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모아

대구 빼고 서울 넣고… 국민의힘 소청 '모호'

 국민의힘이 선거 관리 부실에 따른 선거소청 대상 지역으로 서울을 포함한 6개 시도를 우선 선정했으나, 그 기준이 모호하다는 당내외 비판에 직면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1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 참정권이 현저하게 훼손된 지역을 최우선 가치로 삼았다고 강조하며 정치적 유불리를 배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심각했던 대구와 경남 등 여권 승리 지역이 대거 제외되면서, 당 지도부가 사태의 심각성보다 선거 결과와 정치적 계산을 우선시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선정 기준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소청 대상에서 빠진 대구의 경우 7개 투표소에 용지가 추가 교부됐으며, 이 중 한 곳은 투표가 일시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겪었다. 경남 역시 투표용지 부족이 확인된 곳이 존재함에도 명단에 오르지 못했다. 반면 울산이나 광주·전남은 대구보다 침해 규모가 작았음에도 소청 대상에 포함되는 등 지역별 형평성이 어긋나는 모습이다. 이는 참정권 회복이라는 명분과 실제 행동 사이의 괴리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득표율 격차를 기준으로 한 합리성 측면에서도 의문은 남는다. 경기 지역은 당선자와 낙선자 간 격차가 15%포인트 이상 벌어져 재선거를 하더라도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이 희박함에도 소청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2%포인트대의 근소한 차이로 승부가 갈린 경남은 제외됐다. 결국 투표용지 부족이 선거 결과에 미친 실질적인 영향력보다는, 해당 지역의 선거 결과가 여당에 유리한지 불리한지에 따라 소청 여부가 결정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리스트 선정이 장동혁 대표 체제와의 관계 설정에 따른 정략적 판단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여당 후보가 승리한 지역 중 서울만 유일하게 소청 대상에 포함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선거 과정에서 당 지도부의 '윤어게인' 노선과 거리를 두었던 오세훈 서울시장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참정권 수호라는 대의명분이 특정 정치인을 겨냥한 압박 수단으로 변질되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논란이 확산하자 국민의힘 지도부는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당 관계자들은 복수 투표소에서 문제가 발생한 지역을 모두 검토 중이라며, 소청 대상을 9개 광역단체로 확대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투표용지 추가 교부가 한 곳에 불과했던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사실상 사태가 발생한 모든 주요 지역을 포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초기 발표의 편향성을 인정하고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 부랴부랴 대상지를 넓히는 모양새다.

 

선거 관리 부실이라는 국가적 사안을 다루면서 여당이 보여준 갈지자 행보는 지지층 내에서도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명확한 원칙 없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소청 지역을 골라내는 행태는 참정권 회복이라는 본질을 흐릴 뿐만 아니라, 향후 진행될 법적 절차의 정당성마저 약화시킬 수 있다. 국민의힘이 뒤늦게 대상 지역 확대를 검토하고 있지만, 이미 불거진 '정치적 계산' 논란은 당분간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선호투표제면 김문수 당선? 비현실적 가설의 함정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8월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 선호투표제를 전격 도입하기로 결정하면서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선호투표제는 유권자가 후보자들에게 선호 순위를 매겨 투표하고,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최하위 후보의 표를 차순위자에게 재배분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결정이 내려지자 일각에서는 지난 21대 대통령선거에 이 제도가 적용됐다면 당선인이 바뀌었을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하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보수 진영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의 표가 합쳐져 역전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논리가 확산된 것이다.하지만 실제 선거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해보면 이러한 역전 시나리오는 실현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49.42%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과반에 단 0.58%포인트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반면 2위 김문수 후보는 41.15%를 얻어 이재명 후보를 추월하기 위해서는 하위 후보들의 표 중 8.85%포인트를 추가로 확보해야 했다. 이는 이준석 후보를 포함한 모든 하위 후보 득표분의 약 94%에 달하는 수치로,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몰표가 쏟아져야만 가능한 수치다.정치 전문가들은 하위 후보 지지자들의 표가 특정 후보에게 일방적으로 쏠릴 것이라는 가정 자체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한다. 선호투표제의 핵심은 꼴찌 후보가 탈락할 때 그 표가 어디로 흐르느냐에 있는데, 당시 4위였던 권영국 후보나 5위 송진호 후보의 표가 김문수 후보에게 갈 확률은 낮다. 오히려 진보 성향 유권자의 표 일부만 이재명 후보에게 흡수되어도 이 후보는 즉시 과반을 달성하게 된다. 이준석 후보의 표가 계산에 포함되기도 전에 이미 승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분석이다.과거 여론조사 결과 역시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한다. 대선 당시 후보 단일화를 가정한 조사에서 이준석 후보 지지층의 약 절반만이 김문수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답했으며, 약 30%에 가까운 인원은 오히려 이재명 후보를 지지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즉, 선호투표제가 실시되었더라도 이준석 후보를 1순위로 찍은 유권자의 2순위 표는 김문수 후보와 이재명 후보로 분산되었을 것이 자명하다. 결과적으로 두 보수 후보의 득표율을 산술적으로 합산해 역전을 주장하는 것은 유권자의 복잡한 표심을 간과한 오류에 가깝다.결선투표제와 선호투표제의 태생적 차이도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결선투표제는 1차 투표 이후 후보 간의 명시적인 정치적 연대나 단일화가 활발히 일어나며 표심의 대이동을 유도할 수 있는 구조다. 반면 선호투표제는 투표 전에 이미 모든 순위를 결정해야 하므로, 정당 간의 사전 연합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드라마틱한 역전극이 벌어지기 어렵다. 지난 대선의 구도를 대입해봐도 선호투표제 환경에서는 1위 후보의 과반 달성을 저지하기보다는 오히려 굳혀주는 결과로 이어질 확률이 높았다.결국 민주당의 이번 제도 도입을 둘러싼 '대선 결과 번복' 주장은 통계적 근거가 부족한 과장된 가설로 확인됐다. 유권자가 한 후보에게만 기표하는 현행 방식에서 나머지 후보에 대한 선호도를 예단하는 것은 위험하며, 하위 후보들의 미세한 득표 차이가 승패를 가르는 변수가 되기에는 이재명 후보의 당시 득표력이 압도적이었다. 민주당 내부의 선호투표제 도입 논쟁은 제도 자체의 민주적 정당성이나 당내 계파 간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논의되는 것이 타당하며, 과거 대선 결과와의 무리한 결부는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