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모아

거짓말 탐지기 들더니… 정이한 본인이 '거짓말' 했다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개혁신당 깃발을 들고 부산시장에 도전했던 정이한 전 후보가 이른바 '피습 자작극' 의혹에 휩싸이며 정치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1988년생인 정 전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실 보좌진과 국무총리비서실 사무관을 거치며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인물로, 이준석 대표를 정치적 롤모델로 꼽으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그러나 최근 경찰 수사를 통해 선거 기간 중 발생했던 음료 피습 사건이 지지율 반등을 노린 연출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그는 촉망받던 청년 정치인에서 파렴치한 범죄 혐의자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4월 선거 유세 도중 한 운전자가 던진 음료를 피하려다 정 전 후보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는 보도였다. 당시 그는 목 보호대를 착용하고 유세 현장에 복귀하며 동정 여론을 이끌어냈고,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을 면회해 선처를 베푸는 대인배적인 면모까지 연출했다. 하지만 경찰은 당시 현장 정황과 관련자 진술 등을 토대로 이 모든 과정이 사전에 모의된 시나리오에 따라 움직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만약 이것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국가 공권력을 기만하고 선거 제도의 공정성을 훼손한 초유의 사태로 기록될 전망이다.

 


정 전 후보의 기행은 피습 사건에만 그치지 않았다. 그는 선거 기간 내내 자극적인 설정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으려 애썼다. 민간 방송 토론회 배제를 이유로 일주일간 단식 농성을 벌이는가 하면, 공식 TV 토론회장에는 난데없이 미국에서 직접 공수했다는 거짓말 탐지기를 들고 나타나 상대 후보를 압박했다. 당시 시민단체들은 민주주의의 공론장을 희화화하고 저질 정치 쇼로 전락시켰다며 강하게 비판했으나, 정 전 후보는 이를 '기성 정치에 대한 도전'으로 포장하며 마이웨이 행보를 이어갔다.

 

선거 결과 3위로 낙선한 정 전 후보는 정계 은퇴를 선언하며 무대 뒤로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경찰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망을 좁혀오자 상황은 급반전되었다. 이미 당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탈당 처리를 마친 것으로 확인된 그는 현재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잠적한 상태다. 한때 그가 소통 창구로 활용했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글들은 모두 삭제되었으며, 마지막으로 남긴 인스타그램 게시물만이 그의 짧았던 정치 행보를 냉소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개혁신당은 이번 사태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즉각적인 선 긋기에 나섰다. 이준석 대표는 공천 과정에서의 검증 부실을 인정하며 고개를 숙였고, 당 차원의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정 전 후보에게 가장 높은 수준의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공언했다. 당은 정 전 후보의 복당을 영구히 금지하는 것은 물론, 당의 명예를 실추시킨 점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까지 검토하고 있다. 청년 정치를 표방했던 정당으로서 이번 사건이 가져올 이미지 타격이 그만큼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부산 금정경찰서는 정 전 후보와 음료를 던진 남성 사이의 사전 모의 여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자작극 의혹이 사실로 굳어질 경우 정 전 후보는 허위사실 공표에 따른 선거법 위반 혐의로 무거운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때 "지루한 정치를 바꾸겠다"며 기세등등하게 등장했던 청년 정치인의 끝은 결국 법정에서 가려지게 되었다. 경찰은 조만간 정 전 후보를 소환해 피습 사건의 실체와 자작극 여부를 최종 확인할 방침이다.

 

신임 사무관은 왜 떠났나…기후부 내부망에 터진 ‘조직문화’ 호소

30대 기후에너지환경부 사무관이 숨진 뒤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과 부처가 동시에 사실관계 확인에 들어갔다. 임관 10개월 차였던 고인이 생전 과중한 업무와 상급자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힘들어했다는 내부 증언이 나오면서, 기후부 조직문화 전반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지난 21일 경찰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기후부지부 등에 따르면 세종남부경찰서는 지난 16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기후부 사무관 A씨의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A씨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겪었는지, 업무 부담이 사망에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주변인 진술과 생전 기록을 살펴보고 있다. A씨는 기후적응과 에너지 정책 관련 업무를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A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 기후부 내부망에는 고인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글이 올라왔다. 동료 B씨는 지난 20일 게시판에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고 “A사무관이 힘들어하는 것을 바쁘다는 이유로 지나쳤던 일이 마음에 남는다”고 적었다.B씨는 A씨가 생전 동료들에게 업무 과정에서 반복적인 질책을 받았고, 인신공격성 발언이나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고 털어놨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인이 조직 안에서 어려움을 표현하거나 도움을 요청했을 때 적절한 지원이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일을 특정 관리자 한 사람의 일탈로만 정리해서는 안 된다”며 “조직의 관행과 업무 방식에 문제는 없었는지도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기후부 감사관실도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감사관실은 유족 측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 의혹과 관련한 자료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A씨의 상급자는 현재 담당 직무에서 배제된 상태다.노조는 철저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기후부 노조 관계자는 “고인을 애도하는 기간이 끝나면 동료 직원들의 의견을 모을 예정”이라며 “비슷한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부처 차원의 조사와 보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김성환 기후부 장관도 내부 공지를 통해 애도의 뜻을 밝혔다. 김 장관은 “우리 곁을 떠난 A사무관의 명복을 빈다”며 “유가족께 깊은 위로를 드린다”고 했다. 그는 “업무나 최근의 비보로 힘든 감정을 느끼는 직원이 있다면 혼자 견디지 말고 도움을 요청해 달라”고 당부했다.김 장관은 조직 운영 방식도 되짚겠다고 했다. 그는 “저부터 무겁게 돌아보겠다”며 “기후부의 업무 방식과 조직 문화 가운데 동료를 힘들게 한 부분은 없었는지 살피겠다”고 밝혔다.기후부는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징계 등 후속 조치를 검토할 계획이다. 부처 관계자는 “고인의 사망 원인이 경찰 조사를 통해 확인되면 그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논의하겠다”고 설명했다.이번 사건을 계기로 신임 공무원 보호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용 초기 공무원은 업무 적응과 조직 문화에 동시에 노출되는 만큼, 상담 창구와 멘토링 제도, 관리자 교육이 실효성 있게 운영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고인의 죽음이 개인의 비극에 그치지 않고 공직 사회의 업무 문화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