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토레스부터 허머까지, SUV 격돌

 야외 활동이 본격화되는 6월을 맞아 국내 자동차 시장에 정통 오프로드 성능을 강조한 신차들이 대거 쏟아지고 있다. 단순한 캠핑을 넘어 오지 탐험을 즐기는 '오버랜딩' 문화가 확산되면서, 완성차 업계는 험로 주행에 특화된 전용 기능과 강력한 파워트레인을 갖춘 모델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번 신차 행렬은 합리적인 가격대의 국산 중형 SUV부터 첨단 기술이 집약된 억 단위의 수입 전기 SUV까지 폭넓게 형성되어 소비자들의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

 

국산차 진영에서는 KG모빌리티가 선보인 뉴 토레스가 오프로드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기존 모델의 강인한 외관을 계승하면서도 주행 편의성을 대폭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새롭게 적용된 터레인 모드는 모래, 진흙, 눈길 등 노면 상황에 따라 구동력을 최적화하여 초보자도 안정적인 오프로드 주행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실내에는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전자식 기어 노브를 탑재해 도심 주행에서의 편의성까지 놓치지 않았으며, 2천만 원대 후반부터 시작하는 가격 경쟁력으로 시장을 공략 중이다.

 


수입차 시장에서는 전통의 강자 랜드로버가 한정판 모델인 디펜더 트로피 에디션을 출시하며 정통성을 강조했다. 전설적인 오프로드 대회에서 영감을 받은 이 차량은 딥 샌드글로 옐로 등 헤리티지 컬러를 적용해 시각적 차별화를 꾀했다. 루프랙과 사다리, 외부 흡기구 등 험로 주행에 필수적인 전용 장비 5종을 기본 사양으로 묶어 출고 직후 바로 오지로 떠날 수 있는 구성을 갖췄다. 400마력의 강력한 엔진 출력과 전지형 타이어는 극한의 환경에서도 독보적인 돌파력을 보장한다.

 

전동화 흐름에 맞춘 고성능 전기 오프로더들의 활약도 눈부시다. GMC가 국내에 공식 상륙시킨 허머 EV SUV는 군용차의 유전자를 전기차로 완벽히 재해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거대한 차체에도 불구하고 뒷바퀴를 조향해 대각선 이동이 가능한 크랩워크 기능을 지원해 좁은 산길에서도 민첩한 기동이 가능하다. 또한 에어 서스펜션을 통해 차체를 최대 149mm까지 들어 올릴 수 있는 험로 탈출 모드를 탑재해 깊은 물웅덩이나 바위 지형도 손쉽게 통과할 수 있는 압도적인 성능을 자랑한다.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G클래스의 전기차 버전인 G580 위드 EQ 테크놀로지를 통해 프리미엄 전기 오프로더 시장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각 바퀴를 독립적으로 제어하는 4개의 전기 모터는 내연기관 차량으로는 구현하기 힘든 정교한 구동력 배분을 가능하게 한다. 제자리에서 360도 회전하는 G-턴 기술은 디지털 기술이 오프로드 주행의 한계를 어떻게 확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고성능 모델들은 친환경과 강력한 힘을 동시에 원하는 하이엔드 소비자들 사이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계 관계자들은 아웃도어 트렌드의 변화가 차량 구매 패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한다. 과거에는 디자인 위주의 SUV가 인기였다면, 이제는 실제 험로 주행이 가능한 기능적 완성도를 따지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제조사들은 각자의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해 차별화된 오프로드 전용 모드와 특화 사양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여름 오프로더 시장의 경쟁은 국산과 수입, 내연기관과 전기차의 경계를 허물며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15억의 침묵' 한화, 한국시리즈 돌풍 1년 만에 위기

 지난 시즌 KBO 리그에 거센 돌풍을 일으키며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밟았던 한화 이글스가 1년 만에 가혹한 시련을 맞이했다. 암흑기를 견디며 수집한 특급 유망주들이 팀의 주축으로 성장해 결실을 보는 듯했으나, 올 시즌 들어 핵심 투수 자원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무너졌기 때문이다. 한화가 각별한 공을 들여 영입한 이른바 '5억팔 트리오' 문동주, 김서현, 정우주는 현재 부상과 구위 저하 등으로 인해 제 역할을 전혀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팀의 미래를 상징하던 이들의 부진은 한화의 순위 싸움에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가장 뼈아픈 대목은 에이스 문동주의 이탈이다. 2023년 신인왕이자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주역인 문동주는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도 전천후 활약을 펼치며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그러나 올 시즌 초반 오른쪽 어깨 통증을 호소하더니 결국 관절 와순 손상이라는 진단을 받고 미국에서 수술대에 올랐다. 팀의 1선발 역할을 해줘야 할 자원이 시즌 아웃되면서 한화 선발진에는 거대한 구멍이 생겼다. 문동주의 공백은 단순한 투수 한 명의 부재를 넘어 팀 전체의 사기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뒷문을 책임져야 할 김서현의 상황도 처참하다. 지난해 33세이브를 올리며 리그 정상급 마무리 투수로 발돋움했던 김서현은 올해 구속 저하와 제구 난조가 겹치며 완전히 무너졌다. 10점대가 넘는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채 2군으로 내려간 그는 벌써 수개월째 1군 복귀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다. 한화 벤치는 그를 대신할 자원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지난해 김서현이 보여줬던 압도적인 구위를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마무리 투수의 부재는 경기 후반 역전패가 잦아지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트리오의 막내 격인 정우주 역시 2년 차 징크스의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데뷔 시즌이었던 지난해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평균자책점 2점대의 놀라운 성적을 거뒀던 그는 올해 6점대 중반까지 치솟은 방어율로 고전 중이다.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의 부진이 정규시즌까지 이어지는 모양새다. 김경문 감독은 정우주의 잠재력을 믿고 꾸준히 기회를 부여하며 독려하고 있지만, 마운드 위에서 보여주는 투구 내용은 여전히 불안하다. 구위 자체는 나쁘지 않으나 결정적인 순간 장타를 허용하는 빈도가 높아졌다.한화가 만년 하위권의 설움을 씻기 위해 선택했던 '유망주 육성 올인' 전략은 지난해 확실한 성과를 거두는 듯 보였다. 하지만 투수진의 핵심인 세 선수가 동시에 부침을 겪으면서 리빌딩의 완성 단계에서 다시금 제동이 걸렸다. 고액의 계약금을 안겨주며 기대를 걸었던 유망주들이 한꺼번에 전력에서 이탈하거나 부진에 빠지는 시나리오는 구단으로서도 예상치 못한 최악의 변수였다. 이는 특정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한화의 투수진 구성이 가진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낸 결과이기도 하다.현재 한화는 이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베테랑과 신예들을 총동원하고 있으나 '5억팔'들이 보여줬던 파괴력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문동주의 재활 성공 여부와 김서현의 구위 회복, 정우주의 징크스 탈출은 향후 한화 이글스의 몇 년을 결정지을 중대한 과제다. 김경문 감독 체제 아래서 이들이 다시 본 궤도에 오를 수 있을지가 올 시즌 남은 기간 한화의 성적은 물론 내년 시즌 구상까지 좌우할 전망이다. 독수리 군단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이들 트리오의 부활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