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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출근 수백만원, 선관위 수당 도마

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한 달에 한 차례 회의 참석을 위해 출근하고도 400만원이 넘는 수당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부 달에는 출근일이 사흘에 그쳤음에도 수백만원대 수당이 지급됐고, 선거관리 업무와 직접 관련이 적은 외부 행사 참석까지 출근으로 처리된 정황이 확인됐다.

 

국회 투표용지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소속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중앙선관위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노 전 위원장은 2024년 11월 정기회의 참석을 위해 단 하루 출근했다. 그러나 해당 월 수당으로는 425만원이 지급됐다.

 

비슷한 사례는 다른 달에도 이어졌다. 노 전 위원장은 2024년 5월 유권자의 날 기념식과 제7차 위원회의, 보고사항 처리 등을 이유로 사흘 출근해 340만원을 받았다. 같은 해 6월에도 현충일 추념식, 제8차 위원회의, 임용장 수여식 참석 등의 일정으로 사흘 출근한 뒤 395만원을 수령했다.

 

문제는 출근으로 인정된 일정의 성격이다. 자료에 따르면 노 전 위원장은 2024년 1월 모두 6일 출근한 것으로 기록됐다. 하지만 이 가운데 절반인 3일은 신년인사회, 신년음악회, 청소년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 등 선거관리 업무와 거리가 있는 일정이었다. 특히 2024년은 총선이 치러진 해라는 점에서 중앙선관위 수장의 근무 실태를 둘러싼 비판이 더 커지는 분위기다.

 


이후에도 외부 행사 참석이 출근으로 처리된 사례가 확인됐다. 2025년 10월 체코 독립 기념 행사, 11월 스포츠의 날 행사 참석 등이 출근 기록에 포함됐다. 올해 1월에는 현충원 참배와 시무식·신년인사회, 신년음악회, 위원회의 참석 등 세 차례 출근하고 420만원을 받았다. 2월에도 업무보고와 두 차례 위원회의 참석 등 총 세 차례 출근했지만 375만원의 수당이 지급됐다.

 


정치권에서는 비판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여야 할 중앙선관위가 도덕적 해이와 무능을 드러냈다”며 “그 정점에 노 전 위원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노 전 위원장이 지난 4년 동안 1억7000만원이 넘는 수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고무줄 수당 지급”이라고 비판했다.

 

중앙선관위 내부 조사도 진행 중이다. 중앙선관위 진상규명위원회는 지난 19일 노 전 위원장을 비롯한 선관위 수뇌부에 대해 수사 의뢰를 권고했다. 향후 국정조사와 수사 과정에서는 수당 산정 기준, 출근 인정 범위, 외부 행사 참석의 업무 관련성 등이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무섭노"가 일베? 아이돌 사투리 논란 확산

 경상도 출신 걸그룹 멤버의 일상적인 방언 사용이 극우 커뮤니티의 혐오 표현이라는 의혹에 휩싸이며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걸그룹 리센느의 멤버 원이가 유튜브 콘텐츠 중 "무섭노"라고 언급한 장면이었다. 경남 거제가 고향인 원이는 현장의 분위기를 사투리로 표현했으나, 일부 누리꾼들은 이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일베식 말투'라고 규정하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특정 어미를 둘러싼 이 논쟁은 곧 정치권의 가세로 인해 지역 방언과 혐오 표현의 경계에 대한 거대한 담론으로 확장됐다.정치권에서는 조국 전 대표가 포문을 열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조 전 대표는 SNS를 통해 영남 방언의 문법적 규칙을 언급하며, 의문문 끝에 기계적으로 '노'를 붙이는 것은 일베식 조롱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청년층 사이에서 이러한 용법이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현상에 우려를 표하며 사용 자제를 촉구했다. 반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를 '낙인찍기'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대표는 언어학적 관점에서 해당 표현이 감탄이나 독백으로도 쓰인다는 점을 강조하며, 젊은 세대에게 과도한 엄숙주의를 강요하지 말라고 맞받아쳤다.문화계와 학계에서도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일부 다큐멘터리 연출가는 혐오 표현에 뿌리를 둔 언어를 사용하는 태도 자체를 문제 삼은 반면, 경상도 출신 방송인들은 실제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표현이라며 일베몰이가 지나치다고 항변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국립국어원까지 등판했으나, 학자마다 견해가 달라 단정하기 어렵다는 신중한 답변을 내놓았다. 이는 방언의 세부적인 용법이 지역과 맥락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논쟁의 복잡성을 더했다.이번 사태는 우리 사회의 언어 검열이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나경원 의원 등 여권 인사들은 사투리까지 사상 검증의 잣대로 삼는 현실을 '전체주의적 홍위병'에 비유하며 숨 막히는 감시 사회를 경고했다. 반면 혐오 표현의 사회적 맥락을 중시하는 측에서는 특정 언어가 온라인에서 조롱의 도구로 소비되어 온 역사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최근 고교 야구팀의 응원 구호를 둘러싼 징계 논란처럼, 언어의 의도와 맥락을 어디까지 검증해야 하는지가 핵심 쟁점이 됐다.언어학자들은 같은 표현이라도 사용자의 의도와 상황에 따라 의미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조언한다. 동남방언에서 '노'는 단순한 의문형을 넘어 혼잣말이나 한탄의 의미로 폭넓게 사용된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단어 하나만으로 사용자의 사상을 재단하는 것은 언어의 다양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온라인 공간에서 혐오 코드가 교묘하게 일상 언어에 침투해 있는 현실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에, 표현의 자유와 혐오 방지 사이의 균형점 찾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결국 이번 논란은 단순한 말실수 공방을 넘어 한국 사회의 세대 간 문화 차이와 지역색, 그리고 온라인 혐오 문화가 뒤섞인 복합적인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아이돌의 발언 하나에 정치권이 총출동해 설전을 벌이는 모습은 우리 사회의 갈등 구조가 얼마나 예민하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방언의 고유한 가치를 보존하면서도 혐오 표현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두 가지 가치가 충돌하는 가운데, 언어의 적절성을 판단하는 사회적 합의의 기준은 여전히 안갯속에 머물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