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로댄스프로젝트, 신작 '사물의 가치' 공연

 현대무용계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온 로댄스프로젝트가 기술 문명 속 인간의 존재 이유를 묻는 화두를 던진다. 이들은 내달 11일부터 이틀간 서울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신작 '사물의 가치'를 무대에 올린다. 이번 공연은 로댄스프로젝트가 3년이라는 긴 공백을 깨고 선보이는 야심작으로, 서울문화재단의 예술창작지원사업에 선정되며 제작 단계부터 기대를 모았다. 안무를 맡은 노정식 예술감독은 기계가 노동과 사고를 대신하는 오늘날, 오직 인간만이 표현할 수 있는 고유한 감각에 집중했다.

 

작품은 기술의 고도화로 인해 소외되는 인간의 생물학적 가치를 무용수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재조명한다. 안무가는 데이터나 알고리즘으로 복제할 수 없는 인간 몸의 미세한 떨림과 불규칙한 숨의 리듬이야말로 진정한 인간다움의 증거라고 역설한다. 무대 위 무용수들은 단순한 신체적 기량을 뽐내는 것을 넘어, 살아있는 유기체로서 지닌 생명력과 그 안에 내재된 숭고한 가치를 증명해내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는 관객들에게 기술 시대에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되묻는 계기가 된다.

 


이번 무대를 위해 현대무용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실력파 무용수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조안무와 출연을 겸하는 배민우를 필두로, 3D 홀로그램과 무용의 결합을 시도했던 신이안, 포르투갈에서 활동하며 국제적인 감각을 익힌 김하현 등이 합류해 무대의 완성도를 높였다. 또한 이다린, 이수연, 이해슬 등 개성 넘치는 무용수들이 가세해 로댄스프로젝트만의 깊이 있는 움직임을 구현한다.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무용수들이 빚어내는 조화는 작품이 지향하는 인간 본연의 다양성을 시각화한다.

 

공간 구성 또한 작품의 주제 의식을 극대화하도록 설계됐다. 로댄스프로젝트는 화려한 장식보다는 절제된 무대 장치와 조명을 선택해 관객의 시선이 오로지 무용수의 몸짓에만 머물게 했다. 소극장이라는 밀폐된 공간의 장점을 살려 무용수의 숨소리와 땀방울까지 관객에게 전달함으로써, 마치 대화를 나누는 듯한 친밀한 언어를 구축했다. 이러한 연출은 관객이 사유의 주체로서 작품에 몰입하고, 몸이 지닌 물리적 가치를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돕는다.

 


로댄스프로젝트는 지난 2004년 창단 이후 실험적인 시도와 탄탄한 구성력으로 한국 현대무용의 위상을 높여왔다. 서울무용제에서 우수상과 안무상을 휩쓴 '프랑켄슈타인'과 대통령상을 거머쥔 '까마귀' 등은 이들의 예술적 역량을 증명하는 대표작들이다. 오랜 시간 인간의 본질을 탐구해온 이들의 행보는 이번 신작에서도 일관되게 이어진다. 노정식 안무가는 무용이라는 매체를 통해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근원적인 가치를 관객과 공유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여름의 문턱에서 펼쳐지는 이번 공연은 총 세 차례에 걸쳐 관객과 만난다. 7월 11일 오후 3시와 7시, 그리고 12일 오후 3시에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인간 몸의 찬란한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 기술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역설적으로 가장 아날로그적인 몸의 언어를 통해 위로와 성찰을 얻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번 무대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로댄스프로젝트의 귀환은 정체된 현대무용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무섭노"가 일베? 아이돌 사투리 논란 확산

 경상도 출신 걸그룹 멤버의 일상적인 방언 사용이 극우 커뮤니티의 혐오 표현이라는 의혹에 휩싸이며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걸그룹 리센느의 멤버 원이가 유튜브 콘텐츠 중 "무섭노"라고 언급한 장면이었다. 경남 거제가 고향인 원이는 현장의 분위기를 사투리로 표현했으나, 일부 누리꾼들은 이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일베식 말투'라고 규정하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특정 어미를 둘러싼 이 논쟁은 곧 정치권의 가세로 인해 지역 방언과 혐오 표현의 경계에 대한 거대한 담론으로 확장됐다.정치권에서는 조국 전 대표가 포문을 열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조 전 대표는 SNS를 통해 영남 방언의 문법적 규칙을 언급하며, 의문문 끝에 기계적으로 '노'를 붙이는 것은 일베식 조롱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청년층 사이에서 이러한 용법이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현상에 우려를 표하며 사용 자제를 촉구했다. 반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를 '낙인찍기'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대표는 언어학적 관점에서 해당 표현이 감탄이나 독백으로도 쓰인다는 점을 강조하며, 젊은 세대에게 과도한 엄숙주의를 강요하지 말라고 맞받아쳤다.문화계와 학계에서도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일부 다큐멘터리 연출가는 혐오 표현에 뿌리를 둔 언어를 사용하는 태도 자체를 문제 삼은 반면, 경상도 출신 방송인들은 실제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표현이라며 일베몰이가 지나치다고 항변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국립국어원까지 등판했으나, 학자마다 견해가 달라 단정하기 어렵다는 신중한 답변을 내놓았다. 이는 방언의 세부적인 용법이 지역과 맥락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논쟁의 복잡성을 더했다.이번 사태는 우리 사회의 언어 검열이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나경원 의원 등 여권 인사들은 사투리까지 사상 검증의 잣대로 삼는 현실을 '전체주의적 홍위병'에 비유하며 숨 막히는 감시 사회를 경고했다. 반면 혐오 표현의 사회적 맥락을 중시하는 측에서는 특정 언어가 온라인에서 조롱의 도구로 소비되어 온 역사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최근 고교 야구팀의 응원 구호를 둘러싼 징계 논란처럼, 언어의 의도와 맥락을 어디까지 검증해야 하는지가 핵심 쟁점이 됐다.언어학자들은 같은 표현이라도 사용자의 의도와 상황에 따라 의미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조언한다. 동남방언에서 '노'는 단순한 의문형을 넘어 혼잣말이나 한탄의 의미로 폭넓게 사용된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단어 하나만으로 사용자의 사상을 재단하는 것은 언어의 다양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온라인 공간에서 혐오 코드가 교묘하게 일상 언어에 침투해 있는 현실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에, 표현의 자유와 혐오 방지 사이의 균형점 찾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결국 이번 논란은 단순한 말실수 공방을 넘어 한국 사회의 세대 간 문화 차이와 지역색, 그리고 온라인 혐오 문화가 뒤섞인 복합적인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아이돌의 발언 하나에 정치권이 총출동해 설전을 벌이는 모습은 우리 사회의 갈등 구조가 얼마나 예민하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방언의 고유한 가치를 보존하면서도 혐오 표현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두 가지 가치가 충돌하는 가운데, 언어의 적절성을 판단하는 사회적 합의의 기준은 여전히 안갯속에 머물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