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국립극장 여우락, 대중음악 입고 문턱 낮춘다

 국립극장의 대표 여름 축제인 '여우락 페스티벌'이 올해는 장르의 경계를 완전히 허문 파격적인 실험을 시도한다. 1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공개된 이번 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대중음악가 이한철이 최초의 비국악인 예술감독으로 지휘봉을 잡았다는 점이다. 여기에 국립창극단의 간판 소리꾼 유태평양이 음악감독으로 합류하며, 대중적인 감각과 정통 국악의 깊이가 만난 새로운 형태의 시너지를 예고했다. 두 감독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우리 음악'을 목표로, 관객들이 공연이 끝난 뒤에도 귓가에 맴도는 선율을 찾아보게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예술감독 이한철은 이번 축제의 핵심 전략으로 각 공연을 대표하는 '테마곡' 제작을 내세웠다. 일회성 공연으로 휘발되는 무대가 아니라, 대중음악처럼 대중이 일상에서 소비할 수 있는 국악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의지다. 유태평양 음악감독 역시 각자의 색깔이 뚜렷한 아티스트들이 만나 강렬한 원색의 조화를 이루는 '비비드(Vivid)'한 융합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협업 과정에서 서로의 아이디어를 요리사와 정리 전문가의 역할로 나누어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도출해냈으며, 이는 국악의 확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쇼케이스를 통해 미리 공개된 협업 무대들은 장르 간의 낯선 만남이 주는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소리꾼 김수인은 블루스 밴드와 만나 국악과 블루스가 공유하는 오음계의 공통점을 무대 위에 펼쳐 보였고, 가수 강산에는 소리꾼 정보권과 함께 판소리 '사철가'를 재해석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특히 댄서 립제이와 전통 연희단체 유희의 만남은 '토마토 된장찌개' 같은 이색적인 조합으로 비유되며, 무용과 소리가 어우러진 역동적인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전통의 현대적 변주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소리꾼 정윤형은 미국의 전통음악인 블루그래스 밴드와 협업하며 판소리와 컨트리 음악 사이의 묘한 장단감을 찾아냈고, 싱어송라이터 안예은은 창작음악 밴드 상자루와 함께 '저승'이라는 독특한 키워드로 스토리텔링이 가미된 무대를 준비 중이다. 이러한 시도들은 국악이 단순히 보존해야 할 유산이 아니라, 동시대의 다양한 장르와 호흡하며 끊임없이 진화하는 살아있는 예술임을 증명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다음 달 3일 막을 올리는 이번 축제는 이한철 예술감독이 직접 참여하는 '마침내 민요'를 시작으로 약 3주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선우정아와 채지혜의 협업 무대인 '원의 노래', 하림과 구이임의 '먼 아리랑' 등 총 12개의 작품이 국립극장 무대를 수놓을 예정이다. 특히 폐막 공연은 유태평양 음악감독이 직접 대미를 장식하며 축제의 마침표를 찍는다. 대중음악의 유연함과 국악의 단단함이 결합한 이번 라인업은 국악을 낯설어하던 일반 관객들에게도 충분한 매력을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여우락 페스티벌은 지난 10여 년간 장르 간 협업의 산실 역할을 해왔으나, 올해처럼 대중음악인이 전면에 나서 축제 전체를 조율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한철 예술감독은 국악을 잘 모르는 관객의 시선에서 축제를 기획함으로써 문턱을 낮추는 데 주력했다. 유태평양 음악감독의 전문성이 뒷받침된 이번 축제가 국악의 대중적 지평을 어디까지 넓힐 수 있을지 문화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026년 여름, 국립극장은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가장 한국적인 선율로 가득 찰 준비를 마쳤다.

 

 

 

법무부, 동물의 비물건화 토론회…사법 패러다임 전환

 반려동물을 물건과 분리하여 생명체로서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려는 움직임이 민사집행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법무부와 법조협회는 1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별관에서 '동물의 비물건화'를 주제로 입법 쟁점 토론회를 열고, 장애인 보조견과 등록대상동물 등을 압류 금지 대상에 명시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을 수렴했다. 이번 토론회는 민법 개정을 통해 선언된 동물의 생명 존중 정신을 실제 사법 집행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주제 발표에 나선 한재언 동물자유연대 변호사는 1인 가구 증가와 인간-동물 간의 정서적 유대를 고려할 때 민사집행법 개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역설했다. 한 변호사는 특히 장애인 보조견의 경우 채무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필수적인 존재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를 민사집행법상 명시적인 압류 금지 대상으로 입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행관이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별도의 조문을 신설해 규정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제언도 덧붙였다.이무룡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압류 금지의 범위를 설정함에 있어 '등록대상동물'을 포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행법상 2개월령 이상의 반려견을 대상으로 하는 등록 제도를 압류 금지와 연계하자는 구상이다. 이 교수는 등록된 동물을 압류 대상에서 제외할 경우, 보호자들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자발적으로 등록 조치를 취하게 되는 긍정적인 유인책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아직 활성화 단계에 머물러 있는 동물 등록제의 실효성을 높이는 부수적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전략이다.입법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현실적인 과제들도 논의됐다. 동물의 생명권을 보호하는 동시에 채권자의 재산권을 침해하거나 채무자가 이를 악용해 재산을 은닉하는 행위를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영리 목적이 아닌 순수 반려 목적의 소유임을 채무자가 소명할 수 있는 절차적 보완책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가치와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사법 행정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동물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정교한 법 설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정부 관계자들과 국회 입법조사처 등 유관 기관들도 이러한 입법 방향에 힘을 실었다. 황성필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장애인 보조견의 압류 금지 입법화 필요성에 이견이 없음을 밝히며, 토론회에서 제기된 아이디어들이 실제 법안으로 연결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법제연구원 등 각계 전문가들도 동물의 비물건화가 민법을 넘어 사법 전반으로 확산되어야 한다는 취지에 동의하며, 동물 복지 정책의 현주소와 개선 방향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법무부는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들을 종합하여 동물이 생명으로서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합리적인 입법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서정민 법무실장은 국민적 관심을 환기하고 부처 간 협력을 통해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겠다고 약속했다. 반려동물이 단순한 '압류 대상 물건'에서 '보호받아야 할 가족'으로 법적 신분이 격상되는 이번 입법 논의는, 우리 사회의 생명 존중 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