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모아

의료계, 탈모약 건보 추진에 반발

 보건복지부가 하반기 탈모 치료제의 건강보험 급여화를 목표로 대국민 의견 수렴 절차를 밟기로 하면서 의료 현장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최근 간담회에서 탈모 치료에 대한 건보 적용 방식과 재정 소요 파악을 마쳤으며, 향후 국민 토론회를 통해 최종 방향을 설정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행정안전부와 협력해 다음 달 초 서울에서 관련 내용을 다루는 대규모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의학적 근거가 아닌 여론에 기대어 급여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 건강보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정책 추진은 이재명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탈모를 단순한 미용 문제가 아닌 생존의 영역으로 규정하고 건보 지원을 약속해 왔다. 지난해 말 업무보고에서도 관련 사항을 구체적으로 지시하면서, 그간 유전성 탈모를 비급여 대상으로 분류해 온 복지부의 입장도 급선회했다. 대통령의 한마디에 의학적 타당성 검토보다 정책 집행이 우선시되는 상황을 두고 의료계에서는 '정치적 결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의료계는 특히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다. 일선 의사들이 임상적 근거를 바탕으로 실시한 치료 행위조차 효과성을 이유로 진료비를 삭감하거나 환수하는 정부가, 탈모약에 대해서는 토론회라는 별개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한 전문의는 효과가 입증된 도수치료조차 보조적 성격이라며 급여 혜택을 대폭 축소한 정부가, 유전성 탈모 치료에 건보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의학적 필요성보다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건강보험 재정 악화에 대한 우려도 깊다. 올해부터 건보 재정이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연간 최소 1,000억 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탈모 지원이 타당하냐는 논란이다. 특히 급여화가 실현될 경우 그동안 비용 부담 때문에 치료를 기피했던 잠재적 환자들이 대거 의료 현장으로 유입되면서 실제 재정 지출 규모는 정부의 추산치를 크게 웃돌 수 있다. 암이나 희귀 난치성 질환처럼 생명과 직결된 중증 질환에 대한 보장성 강화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시각차도 뚜렷하다. 일부 시민단체는 탈모약이 급여권에 진입하면 약가 통제를 통해 환자 부담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라며 보장성 확대를 환영하고 있다. 반면 환자단체연합회 등은 유전성 탈모 치료의 비용 대비 효과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한정된 재정을 투입하는 데 있어 사회적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전성 탈모는 생명에 직접적인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재정 투입의 우선순위 논쟁은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복지부는 사회적 합의를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토론회 과정에서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탈모 인구가 전 연령대에 걸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만큼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의 압박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의학적 원칙과 국민적 요구, 그리고 재정 건전성이라는 세 가지 가치가 충돌하는 가운데 정부가 내놓을 최종안이 향후 건강보험 정책의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탈모약 건보 적용을 둘러싼 갈등은 하반기 보건의료계의 가장 뜨거운 감자로 남게 됐다.

 

 

 

신임 사무관은 왜 떠났나…기후부 내부망에 터진 ‘조직문화’ 호소

30대 기후에너지환경부 사무관이 숨진 뒤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과 부처가 동시에 사실관계 확인에 들어갔다. 임관 10개월 차였던 고인이 생전 과중한 업무와 상급자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힘들어했다는 내부 증언이 나오면서, 기후부 조직문화 전반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지난 21일 경찰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기후부지부 등에 따르면 세종남부경찰서는 지난 16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기후부 사무관 A씨의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A씨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겪었는지, 업무 부담이 사망에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주변인 진술과 생전 기록을 살펴보고 있다. A씨는 기후적응과 에너지 정책 관련 업무를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A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 기후부 내부망에는 고인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글이 올라왔다. 동료 B씨는 지난 20일 게시판에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고 “A사무관이 힘들어하는 것을 바쁘다는 이유로 지나쳤던 일이 마음에 남는다”고 적었다.B씨는 A씨가 생전 동료들에게 업무 과정에서 반복적인 질책을 받았고, 인신공격성 발언이나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고 털어놨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인이 조직 안에서 어려움을 표현하거나 도움을 요청했을 때 적절한 지원이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일을 특정 관리자 한 사람의 일탈로만 정리해서는 안 된다”며 “조직의 관행과 업무 방식에 문제는 없었는지도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기후부 감사관실도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감사관실은 유족 측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 의혹과 관련한 자료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A씨의 상급자는 현재 담당 직무에서 배제된 상태다.노조는 철저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기후부 노조 관계자는 “고인을 애도하는 기간이 끝나면 동료 직원들의 의견을 모을 예정”이라며 “비슷한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부처 차원의 조사와 보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김성환 기후부 장관도 내부 공지를 통해 애도의 뜻을 밝혔다. 김 장관은 “우리 곁을 떠난 A사무관의 명복을 빈다”며 “유가족께 깊은 위로를 드린다”고 했다. 그는 “업무나 최근의 비보로 힘든 감정을 느끼는 직원이 있다면 혼자 견디지 말고 도움을 요청해 달라”고 당부했다.김 장관은 조직 운영 방식도 되짚겠다고 했다. 그는 “저부터 무겁게 돌아보겠다”며 “기후부의 업무 방식과 조직 문화 가운데 동료를 힘들게 한 부분은 없었는지 살피겠다”고 밝혔다.기후부는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징계 등 후속 조치를 검토할 계획이다. 부처 관계자는 “고인의 사망 원인이 경찰 조사를 통해 확인되면 그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논의하겠다”고 설명했다.이번 사건을 계기로 신임 공무원 보호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용 초기 공무원은 업무 적응과 조직 문화에 동시에 노출되는 만큼, 상담 창구와 멘토링 제도, 관리자 교육이 실효성 있게 운영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고인의 죽음이 개인의 비극에 그치지 않고 공직 사회의 업무 문화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