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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 없어도 강간? 정부 '비동의 강간죄' 논의 착수

 과거 연인 관계였던 이들에 의한 성폭력 범죄가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며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부상했다. 성평등가족부가 23일 발표한 '2025년 성폭력 안전실태조사'에 따르면, 전 애인에 의한 불법 촬영물 및 허위 영상물 피해 비율은 42.5%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22년 조사 당시의 13.8%와 비교했을 때 3년 만에 3배 이상 폭증한 수치다. 같은 기간 전 애인에 의한 성추행 피해 역시 5.6%에서 14.6%로 크게 늘어나면서, 친밀한 관계가 오히려 범죄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디지털 성범죄의 양상도 더욱 악랄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주변 지인을 통해 유포 사실을 인지하는 경우가 대다수였으나, 최근에는 가해자가 촬영물을 빌미로 직접 피해자를 협박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조사 결과 유포자의 협박을 계기로 피해를 알게 된 비중이 32.3%에 달했는데, 이는 가해자가 피해자의 공포심을 이용해 지속적인 가해를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추가 유포에 대한 극심한 두려움을 호소하는 여성 응답자도 85%를 넘어섰으며, 범죄의 수법이 지능화되고 대담해지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성폭력 범죄의 성립 요건에 대한 법적 해석과 실제 피해 현장 사이의 괴리도 여전하다. 강간 피해 당시 가해자가 폭행이나 협박 대신 강요나 속임수를 사용했다는 응답이 매우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현행법이 폭행과 협박이 수반된 경우만을 강간으로 좁게 해석하고 있어, 실질적인 강압이나 기망에 의한 피해자들이 법적 보호의 테두리 밖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관계 부처와 함께 '비동의 강간죄' 입법을 포함한 최선의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피해자를 두 번 울리는 2차 피해 문제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성폭력 피해 사실을 주변에 알렸을 때 "너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거나 "네가 여지를 주었다"는 식의 비난 섞인 반응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적지 않았다. 이러한 사회적 통념은 피해자가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가로막는 거대한 장벽이 된다. 정부는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표준지침을 보급하고 캠페인을 강화하고 있지만,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회적 인식 변화 없이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피해 지원 제도에 대한 낮은 인지도 역시 해결해야 할 숙제다. 해바라기센터 등 전통적인 지원 기관은 70%대의 높은 인지도를 보였으나, 정작 디지털 성범죄 대응에 필수적인 불법 촬영물 삭제 지원이나 삭제 지원 요청권에 대해서는 절반 정도의 국민만이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성범죄의 특성상 신속한 삭제가 피해 확산을 막는 핵심인 만큼, 전문 지원 센터의 기능을 널리 알리고 수사기관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홍보 전략이 시급한 상황이다.

 

전반적인 성폭력 피해 신고율이 1.8%라는 극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은 우리 사회의 안전망이 여전히 부실함을 방증한다. 대다수 피해자가 피해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거나 보복 및 2차 가해를 우려해 침묵을 선택하고 있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친밀한 관계에서의 범죄 증가와 2차 피해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언급하며, 피해자가 두려움 없이 도움을 요청하고 국가가 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벼랑 끝 여자배구, 반등 신호탄 쏜 차상현호

 한국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이 인도네시아와의 평가전 시리즈를 전승으로 장식하며 국제무대 반등을 위한 예열을 마쳤다. 차상현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지난 26일 제천에서 열린 마지막 3차전에서 세트스코어 3대0의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이로써 한국은 세 차례의 평가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최근 이어온 상승세를 입증했다. 하지만 사령탑인 차 감독은 승리의 기쁨보다는 다가올 주요 국제대회에 나설 최종 명단을 확정해야 하는 무거운 책임감에 고심하는 기색이 역력했다.차 감독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팀의 야전사령관 역할을 맡을 세터 포지션의 낙점이다. 현재 대표팀에는 김다인과 이수연, 이고은 등 각기 다른 장점을 가진 세 명의 세터가 합류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차 감독은 선수들에게 직접 통보하기 전이라 말을 아끼면서도, 지난 3경기를 치르는 동안 엔트리 구성을 두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음을 숨기지 않았다. 가용 자원 중 일부를 제외해야 하는 냉정한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면서 사령탑의 심리적 부담감은 최고조에 달한 모습이다.대표팀은 그동안 김연경의 은퇴 이후 전례 없는 침체기를 겪으며 패배의식에 젖어 있었다. 지난해 발리볼네이션스리그 최하위 강등이라는 수모를 겪으며 세계랭킹도 30위까지 곤두박질쳤다. 그러나 지난달 AVC컵 7전 전승 우승을 기점으로 분위기는 반전되었다. 차 감독은 선수들이 휴식기까지 반납하며 훈련에 매진한 결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며, 힘든 여정을 묵묵히 따라와 준 주장 강소휘를 비롯한 선수단 전체에 깊은 고마움을 전했다.승리 속에서도 기술적인 보완점은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차 감독은 특히 후위 공격의 점유율과 성공률을 끌어올리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국내 V리그의 경우 외국인 선수들에게 후위 공격 비중이 쏠려 있다 보니, 대표팀 선수들이 실전에서 파워 있는 백어택을 구사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전위에서의 조직적인 블로킹은 개선되었지만, 수비 이후 반격 상황에서 후위 공격수가 상대 수비를 위협할 수 있는 파괴력을 갖추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이번 평가전 시리즈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자원들의 활약은 수확이다. 부상 재활을 마치고 합류한 육서영은 뛰어난 신장과 공격 파워를 앞세워 차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아직 실전 감각을 더 끌어올려야 하는 단계지만, 높이가 필요한 결정적인 순간에 강소휘 등 기존 주포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핵심 조커로 기대를 모은다. 차 감독은 육서영의 몸 상태가 완벽해진다면 대표팀의 공격 루트가 한층 다양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대표팀은 이제 동아시아선수권과 아시아선수권, 그리고 9월 아시안게임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일정에 돌입한다. 차 감독은 세계랭킹을 끌어올리고 메달권에 진입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인정하면서도, 더는 물러날 곳이 없다는 절박함으로 승부에 임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성적에 대한 과도한 압박보다는 눈앞의 경기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도장 깨기' 전략을 통해 여자배구의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사령탑의 의지는 단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