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젠슨 황, 트럼프 'AI 지분 보유'에 제동

 인공지능 산업의 상징적 인물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급격한 기술 확산에 따른 사회적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새로운 시대적 규범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황 CEO는 17일 AP통신과의 대담에서 AI로 인한 일자리 상실과 사회 혼란 우려를 정면으로 거론하며, 기술의 진보를 막기보다는 변화된 환경에 맞춘 사회 시스템의 재설계가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모든 대중이 AI를 두려워하기보다 직접 사용하며 기술의 실체를 파악할 것을 권고하며, 변화에 발맞춘 능동적인 대응만이 혼란을 줄이는 길임을 시사했다.

 

기술의 수용 과정을 자동차 산업의 태동기에 비유한 황 CEO의 설명은 인상적이다. 과거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을 때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한 존재로 인식되었으나, 인류는 인도와 횡단보도를 설치하고 교통 법규를 제정하는 방식으로 공존의 길을 찾아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어린 시절 길거리에서 놀던 문화가 자동차의 확산으로 자연스럽게 변화했듯, AI 역시 초기에는 기존 질서를 위협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결국 인류가 새로운 안전 기준과 생활 규범을 만들어내며 적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불거진 일자리 감소 우려에 대해서도 황 CEO는 AI가 오히려 기술 격차를 해소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낙관론을 펼쳤다. 전문적인 프로그래밍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도 AI를 활용해 복잡한 문서를 분석하거나 웹사이트를 제작하는 등 고차원적인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됨으로써, 과거 소수 전문가만이 누리던 기술적 권한이 대중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기술 장벽을 낮추어 새로운 형태의 경제 활동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치권에서 제기된 파격적인 구상에 대해서는 명확한 선을 그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거론한 '정부의 AI 기업 지분 보유' 방안에 대해 황 CEO는 논의된 바 없는 사안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미국 기업의 성공이 주가 상승과 세수 증대, 고용 창출을 통해 이미 국민에게 환원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다만 국가 안보를 위한 정부의 검증 절차와 안전 규제에 대해서는 기술 발전의 최우선 고려사항이라며 협력의 여지를 남겼다.

 


미국의 AI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실질적인 과제로는 에너지 인프라의 전면적인 확충을 꼽았다. 황 CEO는 현재 미국의 에너지 생산 체계가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며, 오랫동안 생산이 억제되어 온 결과 심각한 지체 현상을 겪고 있다고 꼬집었다. AI 주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기술력뿐만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물리적인 에너지 기반 시설의 혁신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정치적 중립성과 국익에 대한 소신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긴밀한 관계가 주목받는 상황에서 그는 대통령의 성공이 곧 국가의 성공이라는 원칙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개인적인 정치적 견해는 다를 수 있으나, 선출된 권력이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수행해야 미국 전체의 번영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이는 엔비디아가 특정 정파에 치우치지 않고 국가 전략 산업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되며, 글로벌 AI 패권 경쟁 속에서 기업이 취해야 할 전략적 스탠스를 보여준다.

 

"무섭노"가 일베? 아이돌 사투리 논란 확산

 경상도 출신 걸그룹 멤버의 일상적인 방언 사용이 극우 커뮤니티의 혐오 표현이라는 의혹에 휩싸이며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걸그룹 리센느의 멤버 원이가 유튜브 콘텐츠 중 "무섭노"라고 언급한 장면이었다. 경남 거제가 고향인 원이는 현장의 분위기를 사투리로 표현했으나, 일부 누리꾼들은 이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일베식 말투'라고 규정하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특정 어미를 둘러싼 이 논쟁은 곧 정치권의 가세로 인해 지역 방언과 혐오 표현의 경계에 대한 거대한 담론으로 확장됐다.정치권에서는 조국 전 대표가 포문을 열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조 전 대표는 SNS를 통해 영남 방언의 문법적 규칙을 언급하며, 의문문 끝에 기계적으로 '노'를 붙이는 것은 일베식 조롱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청년층 사이에서 이러한 용법이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현상에 우려를 표하며 사용 자제를 촉구했다. 반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를 '낙인찍기'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대표는 언어학적 관점에서 해당 표현이 감탄이나 독백으로도 쓰인다는 점을 강조하며, 젊은 세대에게 과도한 엄숙주의를 강요하지 말라고 맞받아쳤다.문화계와 학계에서도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일부 다큐멘터리 연출가는 혐오 표현에 뿌리를 둔 언어를 사용하는 태도 자체를 문제 삼은 반면, 경상도 출신 방송인들은 실제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표현이라며 일베몰이가 지나치다고 항변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국립국어원까지 등판했으나, 학자마다 견해가 달라 단정하기 어렵다는 신중한 답변을 내놓았다. 이는 방언의 세부적인 용법이 지역과 맥락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논쟁의 복잡성을 더했다.이번 사태는 우리 사회의 언어 검열이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나경원 의원 등 여권 인사들은 사투리까지 사상 검증의 잣대로 삼는 현실을 '전체주의적 홍위병'에 비유하며 숨 막히는 감시 사회를 경고했다. 반면 혐오 표현의 사회적 맥락을 중시하는 측에서는 특정 언어가 온라인에서 조롱의 도구로 소비되어 온 역사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최근 고교 야구팀의 응원 구호를 둘러싼 징계 논란처럼, 언어의 의도와 맥락을 어디까지 검증해야 하는지가 핵심 쟁점이 됐다.언어학자들은 같은 표현이라도 사용자의 의도와 상황에 따라 의미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조언한다. 동남방언에서 '노'는 단순한 의문형을 넘어 혼잣말이나 한탄의 의미로 폭넓게 사용된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단어 하나만으로 사용자의 사상을 재단하는 것은 언어의 다양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온라인 공간에서 혐오 코드가 교묘하게 일상 언어에 침투해 있는 현실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에, 표현의 자유와 혐오 방지 사이의 균형점 찾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결국 이번 논란은 단순한 말실수 공방을 넘어 한국 사회의 세대 간 문화 차이와 지역색, 그리고 온라인 혐오 문화가 뒤섞인 복합적인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아이돌의 발언 하나에 정치권이 총출동해 설전을 벌이는 모습은 우리 사회의 갈등 구조가 얼마나 예민하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방언의 고유한 가치를 보존하면서도 혐오 표현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두 가지 가치가 충돌하는 가운데, 언어의 적절성을 판단하는 사회적 합의의 기준은 여전히 안갯속에 머물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