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454조 이란 기금, 한국 기업 '독배'인가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를 통해 3,000억 달러, 우리 돈 약 454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재건기금을 조성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번 합의는 정부 예산을 직접 투입하는 대신 이란의 풍부한 자원과 인구 시장을 겨냥한 글로벌 민간 기업들의 투자를 끌어내는 방식을 골자로 한다. 특히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기업들이 이 거대 기금의 주요 투자자이자 사업 파트너로 거론되면서, 제재 해제 이후 열릴 중동 시장의 선점 경쟁이 벌써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란 측은 이번 기금 조성을 사실상의 전쟁 피해 보상으로 해석하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현지 협상 관계자들은 비록 문서상에 '보상'이라는 단어가 명시되지는 않았으나, 대규모 자금 유입 자체가 전쟁으로 파괴된 경제를 복구하기 위한 실질적인 배상 성격을 띤다고 강조했다. 이는 이란 내 보수 여론을 설득하기 위한 명분인 동시에, 향후 재건 사업 과정에서 이란 정부가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정치적 파장을 고려해 정부 차원의 직접 지원설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과거 민주당 정권의 핵 합의를 '현금 퍼주기'라고 비판했던 만큼, 이번 기금은 철저히 민간 자본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부각하는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국이 직접 돈을 지급한다는 주장을 가짜뉴스로 규정하며 선을 그었지만, 제재 완화를 통한 '화해의 손짓'으로 재정적 통로를 열어줄 가능성은 열어두었다.

 

기금의 운용과 접근 권한은 이란의 의무 이행 수준에 따라 단계적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JD 밴스 부통령은 이란이 핵 프로그램 폐기 등 약속된 사항을 준수할 경우에만 주변국들이 조성한 재원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특정 조치에 따른 기계적인 보상이 아니라, 이란의 전반적인 태도 변화를 주관적으로 평가해 제재 완화 폭을 조절하겠다는 미국의 전략적 포석이다.

 


핵 문제와 관련해서도 상당한 진전이 포착됐다. 이란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 아래 보유 중인 농축 우라늄을 무기화할 수 없도록 희석하는 데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난해 발생한 핵시설 타격으로 이란의 핵 개발 능력이 상당 부분 위축된 상황에서, 이번 합의는 이란이 핵 포기를 대가로 경제 재건이라는 실리를 챙기는 모양새다. 양측은 오는 19일 스위스에서 정식 서명식을 갖고 비핵화와 종전을 향한 최종 협상에 돌입한다.

 

한국 기업들에게 이번 재건기금은 거대한 기회이자 동시에 불확실한 도전이다. 9,000만 명의 인구를 보유한 이란 시장이 열리면 건설, 에너지, IT 분야에서 전례 없는 특수가 기대되지만, 미국의 정치 상황이나 이란의 합의 이행 여부에 따라 투자금이 묶일 위험도 상존한다. 민간 주도의 기금 조성 방식인 만큼 기업들이 정세 변화에 따른 리스크를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는 점에서, 정부 차원의 세밀한 지원과 정보 공유가 절실한 시점이다.

 

모리야스는 울었는데, 홍명보는 '침묵의 귀국'

 일본 축구의 월드컵 우승 도전이 남미의 거함 브라질의 벽에 가로막히며 32강에서 멈춰 섰다. 30일 미국 휴스턴 스타디움에서 열린 북중미 월드컵 토너먼트 첫 경기에서 일본은 전반 선제골을 넣으며 기세를 올렸으나, 후반 막판 집중력 저하로 연속골을 허용하며 1-2 역전패를 당했다. 지난해 평가전 승리의 기억을 되살리며 이변을 노렸던 일본은 점유율과 슈팅 수에서 압도적인 차이를 보인 브라질의 공세를 끝내 버텨내지 못하고 짐을 쌌다.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후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뜨거운 눈물을 쏟아내며 취재진 앞에 섰다. 그는 자신의 역량 부족으로 팬들에게 승리를 선사하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고,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8년 동안 대표팀을 이끌며 두 대회 연속 토너먼트 진출이라는 성과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모리야스 감독은 결과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드러내며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의 뜻을 전했다.모리야스 감독의 거취는 일본 축구계의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그는 차기 아시안컵 우승을 언급하며 연임 의지를 내비치는 듯했으나, 이내 확정된 것은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현지 전문가들은 일본축구협회가 안정적인 팀 운영을 위해 그의 12년 장기 집권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비록 우승이라는 목표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브라질을 상대로 대등한 전술적 승부를 펼친 점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일본의 패배 소식과 함께 국내에서는 한국 대표팀 홍명보 감독의 귀국길 모습이 도마 위에 올랐다.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들고 오늘 새벽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홍 감독은 성난 팬들의 야유 속에서도 끝내 침묵을 지켰다. 사퇴 선언 당시에도 질문을 받지 않았던 그는 귀국 현장에서도 취재진의 물음에 답하지 않은 채 서둘러 공항을 빠져나가, 패배를 대하는 한일 양국 사령탑의 태도 차이가 극명하게 갈렸다.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결과보다 과정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일본은 비록 패했지만 감독이 직접 나서 팬들의 마음을 달래고 미래를 약속한 반면, 한국은 사퇴 과정부터 귀국까지 소통이 단절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박항서 단장과 일부 선수들만 대동하고 새벽 시간을 틈타 입국한 홍 감독의 행보는 책임 있는 지도자의 자세와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이번 월드컵은 아시아 축구의 두 강국에게 서로 다른 숙제를 남겼다. 일본은 세계 정상급 팀과의 격차를 확인하며 세밀한 마무리 능력을 보완해야 할 과제를 얻었고, 한국은 무너진 대표팀의 신뢰를 회복하고 새로운 리더십을 세워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였다. 모리야스 감독의 눈물과 홍명보 감독의 침묵은 2026년 여름, 동아시아 축구의 명암을 가르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