스포츠 정신과 상처 입은 지역 민심을 회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