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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네덜란드, '자이언트 킬링' 희생양

 북중미 대륙에서 열리고 있는 2026 FIFA 월드컵이 초반부터 거센 이변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대회 1라운드 일정이 절반을 넘어선 가운데,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 예선을 뚫고 올라온 국가들이 전통의 강호들을 상대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며 세계 축구의 지형도를 새로 쓰고 있다. 당초 참가국 확대에 따른 경기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으나, 이들 국가의 선전은 월드컵의 상향 평준화가 실현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유럽의 복병 체코를 상대로 2-1 역전승을 거두며 아시아 돌풍의 서막을 열었다. 체코가 유럽 예선 플레이오프를 거친 만만치 않은 상대였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특유의 조직력과 끈기로 기분 좋은 첫 승을 따냈다. 이어 카타르는 강호 스위스를 상대로 후반 추가 시간 극적인 동점골을 유도하며 역사상 첫 본선 승점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이는 중동 축구의 경쟁력이 더 이상 안방에서만 통하는 수준이 아님을 보여준 사례다.

 


아프리카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지난 대회 4강 신화의 주인공 모로코는 '삼바 군단' 브라질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친 끝에 1-1 무승부를 기록하며 돌풍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또한 코트디부아르는 남미의 강자 에콰도르를 상대로 경기 종료 직전 아마드 디알로의 극적인 결승골에 힘입어 승점 3점을 챙겼다. 비록 튀니지가 스웨덴에 대패하며 주춤했지만, 전반적인 아프리카 팀들의 경쟁력은 유럽과 남미를 위협하기에 충분했다.

 

일본과 호주 역시 아시아 축구의 자존심을 세웠다. 일본은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와 치열한 공방전 끝에 2-2로 비기며 8강 이상의 목표가 허황된 꿈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네덜란드가 앞서가면 일본이 곧바로 추격하는 끈질긴 승부 근성이 돋보였다. 호주는 튀르키예의 맹공을 육탄 방어로 막아낸 뒤 역습 두 방으로 2-0 완승을 거두는 효율적인 축구로 승리를 낚아챘다. 튀르키예는 30개의 슈팅을 퍼붓고도 호주의 견고한 방패를 뚫지 못해 고개를 숙였다.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은 16일 애틀랜타에서 발생했다. 인구 60만 명의 소국 카보베르데가 강력한 우승 후보 스페인의 파상공세를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0-0 무승부를 기록하는 기적을 썼다. 경기 종료 후 카보베르데 선수들이 국기를 펼쳐 들고 환호하는 모습은 전 세계 축구 팬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이어 열린 경기에서도 이집트가 벨기에와 1-1로 비기며 아시아와 아프리카 팀들의 동반 선전 분위기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아시아와 아프리카 팀들은 10경기에서 3승 5무 2패라는 놀라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강팀들의 일방적인 승리가 예상됐던 경기들이 잇달아 무승부나 이변으로 끝나면서 조별리그 순위 싸움은 유례없는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제 시선은 남은 1라운드 일정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우루과이의 맞대결, 그리고 이란과 뉴질랜드의 경기로 향하고 있다. 이변의 주인공들이 1차전의 기세를 몰아 토너먼트 진출까지 일궈낼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다.

 

이재명 대통령, '친문 수사' 한찬식 발탁

 이재명 대통령이 과거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를 지휘했던 한찬식 전 서울동부지검장을 신임 민정수석으로 선임하자 여권 내 계파 갈등이 폭발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를 상대로 칼날을 휘둘렀던 인물을 사정 라인의 핵심인 민정수석에 앉힌 것은 친문계 입장에서 수용하기 힘든 '정치적 모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친명계 지도부는 검찰의 공소청 전환 등 구조적 개혁을 완수하기 위해 검찰 내부 생리를 잘 아는 실무형 인사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당 내부의 정서적 저항은 예상보다 거세다.갈등의 전면에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고민정 의원이 섰다. 고 의원은 당원들의 목소리를 가볍게 여기지 말라며 청와대의 이번 인선이 당과의 소통을 무시한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는 고 의원의 반발이 단순히 절차적 문제를 넘어, 과거 자신들이 몸담았던 정부를 수사했던 인물에게 사정 권력을 맡긴 것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의 표현이라고 분석한다. 숨죽이고 있던 친문계 의원들이 이번 인사를 계기로 세력 결집에 나설 조짐을 보이면서 여권 내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정부 측은 즉각 방어막을 쳤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검찰 권력은 이미 축소되었으며, 정치검찰의 권력 남용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김 총리는 이번 인사가 검찰을 공소청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내부 사정에 밝은 경험자를 활용하려는 대통령의 전략적 판단임을 강조했다. 대통령의 실용주의적 인선을 믿고 따라달라는 호소지만, 강성 당원들 사이에서는 '배신'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하며 이 대통령의 결단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당 지도부인 정청래 대표 역시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평소 검찰 개혁에 강경한 입장을 보여온 당원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일단 검찰의 보완 수사권을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원칙론을 고수하며 당원들의 분노를 달래는 동시에, 이번 인선이 개혁 완수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점을 부각하며 몸을 낮추고 있다. 하지만 검찰 개혁의 선봉에 서야 할 민정수석이 과거 정권 수사의 핵심이었다는 점은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대목으로 남는다.청와대는 이번 인선과 함께 사법제도비서관에 내란특검팀 출신 박지영 변호사를, 자치발전비서관에 김태근 전 울산 자치경찰위원장을 임명하며 전열을 정비했다. 이는 민정수석 한 사람에게 쏠린 시선을 분산시키고 실무진 구성을 통해 인선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민정수석이라는 상징적 자리가 주는 무게감 때문에 비서관급 인사만으로는 계파 간의 불신을 해소하기에 역부족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결국 한찬식 수석의 선임은 이재명 정부의 '실용'과 친문계의 '정체성'이 정면으로 충돌한 사건이다. 20일째 지속되는 잠실 시위 사태 등 대외적 악재가 산적한 상황에서 내부 분열까지 가시화되면서 국정 운영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번 인사가 검찰 개혁을 위한 신의 한 수가 될지, 아니면 여권 분열의 신호탄이 될지는 향후 한 수석이 내놓을 검찰 개혁 로드맵과 이에 대한 당내 수용 여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