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모아

정청래 '90도 인사', 민주당 내부서도 "정치 기술"

 이재명 대통령의 유럽 순방 귀국 현장에서 포착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과도한 의전이 당내외에서 거센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8박 10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18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한 이 대통령을 맞이하는 과정에서 정 대표가 허리를 90도 가까이 숙여 인사한 장면이 발단이 됐다. 이를 두고 민주당 내부에서는 대통령의 평소 스타일과 맞지 않는 작위적인 행동이라는 지적과 함께 특정 정치적 의도가 깔린 행위라는 비판이 동시에 터져 나오고 있다.

 

친명계 핵심으로 분류되는 이건태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정 대표의 행동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평소 권위주의적인 의전을 극도로 꺼린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 대표의 인사는 대통령이 정색하고 싫어할 만한 잘못된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정 대표가 이러한 대통령의 성향을 모를 리 없음에도 불구하고 90도 인사를 강행한 것은 다분히 계산된 '정치 기술'이자 고도의 정치적 행위라고 분석했다.

 


여권에서도 이번 논란을 과거 사례와 비교하며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장예찬 전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은 정 대표의 모습에서 과거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고개를 숙였던 한동훈 의원의 모습이 연상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 대표를 '민주당의 한동훈'에 비유하며, 당시 한 의원의 인사를 신뢰했던 지지자들이 결국 실망했던 사례를 언급했다. 이는 정 대표의 과도한 예우가 진정성 있는 충성심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법조계와 정치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정 대표와 이 대통령의 관계가 과거 윤-한 관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서정욱 변호사는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과거 서천 화재 현장에서의 '폴더 인사' 이후 윤 전 대통령과 한 의원의 관계가 결국 파국으로 치달았던 점을 상기시켰다. 그는 현재 정 대표가 보여주는 극진한 예우 역시 일시적인 갈등 봉합이나 세 과시용일 가능성이 크며, 결과적으로 두 사람의 관계도 파국을 맞이할 것이라는 자극적인 해석을 내놓았다.

 


민주당 내 비명계 일각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집권 여당 대표가 대통령에게 예우를 갖추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방식이 지나치게 권위주의 시대를 연상케 할 경우 당의 혁신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논리다. 특히 이재명 정부가 표방하는 수평적 소통 구조와 정 대표의 수직적 인사는 배치되는 측면이 크다는 지적이다. 당내에서는 이번 논란이 자칫 당정 관계의 건강성을 해치는 신호탄이 되지 않을까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이 대통령은 정 대표의 인사 당시 "수고했다"는 짧은 격려만 남긴 채 자리를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이번 의전 논란에 대해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으나, 정치권에서는 정 대표의 행동이 향후 당권 향방이나 공천 과정에서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를 두고 다양한 추측을 내놓고 있다. 귀국 현장에서 보여준 짧은 인사가 불러온 파장은 단순한 예우 논란을 넘어 여야 정치권의 복잡한 셈법과 맞물리며 당분간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김민석 "내가 DJ 적통"… 민주당 내분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당권을 향한 경쟁이 정책 대결 대신 과거의 뿌리를 찾는 '적통 논쟁'으로 급격히 매몰되고 있다. 8월 17일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두고 주요 후보들이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앞세워 정통성을 강조하면서 당내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특히 29일에는 특정 후보의 과거 행적을 둘러싼 진실 공방까지 벌어지며 선거 국면이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는 양상이다.논란의 중심에 선 송영길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청래 전 대표를 정조준했다. 송 의원은 정 전 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내세우는 것에 대해 과거 노 전 대통령과 등을 졌던 사이라며 날을 세웠다. 심지어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장례식조차 참석하지 못했다는 구체적인 주장까지 내놓으며 정 전 대표의 '노무현 키즈' 정체성을 정면으로 부정했다. 이는 정 전 대표가 김민석 총리의 과거 탈당 이력을 공격한 것에 대한 강력한 맞대응으로 풀이된다.정청래 전 대표는 즉각 허위사실 유포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정 전 대표는 서거 소식을 듣고 즉시 봉하마을을 찾았다며 당시의 구체적인 행적을 공개했다. 그는 송 의원의 발언을 명예훼손으로 규정하고 사과가 없을 시 법적 조치까지 검토하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정 전 대표는 사퇴 이후 연일 세 전직 대통령을 민주당의 뿌리로 규정하며 자신이 이들의 정신을 계승할 유일한 적임자임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전파하고 있다.이런 가운데 김민석 국무총리는 호남 민심을 겨냥한 'DJ 적통론'을 강화하고 있다. 김 총리는 최근 광주 강연에서 자신을 '김대중 키즈'로 명명하며 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호남과의 연결고리를 부각했다. 박지원 의원 역시 김 총리의 정통성을 치켜세우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이는 이재명 전 대표 체제 이후 분열된 전통 지지층과 새로운 지지층 사이에서 확실한 명분을 선점하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당 내부에서는 이러한 과거 회귀적 논쟁에 대해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집권 여당으로서 민생과 국가 비전을 제시해야 할 전당대회가 20년 전의 인연이나 탈당 이력을 따지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중진 의원들은 정책 경쟁은 사라지고 분열만 조장하는 현재의 선거 방식이 당의 미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한심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의원총회에서도 후보들의 절제되지 못한 언행이 당의 신뢰도를 깎아먹고 있다는 성토가 이어졌다.전당대회 과열 양상은 유튜브와 SNS를 통한 지지자 간의 대리전으로 확산되며 당의 결속력을 해치고 있다. 당 지도부는 비공개 회의를 통해 각 후보 측에 자중을 요청했으나, 표심을 의식한 후보들의 적통 경쟁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정책적 대안이나 미래 비전보다는 누가 더 전직 대통령들과 가까운지를 따지는 소모적인 논쟁이 계속되면서 이번 전당대회가 당의 통합이 아닌 분열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