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마크롱의 베르사유 외교… 트럼프 마음 돌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초대로 베르사유 궁전에서 비공개 단독 만찬을 가졌다. 이번 만찬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을 모두 마친 뒤 이뤄진 것으로, 미국 독립 250주년과 양국의 오랜 우방 관계를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 평소 화려한 건축물에 깊은 관심을 보여온 트럼프 대통령은 루이 14세의 권위가 서린 궁전의 모습에 감탄하며 마크롱 대통령 부부의 환대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행보를 보였다. 회의 도중 자리를 뜨거나 합의를 거부했던 이전 사례와 달리, 이번에는 모든 세션에 참석했을 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강경한 내용의 공동성명을 승인했다. 성명에는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 지지와 대러시아 제재 강화 등 기존 미국의 입장보다 진일보한 표현들이 담겼다. 이는 마크롱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세심하게 일정을 설계한 전략적 외교의 결과로 풀이된다.

 


만찬이 진행된 베르사유 궁전의 로어갤러리는 단순한 식사 자리를 넘어 역사적인 결정의 무대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곳에서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을 종식하는 양해각서(MOU)에 최종 서명했다. 800단어 분량의 이 문서에는 양국의 적대 행위 중단과 향후 협상 일정이 담겼으며, 서명 직후 촬영본이 중재국을 통해 이란 측에 즉각 전달됐다. 프랑스 왕정의 상징인 베르사유가 현대 국제 정치의 핵심 현안을 해결하는 외교적 중심지로 탈바꿈한 순간이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만찬을 통해 프랑스의 문화적 자부심과 외교적 위상을 동시에 과시했다. 1961년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이후 미국 대통령이 단독 주빈으로 베르사유에 초청받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베르사유를 엘리제궁의 연장선으로 활용하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 유대감을 강화하는 동시에 소원해졌던 북대서양 동맹 관계를 재정비하는 성과를 거뒀다. 프랑스 언론들은 이를 두고 마크롱식 '소프트 파워 외교'의 정점이라고 평가했다.

 


만찬 메뉴 역시 프랑스의 지역적 특색을 살린 최고급 요리들로 구성되어 트럼프 대통령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비고르산 흑돼지와 루아르산 아스파라거스 등 프랑스 각지의 명산물이 식탁에 올랐으며, 루이 14세 시대의 조각상들이 배치된 화려한 분위기 속에서 양국 정상은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트럼프 대통령은 G7 기간 중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두 차례 만남을 갖는 등 대외 정책에서의 유연한 변화를 시사하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르사유에서의 일정을 끝으로 프랑스 방문을 마무리하며 이번 회의가 매우 특별한 자리였다고 소회를 밝혔다. 미국의 접근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환영한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처럼, 이번 G7은 서방 결속력을 재확인하는 중대한 전환점이 됐다. 베르사유 궁전에서 울려 퍼진 종전 서명의 소식과 강화된 동맹의 목소리는 향후 국제 정세의 흐름을 결정짓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15억의 침묵' 한화, 한국시리즈 돌풍 1년 만에 위기

 지난 시즌 KBO 리그에 거센 돌풍을 일으키며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밟았던 한화 이글스가 1년 만에 가혹한 시련을 맞이했다. 암흑기를 견디며 수집한 특급 유망주들이 팀의 주축으로 성장해 결실을 보는 듯했으나, 올 시즌 들어 핵심 투수 자원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무너졌기 때문이다. 한화가 각별한 공을 들여 영입한 이른바 '5억팔 트리오' 문동주, 김서현, 정우주는 현재 부상과 구위 저하 등으로 인해 제 역할을 전혀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팀의 미래를 상징하던 이들의 부진은 한화의 순위 싸움에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가장 뼈아픈 대목은 에이스 문동주의 이탈이다. 2023년 신인왕이자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주역인 문동주는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도 전천후 활약을 펼치며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그러나 올 시즌 초반 오른쪽 어깨 통증을 호소하더니 결국 관절 와순 손상이라는 진단을 받고 미국에서 수술대에 올랐다. 팀의 1선발 역할을 해줘야 할 자원이 시즌 아웃되면서 한화 선발진에는 거대한 구멍이 생겼다. 문동주의 공백은 단순한 투수 한 명의 부재를 넘어 팀 전체의 사기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뒷문을 책임져야 할 김서현의 상황도 처참하다. 지난해 33세이브를 올리며 리그 정상급 마무리 투수로 발돋움했던 김서현은 올해 구속 저하와 제구 난조가 겹치며 완전히 무너졌다. 10점대가 넘는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채 2군으로 내려간 그는 벌써 수개월째 1군 복귀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다. 한화 벤치는 그를 대신할 자원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지난해 김서현이 보여줬던 압도적인 구위를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마무리 투수의 부재는 경기 후반 역전패가 잦아지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트리오의 막내 격인 정우주 역시 2년 차 징크스의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데뷔 시즌이었던 지난해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평균자책점 2점대의 놀라운 성적을 거뒀던 그는 올해 6점대 중반까지 치솟은 방어율로 고전 중이다.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의 부진이 정규시즌까지 이어지는 모양새다. 김경문 감독은 정우주의 잠재력을 믿고 꾸준히 기회를 부여하며 독려하고 있지만, 마운드 위에서 보여주는 투구 내용은 여전히 불안하다. 구위 자체는 나쁘지 않으나 결정적인 순간 장타를 허용하는 빈도가 높아졌다.한화가 만년 하위권의 설움을 씻기 위해 선택했던 '유망주 육성 올인' 전략은 지난해 확실한 성과를 거두는 듯 보였다. 하지만 투수진의 핵심인 세 선수가 동시에 부침을 겪으면서 리빌딩의 완성 단계에서 다시금 제동이 걸렸다. 고액의 계약금을 안겨주며 기대를 걸었던 유망주들이 한꺼번에 전력에서 이탈하거나 부진에 빠지는 시나리오는 구단으로서도 예상치 못한 최악의 변수였다. 이는 특정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한화의 투수진 구성이 가진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낸 결과이기도 하다.현재 한화는 이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베테랑과 신예들을 총동원하고 있으나 '5억팔'들이 보여줬던 파괴력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문동주의 재활 성공 여부와 김서현의 구위 회복, 정우주의 징크스 탈출은 향후 한화 이글스의 몇 년을 결정지을 중대한 과제다. 김경문 감독 체제 아래서 이들이 다시 본 궤도에 오를 수 있을지가 올 시즌 남은 기간 한화의 성적은 물론 내년 시즌 구상까지 좌우할 전망이다. 독수리 군단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이들 트리오의 부활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