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모아

한병도·정점식 첫 만남, 원 구성 '탐색전' 팽팽

 제22대 국회 후반기 운영을 책임질 여야의 새로운 사령탑이 첫 공식 만남을 갖고 향후 정국 운영에 대한 치열한 기싸움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정점식 신임 원내대표는 11일 국회에서 상견례를 갖고 원 구성 협상을 위한 포문을 열었다. 민생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열린 이번 만남은 여야가 3기 원내지도부 출범과 동시에 '일하는 국회'를 표방하며 국민적 평가를 받겠다는 의지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양측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도 원 구성과 입법 주도권을 둘러싼 날 선 공방을 주고받으며 만만치 않은 협상 과정을 예고했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중동 정세 불안과 민생 경제 위기 등 대내외적 악재를 언급하며 조속한 원 구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여야가 밤을 새워서라도 협상을 마무리해 국회의 효능감을 국민에게 증명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정 원내대표의 협조를 구했다. 이에 대해 정점식 원내대표는 거대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의 대승적 양보를 요구하며 맞불을 놓았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 몇 년간 이어진 다수당의 일방적인 입법 독주가 국민적 지탄을 받아왔음을 지적하며, 대화 단절이 계속될 경우 여야 모두가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민주당을 압박했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도 양측은 최근 치러진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냈다.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에 보고된 국정조사 요구서와 관련해 여야 원내대표는 조속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합의했다. 원 구성이 완료되기도 전에 양당이 국정조사에 전격 합의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선거 관리 부실이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사안의 엄중함에 양측이 공감대를 형성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는 향후 협상 과정에서 협치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기록됐다.

 

공개 발언 이후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양측은 수시로 소통하며 모든 현안을 대화로 해결하자는 원칙론에 뜻을 같이했다. 정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선임 원내대표들이 이어온 정례 회동의 전통을 계승할 가능성을 시사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원내대표 역시 정 원내대표의 합리적인 성품과 소통 능력을 높이 평가하며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대화의 창구는 항상 열어두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첫 만남에서 보여준 이러한 유연한 태도가 실제 원 구성 협상의 타결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조정식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3자 회동에서도 원 구성 협상의 가이드라인을 논의하며 본격적인 실무 협상에 돌입했다. 상임위원장 배분 등 민감한 현안을 두고 여전히 각론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국정조사 합의라는 성과를 바탕으로 협상의 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민생 입법의 시급성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이견이 없는 만큼, 후반기 국회가 공전 없이 정상 가동될 수 있을지에 대한 국민적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쏟아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상견례를 시작으로 22대 국회 후반기 정국이 본격적인 '협상 모드'에 진입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병도 원내대표의 노련한 정무 감각과 정점식 원내대표의 합리적 리더십이 충돌과 타협 사이에서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낼지가 관건이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라는 대형 악재를 국정조사로 정면 돌파하기로 한 여야의 결단이 향후 원 구성 협상에서도 양보와 타협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여야 사령탑의 첫걸음은 일단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마무리되었다.

 

 

 

상속세 30% 하향 시 과세기반 200조 확대

 국내 상속세 체계가 기업의 영속성을 저해하고 자본의 해외 유출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세율 인하가 오히려 장기적인 세수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박수영 의원실과 학계가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현행 최고 50%에 달하는 상속세율을 30% 수준으로 하향 조정할 경우 국내 총 과세기반이 약 202조 원가량 확대될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과도한 세 부담 때문에 해외로 떠났던 자본이 돌아오고 신규 외국인 투자가 유입되는 효과를 반영한 수치로, 상속세 개편을 단순한 감세 논리가 아닌 국가 생존 전략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학계가 제시한 최적의 상속세율은 약 22% 수준이다. 유병준 서울대 교수는 시뮬레이션 분석을 통해 세수 안정성과 자본 유입 효과를 동시에 극대화할 수 있는 지점이 22.13%라고 밝혔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상속세 인하 초기에는 일시적인 세수 감소가 나타날 수 있지만, 국내 자본의 잔류와 투자 확대로 인해 2037년경에는 연간 세수가 현행 체계를 추월하게 된다. 장기적으로는 2055년까지 누적 잠재 세수가 현행 유지 시보다 1경 원 이상 늘어날 수 있다는 파격적인 전망도 함께 제시되어 조세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촉구했다.재계와 전문가들은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한 강소기업들이 상속세 부담을 이기지 못해 경영권을 매각하거나 해외로 본거지를 옮기는 현실을 강하게 비판했다. 락앤락이나 청호나이스 등 과거 사례에서 보듯, 징벌적 수준의 상속세는 기업가정신을 위축시키고 대한민국의 소중한 산업 자산을 잃게 만드는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대주주 할증 적용 시 세율이 60%까지 치솟는 현행 제도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세 부담을 지우는 격이어서, 기업 승계가 부의 세습이 아닌 고용 유지와 경제 성장의 연속성 측면에서 재평가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상속세 개편 논의는 이제 자본이득세로의 전환이라는 근본적인 제도 변화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들이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자산 처분 시점에 세금을 매기는 자본이득세로 선회한 흐름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시점에는 자본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과세를 유예하고, 이후 자녀가 재산을 매각해 이익을 실현할 때 양도세를 징수하는 방식이 경제 활력을 유지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는 상속세가 기업 정책 및 산업 정책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반면 정부와 일부 전문가들은 상속세 인하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유지하고 있다. 상속세는 부의 무상 이전에 따른 불평등을 완화하고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논리다. 실제 통계상 상속세 과세 대상자가 전체의 6%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도 인하 반대론의 근거로 쓰인다. 또한 기업 승계가 어려운 이유가 단순히 세금 문제뿐만 아니라 가업 승계를 원치 않는 자녀들의 인식 변화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세율 인하가 자칫 조세 정의를 훼손하고 계층 간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히 팽팽하다.결국 상속세 개편의 핵심은 세수 확보와 경제 활력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데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상속세율을 낮추는 것이 장기적으로 국가 전체의 부를 키우는 마중물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하지만 부자 감세라는 정치적 프레임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인하된 세수가 어떻게 재투자되고 고용 창출로 이어질지에 대한 구체적인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2026년 하반기 세제 개편의 가늠자가 될 이번 논의는 자본의 국경이 사라진 시대에 대한민국이 어떤 조세 경쟁력을 갖춰야 할지에 대한 무거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