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콜롬비아·페루 우파 승기, 룰라의 위기

 콜롬비아 대선 결선투표에서 우파 진영이 승리를 굳히면서 중남미 대륙 전역에 보수 우파 정권이 들어서는 '블루타이드'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1년 사이 볼리비아와 칠레, 코스타리카 등에서 정권 교체가 일어난 데 이어, 남미의 주요 경제국인 콜롬비아마저 우파의 손을 들어주면서 대륙의 정치적 무게중심이 급격히 이동했다. 이러한 흐름은 개표율 99%를 넘어선 페루 대선에서도 게이코 후지모리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선두를 유지하며 당선이 확실시됨에 따라 더욱 공고해지는 양상이다.

 

중남미 유권자들이 좌파 정부에 등을 돌린 결정적인 이유는 고질적인 치안 불안과 경제 실정이다. 마약 카르텔의 세력 확장으로 살인 등 강력 범죄가 급증하면서 시민들은 강력한 공권력 집행을 약속한 우파 후보들에게 표를 던졌다. 특히 에콰도르를 비롯한 주요국들이 마약 유통의 허브로 전락하며 국가적 위기에 직면하자, 포퓰리즘 성격이 짙은 좌파의 복지 정책보다는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보수 진영의 철권통치 공약이 민심을 파고들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서반구 전략' 역시 중남미의 우향우 바람을 뒷받침하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의 남미 영향력 확대를 차단하고 불법 이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각국의 우파 후보들을 노골적으로 지지하며 정치적 압박을 가해왔다. 미국의 이러한 개입은 중남미 국가들이 경제적 실익과 안보 협력을 고려해 보수 정권으로 선회하게 만드는 중요한 외부 요인이 되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중남미에서 좌파 정권이 명맥을 유지하는 곳은 브라질과 멕시코 등 소수에 불과하다. 사실상 우파 진영이 대륙 전체를 포위하는 형국이 되면서, 한때 대륙을 풍미했던 좌파 연대 세력은 급격히 위축되었다. 특히 남미 경제의 축인 아르헨티나와 파라과이에 이어 콜롬비아와 페루까지 우파로 넘어가면서, 이제 남은 좌파의 보루는 룰라 대통령이 이끄는 브라질과 셰인바움 정부의 멕시코 정도로 좁혀진 상태다.

 


이러한 고립 위기 속에서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은 미국의 정치 개입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며 저항하고 있다. 최근 G7 정상회의에서 룰라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주권 침해를 경고하며 좌파 진영의 결집을 시도했으나, 대륙 전반에 퍼진 정권 교체의 열망을 꺾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특히 오는 10월 4선 도전을 앞둔 룰라 대통령마저 우파의 도전에 직면해 있어, 브라질의 선거 결과가 중남미 좌파 세력의 최종 운명을 결정지을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만약 올해 가을 브라질마저 우파로 정권이 교체된다면 중남미의 정치 지형은 완전히 보수 일색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마약 카르텔 문제로 미국의 압박을 받는 멕시코만이 유일한 좌파 국가로 남게 되어, 대륙 전체의 외교 및 경제 주도권은 우파 진영으로 완전히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중남미의 급격한 우경화는 향후 미·중 갈등과 국제 자원 외교 시장에서도 미국 중심의 질서를 강화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가짜뉴스 10억' 망법 시행, 표현의 자유 논란

 온라인상의 허위조작정보 유통을 막기 위한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7일부터 전격 시행되면서 디지털 생태계에 거센 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허위정보를 반복적으로 게시할 경우 강력한 경제적 징벌을 가하는 데 있다. 특히 수익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유튜버나 인플루언서가 이미 법원에서 허위로 판명된 정보를 다시 유포할 경우 최대 10억 원에 달하는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정부는 가짜뉴스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자칫 정당한 비판이나 의견 표명마저 위축될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법 시행과 함께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대목은 혐오표현에 대한 규제 기준이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는 단순한 불쾌감이나 정치적 비판은 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특정 집단에 대한 직접적인 폭력 선동이나 인간의 존엄성을 현저히 훼손하는 경우에만 한정해 개입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혐오표현의 경계가 주관적일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작성 경위나 사회적 영향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정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부족한 상태에서 플랫폼 사업자들이 과잉 검열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로부터 쏟아지고 있다.플랫폼 사업자들에게 부여된 관리 의무도 대폭 강화되었다. 네이버나 유튜브 같은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혐오표현 신고를 접수할 경우 자율 정책에 따라 삭제나 노출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만약 정당한 사유 없이 방미통위의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다만 플랫폼 기업 자체가 가중 손해배상의 대상이 되지는 않으며, 책임은 정보를 직접 게재한 당사자에게 집중된다. 이는 플랫폼의 자율 규제를 독려하면서도 게시자의 책임 의식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되지만, 플랫폼 기업 입장에서는 법적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보수적인 운영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개인 창작자뿐만 아니라 언론사가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계정 역시 이번 법의 영향권에 들어왔다. 신문사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물이 허위조작정보로 판단될 경우 언론사도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된다. 다만 공익적 관심사나 공공복리를 위한 정보는 배상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예외 조항이 마련되었다. 또한 대규모 플랫폼 사업자가 언론사나 인터넷뉴스서비스 사업자의 계정을 임의로 정지하거나 게시물을 삭제할 수 없도록 제한해 언론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익성의 판단 기준을 두고 향후 법적 분쟁이 잦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정치권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야권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입막음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일부 의원들은 법 시행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검은 마스크를 쓰고 회의에 참석하는 등 항의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반면 여권과 정부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인격 살인과 사회적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적 장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법 시행 첫날부터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법 해석이 충돌하면서, 향후 실제 과징금 부과나 손해배상 청구가 이뤄지는 첫 사례가 법의 정당성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결국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가짜뉴스 근절이라는 본래 취지를 살릴지, 아니면 온라인 공론장을 위축시키는 족쇄가 될지는 향후 방미통위의 심의와 법원의 판결에 달려 있다. 이용자들은 허위정보 발견 시 구체적인 증빙자료를 갖춰 플랫폼에 신고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되었지만, 동시에 자신의 발언이 법적 책임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압박감도 안게 되었다. 디지털 주권과 표현의 자유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시작된 셈이다. 정부가 우려하는 '온라인 활동 위축'을 막기 위해서는 투명한 심의 절차와 객관적인 기준 확립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로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