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英 전문가 "한국, G8 합류 자격 충분"

 최근 프랑스에서 개최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한국을 포함한 'G8 체제'로의 확대 개편론이 국제 사회에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1970년대 석유 파동 대응을 위해 출범한 G7이 현재의 복합적인 지정학적 위기와 경제 안보 이슈를 다루기에는 구조적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특히 유럽과 북미 중심의 기존 체제에 아시아의 역동적인 경제 대국이자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한국을 정회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서방 싱크탱크와 학계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의 에드워드 하월 박사는 최근 기고를 통해 한국이 G7에 합류할 충분한 자격을 갖췄음을 역설했다. 하월 박사는 한국이 단순히 경제 규모만 큰 국가가 아니라, 나토 회원국들에 미국 다음으로 많은 무기를 공급하는 핵심 방산 파트너라는 점에 주목했다. 전차와 자주포 등 한국산 무기체계가 유럽의 안보 공백을 메우는 상황에서, 한국의 G7 가입은 서방 진영의 실질적인 방위 역량을 강화하는 전략적 선택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경제와 기술 측면에서도 한국의 위상은 독보적이다. 아시아 4위의 경제 대국인 한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필두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고리를 쥐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첨단 기술이 국가 경쟁력의 척도가 된 시대에 한국을 배제한 채 글로벌 경제 규칙을 논의하는 것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이미 모든 G7 회원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한국은 국제 무역 질서에서도 이미 정회원국에 준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정학적 관점에서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일본만이 유일한 아시아 회원국으로 남아 있는 현재의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과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나 조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인사들이 한국을 포함한 확대 개편안을 지속적으로 언급해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러시아와 중국의 위협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며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한 한국의 합류는 G7의 외교적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정회원 가입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G7은 명문화된 가입 절차가 없는 비공식 협의체인 만큼, 기존 회원국 전체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특히 한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일본의 태도와 의사결정 효율성 저하를 우려하는 일부 유럽 국가들의 입장이 변수로 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최근 수년간 G7 정상회의에 단골 초청국으로 참여하며 사실상 'G7 플러스'의 일원으로 활동해온 점은 가입 논의에 긍정적인 토대가 되고 있다.

 

결국 한국의 G8 가입은 국제 사회에서 한국이 '룰 테이커'를 넘어 '룰 메이커'로 도약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전망이다. 하월 박사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이제 G7이 경제 협의체를 넘어 지정학적 결사체로 변모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한국이 8번째 회원국으로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재명 정부의 실용 외교가 국제 사회의 지지를 끌어내며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증명해내고 있는 만큼, G7 체제의 재편 논의는 향후 국제 정치의 핵심 의제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임 사무관은 왜 떠났나…기후부 내부망에 터진 ‘조직문화’ 호소

30대 기후에너지환경부 사무관이 숨진 뒤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과 부처가 동시에 사실관계 확인에 들어갔다. 임관 10개월 차였던 고인이 생전 과중한 업무와 상급자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힘들어했다는 내부 증언이 나오면서, 기후부 조직문화 전반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지난 21일 경찰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기후부지부 등에 따르면 세종남부경찰서는 지난 16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기후부 사무관 A씨의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A씨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겪었는지, 업무 부담이 사망에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주변인 진술과 생전 기록을 살펴보고 있다. A씨는 기후적응과 에너지 정책 관련 업무를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A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 기후부 내부망에는 고인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글이 올라왔다. 동료 B씨는 지난 20일 게시판에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고 “A사무관이 힘들어하는 것을 바쁘다는 이유로 지나쳤던 일이 마음에 남는다”고 적었다.B씨는 A씨가 생전 동료들에게 업무 과정에서 반복적인 질책을 받았고, 인신공격성 발언이나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고 털어놨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인이 조직 안에서 어려움을 표현하거나 도움을 요청했을 때 적절한 지원이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일을 특정 관리자 한 사람의 일탈로만 정리해서는 안 된다”며 “조직의 관행과 업무 방식에 문제는 없었는지도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기후부 감사관실도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감사관실은 유족 측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 의혹과 관련한 자료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A씨의 상급자는 현재 담당 직무에서 배제된 상태다.노조는 철저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기후부 노조 관계자는 “고인을 애도하는 기간이 끝나면 동료 직원들의 의견을 모을 예정”이라며 “비슷한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부처 차원의 조사와 보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김성환 기후부 장관도 내부 공지를 통해 애도의 뜻을 밝혔다. 김 장관은 “우리 곁을 떠난 A사무관의 명복을 빈다”며 “유가족께 깊은 위로를 드린다”고 했다. 그는 “업무나 최근의 비보로 힘든 감정을 느끼는 직원이 있다면 혼자 견디지 말고 도움을 요청해 달라”고 당부했다.김 장관은 조직 운영 방식도 되짚겠다고 했다. 그는 “저부터 무겁게 돌아보겠다”며 “기후부의 업무 방식과 조직 문화 가운데 동료를 힘들게 한 부분은 없었는지 살피겠다”고 밝혔다.기후부는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징계 등 후속 조치를 검토할 계획이다. 부처 관계자는 “고인의 사망 원인이 경찰 조사를 통해 확인되면 그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논의하겠다”고 설명했다.이번 사건을 계기로 신임 공무원 보호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용 초기 공무원은 업무 적응과 조직 문화에 동시에 노출되는 만큼, 상담 창구와 멘토링 제도, 관리자 교육이 실효성 있게 운영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고인의 죽음이 개인의 비극에 그치지 않고 공직 사회의 업무 문화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