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엔비디아 RTX 스파크 '원가 쇼크'

 엔비디아가 미디어텍과 손잡고 야심 차게 선보인 차세대 AI PC 플랫폼 'RTX 스파크'가 시장 안착 전부터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대만 컴퓨텍스 2026 현장에서 만난 주요 PC 제조사들은 이 플랫폼이 기존 x86 기반 노트북 시장을 대체하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너무 많다고 입을 모았다.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용 제품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공급 단가다. 제조사들은 엔비디아가 고성능 워크스테이션급의 설계를 무리하게 일반 노트북용으로 이식하면서 발생한 비용 구조가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RTX 스파크는 작년 출시된 전문가용 'DGX 스파크'의 핵심 설계를 상당 부분 공유하고 있다. 특히 고속 데이터 전송을 위한 인터페이스인 '커넥트X' 관련 반도체 블록이 제거되지 않은 채 그대로 유지된 점이 원가 상승의 주범으로 꼽힌다. 일반 사용자에게는 불필요한 고사양 통신 기술의 흔적이 칩셋 면적과 비용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이는 대량 생산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노트북 제조사들에게 치명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메모리 구성 방식 역시 대중화의 걸림돌로 지목된다. RTX 스파크는 128GB에 달하는 LPDDR5X 통합 메모리를 기본 사양으로 채택했는데, 이는 일반적인 소비자용 노트북 사양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AI 연산 효율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지만, 사용자가 추후 메모리를 확장할 수 없는 구조인 데다 고용량 단일 모델로만 공급될 가능성이 커 제품 가격 상승을 피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인 문서 작업이나 웹 서핑을 즐기는 소비자들에게 128GB 메모리는 과도한 지출을 강요하는 꼴이라고 지적한다.

 

설상가상으로 전 세계적인 메모리 반도체 수급난이 가격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의 AI 서버 투자가 집중되면서 D램과 SSD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조사기관의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에만 LPDDR5X의 계약 가격이 전 분기 대비 두 배 가까이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엔비디아가 메모리 용량을 낮춘 저가형 모델을 내놓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이 경우 RTX 스파크가 내세우는 강력한 AI 구동 성능이 반감될 수 있어 선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소프트웨어 생태계 구축이라는 험난한 과제도 남아 있다. 리눅스 기반의 전문가용 환경에서 벗어나 윈도 운영체제를 선택한 RTX 스파크는 기존 프로그램들과의 호환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미 10년 가까이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하며 최적화를 진행해 온 퀄컴의 사례를 비추어 볼 때, 엔비디아와 미디어텍이 단기간에 안정적인 드라이버와 펌웨어 지원 체계를 갖추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사용자 입장에서 아무리 하드웨어가 훌륭해도 자주 사용하는 앱이 제대로 구동되지 않는다면 구매 가치는 떨어진다.

 

결국 RTX 스파크의 성공 여부는 엔비디아가 제조사들의 원가 부담을 얼마나 덜어줄 수 있는지와 윈도 환경에서의 최적화 속도에 달려 있다. 현재의 고가 정책과 경직된 하드웨어 구성을 고집한다면, 일부 하이엔드 유저를 위한 니치 마켓 제품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퀄컴이 자체 CPU를 앞세워 AI PC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가운데, 그래픽 거인 엔비디아가 제조사들의 회의론을 뚫고 대중적인 노트북 시장에서 새로운 표준을 제시할 수 있을지 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프진 허용 검토에 산부인과계 발칵 “가이드라인부터”

이재명 대통령이 임신중절 유도 약물인 미프진의 국내 사용 허용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의료계와 정부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관련 입법이 장기간 멈춰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미프진 도입을 논의 테이블에 올리자 산부인과계를 중심으로 “안전성과 법적 책임 기준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한성숙 국무총리는 지난 15일 성평등가족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보건복지부, 법무부 등 관계 부처를 불러 긴급 회의를 열었다. 전날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미프진 도입 검토를 지시한 직후다. 정부가 발 빠르게 부처 협의에 착수한 것은 온라인 불법 유통과 제도 공백 문제가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산부인과의사회는 즉각 성명을 내고 “지극히 위험하고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미프진은 1988년 프랑스에서 개발된 임신중절 유도 약물로, 현재 100여 개국에서 사용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2000년 이를 허가했고, 세계보건기구도 2005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뒤에도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정식 판매와 처방이 불가능한 상태다. 임신 몇 주까지 낙태를 허용할지, 어떤 기준과 절차를 둘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법적 공백이 6년째 이어지고 있다.이 공백은 불법 시장 확대로 이어졌다. 정식 유통망이 없다 보니 일부 여성들은 해외 직구나 온라인 판매자를 통해 미프진을 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격은 50만원 안팎까지 치솟았고, 성분과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제품이 거래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21년부터 올해 5월까지 적발한 온라인 불법 판매 알선·광고 사례는 3189건에 달한다.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상황을 두고 “방치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정부 대응 필요성을 언급했다. 특히 법으로 획일적인 주수 기준을 정하는 방식만이 해답은 아니라며, 임신부의 건강 상태에 따라 의사가 판단할 수 있는 여지를 거론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바로 이 지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관련 법 개정 없이 의사의 재량에 맡길 경우, 부작용이나 분쟁이 발생했을 때 책임이 의료진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산부인과의사회는 성명에서 “합법적인 사용 주수와 허용 기준이 명시된 법적 테두리 없이 약물을 처방·판매하게 하는 것은 의료 현장을 사법적 리스크에 노출시키는 일”이라고 밝혔다. 미프진 복용 후 불완전 유산이나 과다출혈 등이 발생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수술적 처치가 필요할 수 있는 만큼 명확한 진료 지침과 응급 대응 체계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국내 도입 절차를 둘러싼 안전성 논란도 있다. 의료계는 해외에서 사용 중인 약이라도 한국인에게 적합한 용량과 부작용 여부를 확인하는 가교 임상 등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김재연 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안전성 가이드라인과 유통 체계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기 허용을 추진하는 것은 국민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일”이라고 말했다.미프진 논란은 단순한 약물 허용 여부를 넘어 낙태 관련 입법 공백, 여성 건강권, 의료진의 법적 책임, 불법 유통 차단 문제까지 얽힌 쟁점으로 번지고 있다. 정부가 제도권 관리 필요성을 앞세워 논의를 본격화한 가운데, 의료계는 안전성과 법적 기준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며 맞서고 있어 향후 부처 협의 과정에서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