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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18경기 연속 안타 '韓 신기록'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이정후가 메이저리그 무대를 완벽하게 장악하며 한국 야구의 역사를 다시 썼다. 11일(한국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홈 경기에서 이정후는 5번 타자 우익수로 출전해 4타수 2안타 1볼넷 1도루로 맹활약하며 팀의 극적인 역전승을 견인했다. 이날 안타를 추가한 이정후는 지난달 중순부터 시작된 연속 안타 행진을 18경기로 늘리며, 추신수와 김하성이 보유했던 종전 한국인 최장 기록인 16경기를 훌쩍 넘어섰다.

 

경기 초반 상대 좌완 투수의 공세에 잠시 주춤했던 이정후는 특유의 정교한 타격 기술로 돌파구를 찾았다. 팀이 1-6으로 크게 뒤지던 6회말, 상대 투수 포스터 그리핀의 초구 커브가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감각적으로 밀어쳐 우전 안타를 만들어냈다. 18경기 연속 안타가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이후 폭투를 틈타 2루까지 진루하는 기민한 주루 플레이를 선보인 그는 8회에는 118타석 만에 귀중한 볼넷을 골라낸 뒤 도루와 득점까지 기록하며 만능 타자의 면모를 과시했다.

 


이정후의 진가는 패색이 짙던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더욱 빛났다. 6-10으로 뒤진 상황에서 무사 1, 2루의 기회를 맞이한 그는 워싱턴의 좌완 미첼 파커를 상대로 시속 150km의 빠른 공을 결대로 밀어쳐 좌전 안타를 터뜨렸다. 이 안타로 무사 만루라는 결정적인 찬스가 만들어졌고, 오라클 파크의 열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이정후가 놓은 역전의 발판은 후속 타자 브라이스 엘드리지의 끝내기 만루 홈런으로 이어지며 샌프란시스코의 11-10 대역전 드라마로 완결됐다.

 

기록적인 행진과 더불어 개인 성적 역시 리그 최정상급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워싱턴과의 3연전 내내 멀티히트를 기록한 이정후는 시즌 타율을 0.338까지 끌어올리며 내셔널리그 타율 부문 단독 2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올해 벌써 23번째 멀티히트 경기를 달성한 그는 정교함과 장타력, 그리고 선구안까지 갖춘 완성형 타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동료들 사이에서도 "세계 최고의 타자"라는 극찬이 나올 만큼 이정후의 존재감은 팀 내에서 압도적이다.

 


현지 언론은 이정후의 적응력과 꾸준함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시즌 초반 적응기를 거친 뒤 기복 없는 타격감을 유지하며 매 경기 안타를 생산하는 모습은 베테랑 타자들에게서도 보기 드문 광경이다. 특히 좌완 투수를 상대로도 밀리지 않는 타격 매커니즘을 보여주며 상대 팀의 좌우 투수 교체 전략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팬들은 오라클 파크를 상징하는 새로운 스타의 탄생에 열광하며 매 타석마다 뜨거운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다.

 

대기록을 작성하며 팀의 3연패 위기를 막아낸 이정후는 이제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12일 하루 휴식을 취하며 전열을 가다듬은 뒤, 오는 13일부터 시카고 컵스를 상대로 연속 안타 기록 연장에 도전할 예정이다. 한국인 메이저리거의 한계를 매일 경신하고 있는 그의 방망이가 어디까지 뻗어 나갈지 전 세계 야구팬들의 시선이 샌프란시스코로 향하고 있다.

 

'15억의 침묵' 한화, 한국시리즈 돌풍 1년 만에 위기

 지난 시즌 KBO 리그에 거센 돌풍을 일으키며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밟았던 한화 이글스가 1년 만에 가혹한 시련을 맞이했다. 암흑기를 견디며 수집한 특급 유망주들이 팀의 주축으로 성장해 결실을 보는 듯했으나, 올 시즌 들어 핵심 투수 자원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무너졌기 때문이다. 한화가 각별한 공을 들여 영입한 이른바 '5억팔 트리오' 문동주, 김서현, 정우주는 현재 부상과 구위 저하 등으로 인해 제 역할을 전혀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팀의 미래를 상징하던 이들의 부진은 한화의 순위 싸움에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가장 뼈아픈 대목은 에이스 문동주의 이탈이다. 2023년 신인왕이자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주역인 문동주는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도 전천후 활약을 펼치며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그러나 올 시즌 초반 오른쪽 어깨 통증을 호소하더니 결국 관절 와순 손상이라는 진단을 받고 미국에서 수술대에 올랐다. 팀의 1선발 역할을 해줘야 할 자원이 시즌 아웃되면서 한화 선발진에는 거대한 구멍이 생겼다. 문동주의 공백은 단순한 투수 한 명의 부재를 넘어 팀 전체의 사기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뒷문을 책임져야 할 김서현의 상황도 처참하다. 지난해 33세이브를 올리며 리그 정상급 마무리 투수로 발돋움했던 김서현은 올해 구속 저하와 제구 난조가 겹치며 완전히 무너졌다. 10점대가 넘는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채 2군으로 내려간 그는 벌써 수개월째 1군 복귀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다. 한화 벤치는 그를 대신할 자원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지난해 김서현이 보여줬던 압도적인 구위를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마무리 투수의 부재는 경기 후반 역전패가 잦아지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트리오의 막내 격인 정우주 역시 2년 차 징크스의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데뷔 시즌이었던 지난해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평균자책점 2점대의 놀라운 성적을 거뒀던 그는 올해 6점대 중반까지 치솟은 방어율로 고전 중이다.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의 부진이 정규시즌까지 이어지는 모양새다. 김경문 감독은 정우주의 잠재력을 믿고 꾸준히 기회를 부여하며 독려하고 있지만, 마운드 위에서 보여주는 투구 내용은 여전히 불안하다. 구위 자체는 나쁘지 않으나 결정적인 순간 장타를 허용하는 빈도가 높아졌다.한화가 만년 하위권의 설움을 씻기 위해 선택했던 '유망주 육성 올인' 전략은 지난해 확실한 성과를 거두는 듯 보였다. 하지만 투수진의 핵심인 세 선수가 동시에 부침을 겪으면서 리빌딩의 완성 단계에서 다시금 제동이 걸렸다. 고액의 계약금을 안겨주며 기대를 걸었던 유망주들이 한꺼번에 전력에서 이탈하거나 부진에 빠지는 시나리오는 구단으로서도 예상치 못한 최악의 변수였다. 이는 특정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한화의 투수진 구성이 가진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낸 결과이기도 하다.현재 한화는 이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베테랑과 신예들을 총동원하고 있으나 '5억팔'들이 보여줬던 파괴력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문동주의 재활 성공 여부와 김서현의 구위 회복, 정우주의 징크스 탈출은 향후 한화 이글스의 몇 년을 결정지을 중대한 과제다. 김경문 감독 체제 아래서 이들이 다시 본 궤도에 오를 수 있을지가 올 시즌 남은 기간 한화의 성적은 물론 내년 시즌 구상까지 좌우할 전망이다. 독수리 군단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이들 트리오의 부활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