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구글 검색으로 관세 결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핵심 정책들이 공식 통계가 아닌 인터넷 검색이나 비전문가의 조언에 의존해 결정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폭로가 나왔다. 뉴욕타임스의 백악관 담당 기자들인 매기 하버만과 조나단 스완은 23일 발간한 저서 <정권교체>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초기 14개월간의 혼란스러운 의사결정 과정을 낱낱이 공개했다. 이 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상무부가 제출한 공식 관세율 보고서를 불신하며 보좌관에게 구글 검색을 통해 '진짜 숫자'를 가져오라고 지시하는 등 국가 중대사를 주먹구구식으로 처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참모들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폭언과 조롱도 일상적이었던 것으로 묘사됐다. 상호관세 정책 발표를 앞두고 고율 관세의 위험성을 경고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에게 대통령은 "나약하다"거나 "겁쟁이"라는 욕설 섞인 비난을 퍼부었다. 전문가의 분석보다는 온라인상의 반응과 자신의 직관을 우선시하는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은 백악관 내부를 공포 분위기로 몰아넣었으며, 이는 합리적인 정책 조율이 불가능한 구조적 난맥상으로 이어졌다.

 


대통령의 과도한 자기과시와 황당한 행보를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례들도 대거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히틀러나 나폴레옹보다 강하다는 내용의 문서를 '역사학자의 분석'이라며 홍보했으나, 실제 작성자는 골프 선수의 캐디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백악관 집무실 벽난로에 직접 금장식을 붙이려고 시도하거나, 프랑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파리 개선문의 구조를 묻는 등 국정 운영보다는 개인적인 취향과 전시 행정에 집착하는 모습이 참모들의 증언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됐다.

 

백악관 내부의 보안 유지 실패와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도 책을 통해 공식화됐다. J D 밴스 부통령은 책에 인용된 대화 내용이 너무나 구체적이라는 점을 들어 백악관 내부에 도청 장치가 설치되었거나 누군가 몰래 녹음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저자들은 출처를 밝히지 않았으나, 1,000건이 넘는 인터뷰와 녹취록을 바탕으로 작성된 이 책의 신빙성은 정권 핵심부조차 당혹케 할 수준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 대통령을 두려워하면서도 동시에 정보를 유출하는 반대 세력이 공존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저자들은 이번 폭로가 단순한 가십을 넘어 공익을 위한 저널리즘의 결과물임을 강조했다. 이들은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1기 때와는 완전히 다른 사고방식으로 세상을 재편하려 하고 있으며, 국내 정치적 고려나 제도적 견제 장치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임기 후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통념에도 불구하고, 현재 백악관의 의사결정 구조가 지닌 위험성이 너무나 크기에 실시간 폭로가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현재 미국 정계는 이번 저서가 향후 국정 운영과 다가올 선거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저자들을 비난하며 반격에 나섰지만, 구체적인 증언들이 쏟아지면서 행정부의 신뢰도는 거센 도전에 직면했다. 국가의 명운이 걸린 정책들이 대통령의 즉흥적인 기분과 검증되지 않은 정보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는 폭로는 미국을 넘어 전 세계 동맹국들에게도 커다란 불확실성을 던져주고 있다.

 

명태균의 ‘예고 글’ 현실? 오세훈 벌금 1000만원에 서울시 술렁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른바 ‘명태균 여론조사 대납 의혹’ 사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과거 명태균 씨가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글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명 씨는 지난달 4일 SNS를 통해 6·3 지방선거에서 5선에 성공한 오 시장을 향해 “당선 축하드립니다”라고 적었다. 그러나 곧바로 “잔칫날 재 뿌리는 것은 아니지만 본인도 잘 알다시피 1심 유죄가 나온다”며 “경거망동하지 말고 자중자애하라”고 덧붙였다. 오 시장의 유죄 가능성을 미리 언급한 듯한 표현이 1심 선고 이후 재조명되는 분위기다.명 씨는 같은 달 18일에도 서울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 현장을 찾은 사진을 올리며 오 시장을 비판했다. 당시 그는 “올림픽공원 핸드볼 경기장에는 오세훈만 없구나?”라고 적었고, 이어 “서울 시민께 재선거는 아니더라도 재보궐 선거를 선물로 드릴 수 있을 것 같아 그나마 천만다행”이라고 주장했다. 다음 날에는 국민의힘을 향해 “오 시장 유죄 선고 이후 펼쳐질 당내 정치 투쟁을 잘 준비하라”는 글도 남겼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22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에게는 벌금 300만 원, 오 시장의 오랜 후원자로 알려진 김한정 씨에게는 벌금 500만 원이 선고됐다.재판부는 오 시장이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했고, 그 비용 일부를 김 씨가 대신 지급한 것으로 판단했다. 공소장에 적힌 여론조사 10건 가운데 5건에 대해 유죄가 인정됐으며, 재판부는 김 씨가 명 씨 측에 총 2100만 원을 대납했다고 봤다.이번 사건은 오 시장이 명 씨로부터 여러 차례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고, 그 비용을 제3자가 대신 내도록 했다는 의혹에서 출발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오 시장을 불구속 기소했고, 강 전 부시장과 김 씨도 함께 재판에 넘겼다. 특검팀은 앞서 오 시장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추징금 3300만 원을 구형했지만, 1심 재판부는 벌금형을 선고했다.재판부는 명 씨의 진술 신빙성도 일부 인정했다. 명 씨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오 시장이 선거를 앞두고 “살려달라”, “나경원을 이기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또 여론조사 대가로 아파트를 약속받았다는 취지의 진술도 했다. 재판부는 명 씨 진술이 완전히 일관되지는 않고, 다른 형사 사건 피고인이라는 점에서 유불리를 의식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다만 모든 진술을 배척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오 시장은 즉각 반발했다. 그는 선고 직후 “판결에 납득할 수 없다”며 “천하의 거짓말쟁이 명태균의 진술과 간접 증거만으로 선고됐다”고 말했다. 이어 “항소심에서 다투겠다”고 밝혔다.오 시장은 이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화 행사에 참석한 뒤에도 “명태균과 관련해 저희 쪽에 전달됐다고 주장되는 공표·비공표 여론조사는 20건이고, 그 사실은 증거와 함께 다 밝혀졌다”며 “그런데 기소는 10건만 했고, 판결은 그중 5건만 유죄라고 했다. 항소심에 가면 어떻게 될지 기대된다”고 말했다.정치자금법상 정치자금 부정 수수죄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이 확정되면 5년간 공직 취임이 제한되고, 이미 재직 중인 경우 직을 잃게 된다. 이에 따라 오 시장의 벌금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서울시장직 상실과 보궐선거 가능성이 현실화된다.특검법상 신속 재판 원칙에 따라 1심은 6개월, 2심과 상고심은 각각 3개월 안에 마무리해야 한다. 이 일정대로라면 내년 1월 말쯤 대법원 판단이 나올 수 있다. 오 시장 측이 항소 의사를 밝힌 만큼, 이번 사건의 최종 결론은 상급심 판단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