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읽씹'이 아픈 이유? 박한선의 거절불안 분석

 인간의 뇌는 누군가에게 거절당했을 때 느끼는 심리적 고통을 신체 부위가 골절되거나 다쳤을 때 겪는 물리적 통증과 거의 동일하게 인식한다. 최근 진통제 성분이 마음의 괴로움을 경감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배경도 바로 여기에 있다. 뇌의 특정 부위가 심리적 충격과 육체적 부상을 구분하지 않고 똑같은 고통 신호를 보내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 박한선 교수는 신간 '거절불안'을 통해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소한 거절들이 왜 그토록 아프게 다가오는지, 그리고 그 불안의 뿌리가 어디에 닿아 있는지를 진화인류학적 관점과 정신의학적 식견을 더해 심도 있게 파헤친다.

 

현대인들은 메신저의 숫자 1이 사라졌음에도 답장이 오지 않거나, 공들여 준비한 기획안이 무관심 속에 묻힐 때 깊은 불안을 느낀다. 박 교수는 이러한 감정들이 단순한 예민함이 아니라 '거절불안'이라는 실체적인 고통임을 명시한다. 책은 회피성 인격장애나 분리불안장애 등 다양한 정신의학적 사례를 나열하며, 독자들이 자신의 증상에 정확한 이름을 붙여보도록 유도한다. 이는 단순히 병명을 진단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고통의 원인을 명확히 규명함으로써 불안의 실체를 마주하고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주기 위함이다.

 


문화권에 따라 거절에 대응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분석도 흥미롭다. 한국을 포함한 동양 사회에서는 '체면'을 중시하기 때문에 타인의 거절을 곧 자신의 존재 자체에 대한 부정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서양은 능력주의와 결합하여 실패나 거절의 책임을 오롯이 개인의 역량 부족으로 돌리는 압박을 가한다. 박 교수는 한국 사회가 이 두 가지 문화적 압력을 동시에 받고 있다고 진단하며, 거절불안을 개인의 나약함 탓으로 돌리기보다 사회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제언한다.

 

인류의 진화사를 들여다보면 거절에 예민해진 이유가 더욱 명확해진다. 과거 수렵 채취 시대에 집단으로부터의 소외나 거절은 곧 죽음을 의미했다. 무리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타인의 눈치를 살피고 거절의 징후를 포착하려 애썼던 생존 본능이 현대인의 뇌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셈이다. 이러한 진화론적 분석은 독자들에게 '내가 이상해서 아픈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프로그래밍된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는 과학적 위로를 건넨다. 거절에 대한 공포는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필연적인 결과물이라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종교적 맥락에서 다뤄졌던 고통의 의미를 현대 심리학과 연결하며 분석의 지평을 넓힌다. 과거에는 신앙이나 인내로 극복해야 했던 마음의 상처를 이제는 뇌과학과 인류학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론적 분석이 딱딱한 지식 전달에 그치지 않고 심리적 위안으로 이어지는 지점이 바로 이 책의 강점이다. 독자들은 거절불안의 역사와 원인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막연한 두려움을 떨쳐내고,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조금 더 자유로워질 수 있는 내면의 힘을 얻게 된다.

 

결국 '거절불안'은 우리가 사회적 동물로서 타인과 연결되고 싶어 하는 본능의 이면이다. 박한선 교수의 통찰은 거절당하지 않기 위해 자신을 억누르며 사는 현대인들에게 고통의 정체를 직시하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마음이 아픈 것은 뇌가 보내는 실제적인 경고이며, 이를 돌보는 것은 부러진 뼈를 치료하는 것만큼이나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다. 과학적 근거와 따뜻한 시선이 교차하는 이 분석 보고서는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상처받은 이들에게 실질적인 해결책과 함께 깊은 공감의 시간을 제공하며 마무리된다.

 

이재명 대통령, '친문 수사' 한찬식 발탁

 이재명 대통령이 과거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를 지휘했던 한찬식 전 서울동부지검장을 신임 민정수석으로 선임하자 여권 내 계파 갈등이 폭발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를 상대로 칼날을 휘둘렀던 인물을 사정 라인의 핵심인 민정수석에 앉힌 것은 친문계 입장에서 수용하기 힘든 '정치적 모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친명계 지도부는 검찰의 공소청 전환 등 구조적 개혁을 완수하기 위해 검찰 내부 생리를 잘 아는 실무형 인사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당 내부의 정서적 저항은 예상보다 거세다.갈등의 전면에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고민정 의원이 섰다. 고 의원은 당원들의 목소리를 가볍게 여기지 말라며 청와대의 이번 인선이 당과의 소통을 무시한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는 고 의원의 반발이 단순히 절차적 문제를 넘어, 과거 자신들이 몸담았던 정부를 수사했던 인물에게 사정 권력을 맡긴 것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의 표현이라고 분석한다. 숨죽이고 있던 친문계 의원들이 이번 인사를 계기로 세력 결집에 나설 조짐을 보이면서 여권 내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정부 측은 즉각 방어막을 쳤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검찰 권력은 이미 축소되었으며, 정치검찰의 권력 남용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김 총리는 이번 인사가 검찰을 공소청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내부 사정에 밝은 경험자를 활용하려는 대통령의 전략적 판단임을 강조했다. 대통령의 실용주의적 인선을 믿고 따라달라는 호소지만, 강성 당원들 사이에서는 '배신'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하며 이 대통령의 결단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당 지도부인 정청래 대표 역시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평소 검찰 개혁에 강경한 입장을 보여온 당원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일단 검찰의 보완 수사권을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원칙론을 고수하며 당원들의 분노를 달래는 동시에, 이번 인선이 개혁 완수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점을 부각하며 몸을 낮추고 있다. 하지만 검찰 개혁의 선봉에 서야 할 민정수석이 과거 정권 수사의 핵심이었다는 점은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대목으로 남는다.청와대는 이번 인선과 함께 사법제도비서관에 내란특검팀 출신 박지영 변호사를, 자치발전비서관에 김태근 전 울산 자치경찰위원장을 임명하며 전열을 정비했다. 이는 민정수석 한 사람에게 쏠린 시선을 분산시키고 실무진 구성을 통해 인선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민정수석이라는 상징적 자리가 주는 무게감 때문에 비서관급 인사만으로는 계파 간의 불신을 해소하기에 역부족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결국 한찬식 수석의 선임은 이재명 정부의 '실용'과 친문계의 '정체성'이 정면으로 충돌한 사건이다. 20일째 지속되는 잠실 시위 사태 등 대외적 악재가 산적한 상황에서 내부 분열까지 가시화되면서 국정 운영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번 인사가 검찰 개혁을 위한 신의 한 수가 될지, 아니면 여권 분열의 신호탄이 될지는 향후 한 수석이 내놓을 검찰 개혁 로드맵과 이에 대한 당내 수용 여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