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모아

영덕·기장 신규 원전 낙점… 주민들 "또 우리냐"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신규 대형 원전 건설지로 경북 영덕을, 소형모듈원자로인 SMR 부지로 부산 기장을 최종 낙점하면서 에너지 정책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재점화되고 있다. 영덕에는 2.8GW 규모의 대형 원전 2기가, 기장에는 0.7GW급 SMR 1기가 들어설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 부지 선정은 과거 핵시설 유치 과정에서 극심한 진통을 겪었던 지역의 상처를 다시 헤집는 결정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영덕은 과거 주민투표를 통해 90%가 넘는 압도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를 다시 외면했다는 점에서 민주적 절차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SMR 부지로 선정된 기장 지역의 상황은 더욱 복잡하다. 이미 세계적인 원전 밀집 지역인 기장은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과 해체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는 전례 없는 환경에 놓여 있다. 여기에 아직 상용화 단계에서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SMR까지 추가로 건설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되자 지역 주민들은 실험 대상이 된 것 같다며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 인공지능과 반도체 산업 확장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을 원전 확대의 핵심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그 근거가 되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전망치가 실제 시장 상황보다 과도하게 부풀려졌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실제로 정부가 예측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와 관련 업계의 보고서 사이에는 상당한 격차가 존재한다. 신청 물량의 중복이나 가수요가 포함된 수치를 신규 원전 건설의 근거로 삼는 것은 정책적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또한 첨단 산업의 전력 수요는 향후 10년 이내에 집중될 것으로 보이나, 원전은 부지 선정부터 가동까지 통상 15년 이상이 소요된다. 결국 가장 시급한 시기의 에너지 부족 문제를 가장 느린 발전원인 원전으로 해결하겠다는 논리는 기후위기 대응 전략으로서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세계적인 에너지 시장의 흐름 역시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은 설치 속도가 빠를 뿐만 아니라 발전 단가도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가장 경제적인 전력원으로 자리 잡았다. 유럽연합 등 선진국들은 이미 재생에너지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이며 화석연료와 원전의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반면 한국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세계 평균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신규 원전에 투입될 막대한 예산과 인력이 재생에너지 전환과 계통 개선에 쓰이지 못하고 원자력 산업에 묶여 있는 실정이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공존은 쉽지 않은 과제다. 원전은 24시간 일정한 출력을 유지해야 하는 경직성 전원인 반면, 재생에너지는 기상 상황에 따라 발전량이 변하는 특성을 갖는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전력망의 유연성이 중요해지지만, 원전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출력을 수시로 조절할 경우 설비의 열피로와 안전성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 결국 원전 확대는 미래의 분산형 전력 체계와 구조적으로 충돌하며 에너지 전환의 발목을 잡는 기회비용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에너지 정의 측면에서도 지역 불평등 문제는 심각하다. 수도권의 막대한 전력 소비를 위해 지방 주민들이 핵사고 위험과 방사성 폐기물 부담을 떠안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송전망 부족으로 인해 지방에서 생산된 청정 전기가 버려지는 상황에서 원전만 추가로 짓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시민사회는 부풀려진 수요 전망에 근거한 원전 건설 계획을 철회하고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 중심의 과감한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오는 27일 서울 보신각에서 열릴 대규모 결의대회는 이러한 민심이 결집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짜뉴스 10억' 망법 시행, 표현의 자유 논란

 온라인상의 허위조작정보 유통을 막기 위한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7일부터 전격 시행되면서 디지털 생태계에 거센 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허위정보를 반복적으로 게시할 경우 강력한 경제적 징벌을 가하는 데 있다. 특히 수익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유튜버나 인플루언서가 이미 법원에서 허위로 판명된 정보를 다시 유포할 경우 최대 10억 원에 달하는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정부는 가짜뉴스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자칫 정당한 비판이나 의견 표명마저 위축될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법 시행과 함께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대목은 혐오표현에 대한 규제 기준이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는 단순한 불쾌감이나 정치적 비판은 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특정 집단에 대한 직접적인 폭력 선동이나 인간의 존엄성을 현저히 훼손하는 경우에만 한정해 개입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혐오표현의 경계가 주관적일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작성 경위나 사회적 영향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정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부족한 상태에서 플랫폼 사업자들이 과잉 검열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로부터 쏟아지고 있다.플랫폼 사업자들에게 부여된 관리 의무도 대폭 강화되었다. 네이버나 유튜브 같은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혐오표현 신고를 접수할 경우 자율 정책에 따라 삭제나 노출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만약 정당한 사유 없이 방미통위의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다만 플랫폼 기업 자체가 가중 손해배상의 대상이 되지는 않으며, 책임은 정보를 직접 게재한 당사자에게 집중된다. 이는 플랫폼의 자율 규제를 독려하면서도 게시자의 책임 의식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되지만, 플랫폼 기업 입장에서는 법적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보수적인 운영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개인 창작자뿐만 아니라 언론사가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계정 역시 이번 법의 영향권에 들어왔다. 신문사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물이 허위조작정보로 판단될 경우 언론사도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된다. 다만 공익적 관심사나 공공복리를 위한 정보는 배상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예외 조항이 마련되었다. 또한 대규모 플랫폼 사업자가 언론사나 인터넷뉴스서비스 사업자의 계정을 임의로 정지하거나 게시물을 삭제할 수 없도록 제한해 언론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익성의 판단 기준을 두고 향후 법적 분쟁이 잦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정치권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야권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입막음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일부 의원들은 법 시행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검은 마스크를 쓰고 회의에 참석하는 등 항의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반면 여권과 정부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인격 살인과 사회적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적 장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법 시행 첫날부터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법 해석이 충돌하면서, 향후 실제 과징금 부과나 손해배상 청구가 이뤄지는 첫 사례가 법의 정당성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결국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가짜뉴스 근절이라는 본래 취지를 살릴지, 아니면 온라인 공론장을 위축시키는 족쇄가 될지는 향후 방미통위의 심의와 법원의 판결에 달려 있다. 이용자들은 허위정보 발견 시 구체적인 증빙자료를 갖춰 플랫폼에 신고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되었지만, 동시에 자신의 발언이 법적 책임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압박감도 안게 되었다. 디지털 주권과 표현의 자유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시작된 셈이다. 정부가 우려하는 '온라인 활동 위축'을 막기 위해서는 투명한 심의 절차와 객관적인 기준 확립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로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