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사일 맞은 우방 버린 美, 중동 동맹 붕괴 위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과의 전쟁을 끝내기 위해 그간 공언해 온 '미사일 역량 파괴' 목표를 사실상 포기하면서 중동 내 우방국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현지시각 18일 공개된 양해각서에 따르면, 미국은 이란의 탄도미사일과 드론 프로그램을 제재하거나 제거한다는 내용을 전혀 포함하지 않았다. 이는 개전 초기 이란의 미사일 산업을 흔적도 없이 파괴하겠다던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태도와 정반대되는 행보로, 역내 안보 지형에 거대한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걸프 지역 국가들이 느끼는 배신감은 단순한 정책 변화 이상의 수준이다. 전쟁 기간 중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은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으로 공항과 에너지 시설이 파괴되는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으나, 정작 종전 합의에서는 가해자인 이란의 무력 수단이 그대로 보존되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미국은 이란의 경제 재건을 위해 3,000억 달러 규모의 지원 계획을 세우면서 그 재정적 부담을 '역내 파트너'들에게 전가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쳐 우방국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입장 선회는 과거 자신의 발언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는 첫 임기 당시 오바마 정부의 핵 합의를 파기하면서 미사일 개발 문제를 다루지 못했다는 점을 핵심 결함으로 지목한 바 있다. 또한 올해 초 전쟁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이란의 미사일 역량을 재건 불가능한 수준으로 초토화하는 것이 작전의 최우선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합의 직전 그는 주변국들도 미사일을 가졌는데 이란만 금지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며 이란의 무기 보유를 정당화하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미국 국무부 역시 개전 초기에는 탄도미사일 역량 파괴가 핵 계획 차단의 핵심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실제 합의 과정에서는 실리를 챙기기 위해 우방의 안보를 뒷전으로 밀어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걸프 국가들은 미국이 자신들의 최선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자국의 정치적 성과를 위해 동맹의 안전을 희생시켰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불신은 미국의 중동 내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인해 걸프 국가들이 더 이상 미국만을 유일한 안보 보장국으로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일부 국가들은 미사일과 드론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이나 우크라이나와 같은 국가들에 기술적 조언을 구하거나 새로운 방산 협력을 타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미국의 중동 안보 독점 체제가 무너지고 다극화된 안보 협력 모델이 부상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베르사유에서 체결된 양해각서는 전쟁의 포성을 멈추는 데는 성공했을지 모르나, 미국의 외교적 신뢰도에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겼다. 이란은 미사일 전력을 보존한 채 막대한 재건 자금까지 약속받은 반면, 미국의 우방국들은 안보 위협과 재정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떠안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한 '미국 우선주의' 방식의 종전 협상이 중동 내 동맹 체제의 근간을 흔들며 새로운 갈등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14번 털린 양봉농가…'상습범' 반달곰 결국 영구 격리

 지리산 일대 양봉 농가를 수차례 습격해 피해를 입혔던 암컷 반달가슴곰 한 마리가 결국 야생을 떠나 인간의 보호 시설로 거처를 옮기게 됐다. 국립공원공단은 반복적인 농가 침입으로 민원을 야기한 해당 개체를 포획하여 전남 구례군 소재의 반달가슴곰 생태학습장으로 이송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수년간 이어진 이주 방사 노력에도 불구하고 곰의 습성이 변하지 않아 농민들의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결정됐다.해당 곰은 단순한 야생 개체를 넘어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의 역사적 의미를 지닌 개체이기도 하다. 지난 2017년, 지리산에서는 두 번째로 '3세대 출산'에 성공하며 야생 적응의 상징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3세대 출산이란 인간의 손에서 자란 곰이 야생에서 낳은 새끼가 다시 자라 새끼를 낳은 경우를 말하며, 이는 복원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이러한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인간과의 공존 실패라는 씁쓸한 결과를 낳게 됐다.공단이 집계한 피해 기록을 보면 이 곰의 '꿀 사랑'은 집요했다. 2018년부터 올해까지 6년여 동안 총 14차례에 걸쳐 양봉 농가의 담장을 넘었다. 2018년과 2020년에는 피해 방지를 위해 곰을 포획해 멀리 떨어진 곳에 다시 풀어주는 이주 방사를 실시했으나, 곰은 번번이 농가로 되돌아와 꿀을 훔쳐 먹었다. 꿀은 곰에게 고열량을 제공하는 최고의 영양원일 뿐만 아니라, 벌집 속 애벌레와 번데기가 풍부한 단백질 공급원이기에 한번 맛을 들인 곰의 습성을 바꾸기는 역부족이었다.현재 지리산 등 야생에 서식하는 반달가슴곰은 약 96마리로 추정되며, 개체수가 늘어남에 따라 인간 거주지와의 접점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곰이 인간이 제공하는 먹이나 농작물에 익숙해질 경우 야생성을 잃고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번에 포획된 개체처럼 특정 먹이원에 집착하는 행동은 개체 본인에게는 생존 전략일 수 있으나, 인간 사회와의 공존이라는 측면에서는 심각한 위협 요소가 된다.국립공원공단은 탐방객들에게 곰과 마주쳤을 때의 대처법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주의를 당부했다. 산행 중 곰을 발견하면 절대 먹이를 던져주거나 사진 촬영을 위해 자극해서는 안 된다. 곰은 대개 사람을 피하는 성질이 있지만, 갑작스러운 접촉으로 당황할 경우 공격적으로 변할 수 있다. 만약 곰이 자리를 피하지 않는다면 등을 보이고 도망가는 대신, 시선을 고정한 채 뒷걸음질로 조용히 현장을 벗어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이번 포획 결정은 야생동물 복원 사업이 직면한 현실적인 과제를 여실히 보여준다. 개체수 회복이라는 1차적 목표를 넘어, 늘어난 야생동물과 지역 주민이 어떻게 안전하게 공존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생태학습장으로 옮겨진 곰은 앞으로 야생으로 돌아가지 않고 교육 및 연구용으로 관리될 예정이며, 공단은 향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농가 보호 시설 지원과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