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김정은, 러·중 밀착 타고 '부유한 정권'

 국제사회의 촘촘한 경제 봉쇄망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예상치 못한 성장세를 기록하며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가장 안정적인 경제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평양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급격한 변화를 조명하며, 북한이 러시아와의 무기 거래와 중국과의 교역 확대를 통해 막대한 자금을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에 탄약과 병력을 지원하며 벌어들인 수입은 북한 전체 국내총생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막대한 규모인 것으로 추산된다.

 

북한 경제의 회복세는 구체적인 지표로도 확인된다. 한국은행의 추산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약 3.7%의 성장률을 기록했는데, 이는 최근 8년 사이 가장 높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국제 제재를 우회해 에너지와 원자재를 수입하는 역량을 강화했으며, 가상자산 해킹 등 불법적인 경로로도 수십억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자금 유입은 평양의 인프라 개선과 건설 붐으로 이어지며 정권의 지지 기반을 공고히 하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평양의 일상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디지털화되고 현대적인 모습으로 변모했다. 최근 평양을 방문한 외국인들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택시를 호출하고 실시간으로 차량 위치를 확인하는 모습에 놀라움을 표하고 있다. 거리에는 중국산 전기차가 즐비하며, 식당에서는 QR코드를 이용한 모바일 결제가 보편화되는 추세다. 화덕 피자와 치킨 전문점은 물론 애완동물 상점과 인터넷 게임 카페까지 등장하며 평양 시민들의 소비 생활이 한층 다양해졌다는 분석이다.

 

주거 환경의 변화 역시 가파르다. 북한은 지난해 평양에만 1만 가구 이상의 대규모 신규 주택을 공급했는데, 이는 미국의 대도시들과 비교해도 적지 않은 규모다. 위성사진 분석 결과에서도 야간 조명의 밝기가 5년 전보다 3배가량 밝아졌으며, 석유 저장시설과 주차장의 이용률도 눈에 띄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미국 주도의 봉쇄 정책이 실패했음을 자평하며 내부 결속을 다지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의 온기가 평양 밖으로까지 고르게 퍼지지는 못하고 있다. 평양의 화려한 변화와 달리 지방의 현실은 여전히 열악하며, 북한 주민의 절반 가까이가 영양실조 상태에 놓여 있다는 유엔의 추산은 북한 경제의 극심한 양극화를 보여준다. 북한 전체 경제 규모가 여전히 미국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은 현재의 호황이 외부 요인에 의존한 불안정한 구조임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심 계층이 밀집한 평양의 풍요는 정권 유지에 충분한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북한의 경제적 자신감은 향후 국제 정세에도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그동안 미국은 제재 완화를 지렛대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려 했으나, 북한이 독자적인 생존로를 확보하면서 핵 포기에 대한 유인이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든든한 외교적 우군을 확보한 북한이 경제적 곤궁함을 이유로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민석 "내가 DJ 적통"… 민주당 내분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당권을 향한 경쟁이 정책 대결 대신 과거의 뿌리를 찾는 '적통 논쟁'으로 급격히 매몰되고 있다. 8월 17일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두고 주요 후보들이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앞세워 정통성을 강조하면서 당내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특히 29일에는 특정 후보의 과거 행적을 둘러싼 진실 공방까지 벌어지며 선거 국면이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는 양상이다.논란의 중심에 선 송영길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청래 전 대표를 정조준했다. 송 의원은 정 전 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내세우는 것에 대해 과거 노 전 대통령과 등을 졌던 사이라며 날을 세웠다. 심지어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장례식조차 참석하지 못했다는 구체적인 주장까지 내놓으며 정 전 대표의 '노무현 키즈' 정체성을 정면으로 부정했다. 이는 정 전 대표가 김민석 총리의 과거 탈당 이력을 공격한 것에 대한 강력한 맞대응으로 풀이된다.정청래 전 대표는 즉각 허위사실 유포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정 전 대표는 서거 소식을 듣고 즉시 봉하마을을 찾았다며 당시의 구체적인 행적을 공개했다. 그는 송 의원의 발언을 명예훼손으로 규정하고 사과가 없을 시 법적 조치까지 검토하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정 전 대표는 사퇴 이후 연일 세 전직 대통령을 민주당의 뿌리로 규정하며 자신이 이들의 정신을 계승할 유일한 적임자임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전파하고 있다.이런 가운데 김민석 국무총리는 호남 민심을 겨냥한 'DJ 적통론'을 강화하고 있다. 김 총리는 최근 광주 강연에서 자신을 '김대중 키즈'로 명명하며 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호남과의 연결고리를 부각했다. 박지원 의원 역시 김 총리의 정통성을 치켜세우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이는 이재명 전 대표 체제 이후 분열된 전통 지지층과 새로운 지지층 사이에서 확실한 명분을 선점하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당 내부에서는 이러한 과거 회귀적 논쟁에 대해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집권 여당으로서 민생과 국가 비전을 제시해야 할 전당대회가 20년 전의 인연이나 탈당 이력을 따지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중진 의원들은 정책 경쟁은 사라지고 분열만 조장하는 현재의 선거 방식이 당의 미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한심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의원총회에서도 후보들의 절제되지 못한 언행이 당의 신뢰도를 깎아먹고 있다는 성토가 이어졌다.전당대회 과열 양상은 유튜브와 SNS를 통한 지지자 간의 대리전으로 확산되며 당의 결속력을 해치고 있다. 당 지도부는 비공개 회의를 통해 각 후보 측에 자중을 요청했으나, 표심을 의식한 후보들의 적통 경쟁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정책적 대안이나 미래 비전보다는 누가 더 전직 대통령들과 가까운지를 따지는 소모적인 논쟁이 계속되면서 이번 전당대회가 당의 통합이 아닌 분열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