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모아

'명청 갈등' 일단 봉합, 공항서 만나는 당청

 유럽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이재명 대통령의 귀국 환영 행사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민석 국무총리가 동반 참석하기로 확정됐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귀국을 하루 앞둔 17일 오후, 정부 인사와 당 지도부가 대거 참석하는 공식 환영 행사 계획을 발표했다. 차기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른바 '명청 갈등'으로 불리는 계파 간 대립이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우려가 커지자,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당청 간의 불협화음을 잠재우기 위한 모양새를 갖춘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의전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분열 조짐을 보이는 여권 내부를 하나로 묶으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앞서 지난 9일 이 대통령의 출국 당시에는 정 대표가 공항 환송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당청 관계에 이상 기류가 감지됐다. 반면 당권 도전 가능성이 점쳐지는 김 총리는 자리를 지키면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대통령의 의중인 이른바 '명심'이 이미 특정 후보에게 기운 것 아니냐는 해석이 쏟아졌다. 청와대는 당시 정 대표의 불참을 두고 국내 현안 대응을 위한 인원 최소화라고 설명했으나, 여의도 정가에서는 사실상 청와대가 정 대표를 배제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례적인 불참 사태는 당원과 지지층 사이에서도 계파 갈등에 대한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계기가 됐다.

 


여권 내부의 분열 양상은 지방선거 이후 국정 지지도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더욱 가팔라졌다.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행정적 미숙함과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에 대해 이 대통령은 '국민의 경고'라는 표현을 쓰며 여당의 책임을 강조해왔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정권의 유한함을 언급하며 날 선 반응을 보였고, 대통령 또한 순방지에서 SNS를 통해 여당의 열정이 진영이 아닌 국민을 향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맞불을 놨다. 전당대회가 임박한 시점에서 최고 권력자와 당 대표가 직접 충돌하는 모습은 여권 전체에 상당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런 상황에서 귀국 행사에 정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를 초청한 것은 국정 운영 동력을 회복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경제적 충격과 각종 민생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여권이 내부 권력 투쟁에만 매몰된 인상을 줄 경우 지지율 추가 하락은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대통령이 특정 계파를 밀어준다는 오해가 확산할 경우 전당대회의 공정성 논란은 물론, 향후 당정 관계 전반에 걸쳐 수습하기 어려운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분석된다.

 


정치 전문가들은 이번 귀국 행사가 여권 내 계파 갈등의 완전한 종식보다는 '일시적 휴전'에 가깝다고 평가한다. 연임 도전을 고심 중인 정 대표와 사실상 출마를 굳힌 김 총리 사이의 경쟁 구도는 전당대회가 다가올수록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으로서도 국정 쇄신을 위해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지만, 그 과정이 당의 분열로 이어지는 것은 경계하고 있다. 결국 내일 공항에서 보여줄 이 대통령의 표정과 메시지가 향후 전당대회 정국에서 각 후보의 입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의 귀국과 함께 여권은 본격적인 전당대회 체제로 전환될 전망이다. 청와대가 갈등 봉합을 위해 정 대표의 참석을 조율하며 판을 깔아준 만큼, 당 지도부 역시 이에 화답하는 수준의 통합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전당대회까지 남은 두 달여의 시간 동안 당권을 거머쥐기 위한 각 계파의 수 싸움은 물밑에서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귀국 행사가 여권의 결속을 다지는 전환점이 될지, 아니면 더 큰 충돌을 앞둔 폭풍 전야의 정적이 될지는 내일 이후의 당청 관계 행보에 달려 있다.

 

 

 

정청래 '조직' vs 김민석 '민심' 정면충돌

 더불어민주당이 탈당이나 제명 등으로 비어 있는 일부 지역위원장 자리를 해당 지역 기초단체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하기로 뜻을 모았다. 민주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는 지난 24일 이 같은 방침을 최고위원회에 보고했으며, 26일 열린 비공개 최고위에서도 8월 전당대회까지 단체장 대행 체제를 유지하는 방안이 심도 있게 논의됐다. 당 지도부는 이르면 오는 29일 최종 의결을 거쳐 당무위원회에 부의할 것으로 보이나, 당권 주자 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이번 조치로 직무대행 체제가 도입되는 곳은 서울 동작갑, 동대문을, 강서갑 등 주요 전략 지역이다. 류삼영 동작구청장과 최동민 동대문구청장, 진교훈 강서구청장 당선인 등이 각 지역위원장의 업무를 대신하게 된다. 문제는 이들이 모두 정청래 전 대표 체제에서 공천을 받아 당선된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 전 대표가 전당대회를 앞두고 자신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단체장들을 통해 지역 조직을 장악하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실제로 지역위원장은 전당대회 국면에서 권리당원 명부에 접근할 수 있고 각종 행사를 주도할 수 있어 선거 결과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정 전 대표의 경쟁 후보 측에서는 특정 후보와 가까운 단체장들이 지역 조직을 관리하는 것이 경선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당 지도부는 대선과 지방선거 이후 조직 안정화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지만, 당내에서는 '자기 사람 심기'를 통한 세력 확장이라는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당권 주자들의 정책 행보도 갈수록 선명해지고 있다. 정 전 대표와 김민석 국무총리는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론을 두고 주도권 다툼을 벌이며 당심 공략에 나섰다. 정 전 대표는 여성 당선인 워크숍에 참석해 시민사회가 주도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공동 발의자로 참여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이는 당내 강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 세력의 지지를 공고히 하여 경선 승기를 잡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반면 김 총리는 국정 운영의 책임감을 강조하면서도 호남 민심을 파고드는 행보를 보였다. 그는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를 찾아 청년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강연하며 'DJ 정치론'을 설파했다. 여론조사 지표에서는 김 총리가 앞서가는 형국이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차기 당대표 선호도 조사에서 김 총리는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45%의 지지를 얻어 24%에 그친 정 전 대표를 크게 앞섰다. 하지만 조직표가 동원되는 전당대회 특성상 실제 결과는 안개 속이라는 분석이 많다.당권 경쟁이 과열되면서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이미 합의된 사안인 보완수사권 폐지를 다시 쟁점화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고, 김남준 의원은 후보들 간의 분열과 배제의 언어를 자제해달라고 촉구했다. 전당대회가 다가올수록 지역 조직 대행 체제를 둘러싼 공정성 시비와 정책 선명성 경쟁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이며, 이는 민주당의 향후 진로를 결정짓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