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중단 없다"더니…트럼프, 이란 전쟁 번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지 107일 만에 전격적인 협상 타결을 선언하며 군사 행동의 종료를 알렸다. 지난 2월 말 '에픽 퓨리'라는 작전명으로 시작된 이번 공습은 중단 없는 진격을 예고했으나, 결국 수많은 발언 번복과 명분 논란 끝에 외교적 해법으로 귀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기간 내내 자신의 결정을 스스로 뒤집는 특유의 화법을 구사하며 국제 사회를 혼란에 빠뜨렸다는 비판과 함께, 결과적으로는 실리를 챙겼다는 엇갈린 평가를 동시에 받고 있다.

 

전쟁의 시작부터 명분은 흔들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핵 위협이 임박했다는 점을 선제 타격의 근거로 내세웠으나, 이는 불과 몇 달 전 본인이 주장했던 '이란 핵 프로그램 초기화' 성과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었다. 정보 당국 수장인 털시 개버드 당시 국가정보국장은 이란의 핵 재건 시도가 없었다는 자료를 의회에 제출하며 대통령의 주장과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결국 정보 당국과 백악관 사이의 불협화음은 개버드 국장의 경질로 이어졌고, 전쟁의 정당성에 대한 의구심은 더욱 증폭됐다.

 


군사 작전의 전개 과정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온탕과 냉탕을 오갔다. 국방장관이 전쟁의 장기화 가능성을 언급하면 즉각 "전쟁은 거의 끝났다"고 반박하면서도, 불과 몇 시간 뒤에는 "충분한 승리가 아니다"라며 말을 바꾸는 식이었다. 이러한 오락가락 행보는 미 중부사령부와 현장 지휘관들에게 혼선을 주었으며, 종전의 기준이 전략적 목표 달성인지 아니면 대통령의 개인적 판단인지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백악관은 모든 결정권이 대통령에게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되풀이하며 입을 닫았다.

 

전쟁 배후에 이스라엘의 강력한 설득이 있었다는 외신의 보도는 이번 사태의 또 다른 뇌관이 됐다. 뉴욕타임스가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개입설을 보도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즉각 가짜 뉴스로 규정하며 격렬하게 비난했다. 그러나 이후 해당 보도를 내부 정보 유출에 의한 '반역'으로 규정하고 수사를 지시하면서, 오히려 보도 내용이 사실에 근거했음을 자인하는 꼴이 됐다. 이는 이번 전쟁이 미국의 국익보다는 동맹국의 이해관계나 정치적 계산에 의해 시작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전쟁 기간 중 미 중부사령부는 이란 화물선을 나포하는 등 긴장 수위를 높였으나, 대규모 지상전으로의 확전은 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승리를 장담하면서도 동시에 일찍 떠나고 싶지 않다는 모순된 감정을 드러내며 협상의 판을 깔아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불확실성 전략이 이란을 압박해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데 주효했을 수 있다고 분석하면서도, 미국의 대외 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결국 14일 발표된 협상 완료 선언은 100일 넘게 이어진 긴장 상태에 마침표를 찍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결말이 처음부터 계획된 것이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가고 있으나, 전쟁 초기 내세웠던 '임박한 위협 제거'라는 목표가 어떻게 달성되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107일간의 짧고도 강렬했던 이란 전쟁은 트럼프식 예측 불가능한 외교가 낳은 또 하나의 기록으로 남게 됐으며, 미 정계는 이제 전쟁 비용과 명분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 작업에 돌입할 태세다.

 

'15억의 침묵' 한화, 한국시리즈 돌풍 1년 만에 위기

 지난 시즌 KBO 리그에 거센 돌풍을 일으키며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밟았던 한화 이글스가 1년 만에 가혹한 시련을 맞이했다. 암흑기를 견디며 수집한 특급 유망주들이 팀의 주축으로 성장해 결실을 보는 듯했으나, 올 시즌 들어 핵심 투수 자원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무너졌기 때문이다. 한화가 각별한 공을 들여 영입한 이른바 '5억팔 트리오' 문동주, 김서현, 정우주는 현재 부상과 구위 저하 등으로 인해 제 역할을 전혀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팀의 미래를 상징하던 이들의 부진은 한화의 순위 싸움에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가장 뼈아픈 대목은 에이스 문동주의 이탈이다. 2023년 신인왕이자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주역인 문동주는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도 전천후 활약을 펼치며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그러나 올 시즌 초반 오른쪽 어깨 통증을 호소하더니 결국 관절 와순 손상이라는 진단을 받고 미국에서 수술대에 올랐다. 팀의 1선발 역할을 해줘야 할 자원이 시즌 아웃되면서 한화 선발진에는 거대한 구멍이 생겼다. 문동주의 공백은 단순한 투수 한 명의 부재를 넘어 팀 전체의 사기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뒷문을 책임져야 할 김서현의 상황도 처참하다. 지난해 33세이브를 올리며 리그 정상급 마무리 투수로 발돋움했던 김서현은 올해 구속 저하와 제구 난조가 겹치며 완전히 무너졌다. 10점대가 넘는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채 2군으로 내려간 그는 벌써 수개월째 1군 복귀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다. 한화 벤치는 그를 대신할 자원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지난해 김서현이 보여줬던 압도적인 구위를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마무리 투수의 부재는 경기 후반 역전패가 잦아지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트리오의 막내 격인 정우주 역시 2년 차 징크스의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데뷔 시즌이었던 지난해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평균자책점 2점대의 놀라운 성적을 거뒀던 그는 올해 6점대 중반까지 치솟은 방어율로 고전 중이다.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의 부진이 정규시즌까지 이어지는 모양새다. 김경문 감독은 정우주의 잠재력을 믿고 꾸준히 기회를 부여하며 독려하고 있지만, 마운드 위에서 보여주는 투구 내용은 여전히 불안하다. 구위 자체는 나쁘지 않으나 결정적인 순간 장타를 허용하는 빈도가 높아졌다.한화가 만년 하위권의 설움을 씻기 위해 선택했던 '유망주 육성 올인' 전략은 지난해 확실한 성과를 거두는 듯 보였다. 하지만 투수진의 핵심인 세 선수가 동시에 부침을 겪으면서 리빌딩의 완성 단계에서 다시금 제동이 걸렸다. 고액의 계약금을 안겨주며 기대를 걸었던 유망주들이 한꺼번에 전력에서 이탈하거나 부진에 빠지는 시나리오는 구단으로서도 예상치 못한 최악의 변수였다. 이는 특정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한화의 투수진 구성이 가진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낸 결과이기도 하다.현재 한화는 이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베테랑과 신예들을 총동원하고 있으나 '5억팔'들이 보여줬던 파괴력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문동주의 재활 성공 여부와 김서현의 구위 회복, 정우주의 징크스 탈출은 향후 한화 이글스의 몇 년을 결정지을 중대한 과제다. 김경문 감독 체제 아래서 이들이 다시 본 궤도에 오를 수 있을지가 올 시즌 남은 기간 한화의 성적은 물론 내년 시즌 구상까지 좌우할 전망이다. 독수리 군단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이들 트리오의 부활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