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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 타고 30분, 시드니의 숨은 보석 맨리

 호주 시드니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에게 본다이 비치는 이미 익숙한 명소지만, 최근에는 그 대안으로 맨리 비치가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름에서 느껴지는 강렬하고 남성적인 파도와는 대조적으로, 실제 맨리는 아기자기한 상점가와 평화로운 산책로가 어우러진 반전 매력을 지닌 곳이다. 시드니의 상징인 서큘러 키에서 페리를 타고 30분 정도 물길을 가르면 도착하는 이곳은 도심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진정한 호주의 여유를 만끽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맨리 여행의 가장 큰 묘미는 거북이 목처럼 길게 뻗은 반도 지형 덕분에 두 개의 바다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남쪽 페리 선착장에서 내려 10분 남짓 걷다 보면 빅토리아 시대의 고풍스러운 건물들과 현대적인 카페들이 조화를 이룬 낭만적인 거리가 나타난다. 이 길을 가로질러 반대편으로 넘어가면 1960년대 호주 최초의 서핑 대회가 열렸던 북쪽의 메인 비치가 광활하게 펼쳐진다. 서핑 애호가들에게는 성지와도 같은 곳이지만, 해변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를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힐링을 선사한다.

 


단순한 해변 휴양을 넘어 인문학적 깊이를 더하고 싶다면 인근 하버 국립공원과의 연계 코스를 추천한다. 노스헤드 반도를 중심으로 펼쳐진 국립공원 일대는 과거 죄수들이 세운 역사적 건축물과 군사 요새, 원주민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야외 박물관이다. 바다를 조망하며 걷는 숲길 트레킹 코스는 자연의 경이로움과 역사의 숨결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특히 유서 깊은 등대와 절벽 끝에서 바라보는 태평양의 수평선은 맨리 여행에서 절대 놓칠 수 없는 장관으로 손꼽힌다.

 

여행자들에게 맨리와 국립공원 사이의 이동은 즐거운 고민거리를 안겨준다. 두 지역을 모두 꼼꼼히 둘러보려면 약 2시간 이상의 도보 이동이 필요해 체력 안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차를 타기에는 풍경이 너무나 아름답고, 계속 걷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거리라 전략적인 이동이 필요하다. 노스엔드의 패어팩스 이닝마를 먼저 방문한 뒤 맨리 시내로 이동하는 동선을 짜거나, 경치가 아름다운 구간은 걷고 경사가 있는 구간은 단거리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효율적인 여행의 팁이다.

 


맨리의 매력은 해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셸리 비치에서의 스노클링은 투명한 바닷속 생태계를 관찰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며, 해안선을 따라 잘 정비된 산책로는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거북이 머리 형상을 한 노스헤드 반도와 그 주변을 감싸는 숲은 시드니 하버의 입구를 지키는 천혜의 요새이자 휴식처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시드니 도심의 스카이라인은 해 질 녘이면 황금빛으로 물들며 여행의 포만감을 극대화한다.

 

최근 한국인 여행객들 사이에서 맨리가 각광받는 이유는 본다이 비치보다 덜 붐비면서도 호주 특유의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을 가까이서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핑과 트레킹, 그리고 역사 탐방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여행지로서 맨리는 시드니 여행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페리에서 내려 맨리 거리를 지날 때 느껴지는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와 국립공원의 고요한 정적은 시드니를 다시 찾게 만드는 강력한 유혹이 된다.

 

미프진 허용 검토에 산부인과계 발칵 “가이드라인부터”

이재명 대통령이 임신중절 유도 약물인 미프진의 국내 사용 허용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의료계와 정부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관련 입법이 장기간 멈춰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미프진 도입을 논의 테이블에 올리자 산부인과계를 중심으로 “안전성과 법적 책임 기준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한성숙 국무총리는 지난 15일 성평등가족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보건복지부, 법무부 등 관계 부처를 불러 긴급 회의를 열었다. 전날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미프진 도입 검토를 지시한 직후다. 정부가 발 빠르게 부처 협의에 착수한 것은 온라인 불법 유통과 제도 공백 문제가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산부인과의사회는 즉각 성명을 내고 “지극히 위험하고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미프진은 1988년 프랑스에서 개발된 임신중절 유도 약물로, 현재 100여 개국에서 사용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2000년 이를 허가했고, 세계보건기구도 2005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뒤에도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정식 판매와 처방이 불가능한 상태다. 임신 몇 주까지 낙태를 허용할지, 어떤 기준과 절차를 둘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법적 공백이 6년째 이어지고 있다.이 공백은 불법 시장 확대로 이어졌다. 정식 유통망이 없다 보니 일부 여성들은 해외 직구나 온라인 판매자를 통해 미프진을 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격은 50만원 안팎까지 치솟았고, 성분과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제품이 거래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21년부터 올해 5월까지 적발한 온라인 불법 판매 알선·광고 사례는 3189건에 달한다.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상황을 두고 “방치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정부 대응 필요성을 언급했다. 특히 법으로 획일적인 주수 기준을 정하는 방식만이 해답은 아니라며, 임신부의 건강 상태에 따라 의사가 판단할 수 있는 여지를 거론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바로 이 지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관련 법 개정 없이 의사의 재량에 맡길 경우, 부작용이나 분쟁이 발생했을 때 책임이 의료진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산부인과의사회는 성명에서 “합법적인 사용 주수와 허용 기준이 명시된 법적 테두리 없이 약물을 처방·판매하게 하는 것은 의료 현장을 사법적 리스크에 노출시키는 일”이라고 밝혔다. 미프진 복용 후 불완전 유산이나 과다출혈 등이 발생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수술적 처치가 필요할 수 있는 만큼 명확한 진료 지침과 응급 대응 체계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국내 도입 절차를 둘러싼 안전성 논란도 있다. 의료계는 해외에서 사용 중인 약이라도 한국인에게 적합한 용량과 부작용 여부를 확인하는 가교 임상 등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김재연 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안전성 가이드라인과 유통 체계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기 허용을 추진하는 것은 국민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일”이라고 말했다.미프진 논란은 단순한 약물 허용 여부를 넘어 낙태 관련 입법 공백, 여성 건강권, 의료진의 법적 책임, 불법 유통 차단 문제까지 얽힌 쟁점으로 번지고 있다. 정부가 제도권 관리 필요성을 앞세워 논의를 본격화한 가운데, 의료계는 안전성과 법적 기준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며 맞서고 있어 향후 부처 협의 과정에서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