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부산 벡스코에 뜬 장사익·오정해, K-국악의 정수

 대한민국이 세계유산협약 가입 38년 만에 처음으로 의장국을 맡아 개최하는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를 기념해 한국 전통문화의 정수를 선보이는 초대형 무대가 부산에서 펼쳐진다. 국가유산청과 국가유산진흥원은 다음 달 26일 오후 7시 30분,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굿(GOOD)보러가자 부산' 특별 공연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은 전 세계의 이목이 부산에 집중되는 시기에 맞춰 한국 무형유산의 독창성과 예술성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문화 외교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04년 첫선을 보인 이후 전국을 누비며 약 1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굿보러가자'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무형유산 특화 공연이다. 이번 부산 공연은 '하나의 무대, 한국 예술의 모든 것'이라는 주제 아래 국가무형유산 보유자를 포함한 120여 명의 대규모 출연진이 참여해 역대급 규모로 꾸며진다. 국립부산국악원이 선보이는 장엄한 종묘제례악으로 막을 올린 뒤, 판소리와 남사당놀이, 농악 등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종목들이 차례로 무대에 올라 한국 전통 예술의 정수를 가감 없이 보여줄 예정이다.

 


출연진의 면면도 화려하다. 독보적인 음색의 소리꾼 장사익이 국악과 현대 음악을 접목한 융합 공연으로 관객들을 매료시킬 예정이며, 국가무형유산 판소리 김일구 보유자와 동래학춤 이성훈 보유자 등 거장들이 가세해 무대의 깊이를 더한다. 여기에 권원태 전승교육사의 아슬아슬한 남사당놀이가 흥을 돋운다. 공연의 사회는 배우이자 판소리 이수자인 오정해가 맡아 특유의 입담과 전문 지식으로 관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무대가 한국 무형유산이 가진 고유한 가치와 현대적 확장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연이 열리는 벡스코 일대는 위원회 기간인 7월 20일부터 29일까지 거대한 무형유산 축제의 장으로 변모한다. 제1전시장에서 열리는 '무형유산축제 인 부산'에서는 국가무형유산과 부산 지역 무형유산 등 총 25개 종목을 직접 체험하고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특히 7월 23일과 24일에는 무형유산의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시각적으로 재해석한 기획 공연 '산화비'가 무대에 올라 국내외 관객들에게 한국적 미학의 정수를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행사는 한국이 세계유산의 등재와 보존을 논의하는 국제회의의 중심에 섰음을 상징하는 중요한 이정표다. 1,700석 규모로 마련된 '굿보러가자 부산' 공연은 전석 무료로 진행되어 시민 누구나 세계적인 수준의 전통 공연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관람을 원하는 이들은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 공식 누리집이나 국가유산진흥원 누리집을 통해 자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국제회의 참석차 부산을 찾은 전 세계 위원들에게는 한국인의 삶과 숨결이 깃든 문화유산을 오감으로 체험하는 특별한 경험이 될 전망이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이번 위원회 개최를 통해 한국의 문화적 저력을 전 세계에 각인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K-헤리티지와 K-컬처, K-푸드가 어우러진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해 부산을 찾은 모든 이들이 축제의 주인공이 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단순한 회의를 넘어 한국의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매력을 전파하는 이번 행사는 부산을 세계적인 문화 도시로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유산위원회의 성공적인 개최와 함께 펼쳐질 무형유산의 향연은 올여름 부산을 가장 뜨거운 문화의 중심지로 만들 예정이다.

 

법무부, 동물의 비물건화 토론회…사법 패러다임 전환

 반려동물을 물건과 분리하여 생명체로서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려는 움직임이 민사집행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법무부와 법조협회는 1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별관에서 '동물의 비물건화'를 주제로 입법 쟁점 토론회를 열고, 장애인 보조견과 등록대상동물 등을 압류 금지 대상에 명시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을 수렴했다. 이번 토론회는 민법 개정을 통해 선언된 동물의 생명 존중 정신을 실제 사법 집행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주제 발표에 나선 한재언 동물자유연대 변호사는 1인 가구 증가와 인간-동물 간의 정서적 유대를 고려할 때 민사집행법 개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역설했다. 한 변호사는 특히 장애인 보조견의 경우 채무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필수적인 존재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를 민사집행법상 명시적인 압류 금지 대상으로 입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행관이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별도의 조문을 신설해 규정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제언도 덧붙였다.이무룡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압류 금지의 범위를 설정함에 있어 '등록대상동물'을 포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행법상 2개월령 이상의 반려견을 대상으로 하는 등록 제도를 압류 금지와 연계하자는 구상이다. 이 교수는 등록된 동물을 압류 대상에서 제외할 경우, 보호자들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자발적으로 등록 조치를 취하게 되는 긍정적인 유인책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아직 활성화 단계에 머물러 있는 동물 등록제의 실효성을 높이는 부수적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전략이다.입법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현실적인 과제들도 논의됐다. 동물의 생명권을 보호하는 동시에 채권자의 재산권을 침해하거나 채무자가 이를 악용해 재산을 은닉하는 행위를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영리 목적이 아닌 순수 반려 목적의 소유임을 채무자가 소명할 수 있는 절차적 보완책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가치와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사법 행정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동물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정교한 법 설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정부 관계자들과 국회 입법조사처 등 유관 기관들도 이러한 입법 방향에 힘을 실었다. 황성필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장애인 보조견의 압류 금지 입법화 필요성에 이견이 없음을 밝히며, 토론회에서 제기된 아이디어들이 실제 법안으로 연결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법제연구원 등 각계 전문가들도 동물의 비물건화가 민법을 넘어 사법 전반으로 확산되어야 한다는 취지에 동의하며, 동물 복지 정책의 현주소와 개선 방향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법무부는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들을 종합하여 동물이 생명으로서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합리적인 입법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서정민 법무실장은 국민적 관심을 환기하고 부처 간 협력을 통해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겠다고 약속했다. 반려동물이 단순한 '압류 대상 물건'에서 '보호받아야 할 가족'으로 법적 신분이 격상되는 이번 입법 논의는, 우리 사회의 생명 존중 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