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평양서 앱으로 택시 호출, 제재 뚫은 북한 경제

 국제사회의 촘촘한 경제 제재망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예상치 못한 경제적 활기를 띠며 자립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시점에 맞춰 북한 경제가 최근 수년 사이 가장 강력한 성장세를 기록 중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 동력으로는 러시아와의 밀착을 통한 무기 거래와 병력 파견, 그리고 중국의 전폭적인 물자 지원이 꼽힌다.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지정학적 위기를 기회로 삼아 대규모 외화를 벌어들인 북한은 이를 바탕으로 내부 경제 구조를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최근 북한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목격한 평양의 모습은 과거의 경직된 이미지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거리에는 중국산 전기차가 질주하고 주민들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택시를 호출해 실시간 위치를 확인하며 이동한다. 식당에서는 화덕 피자와 치킨윙이 인기 메뉴로 팔리고 있으며, 현금 대신 QR코드를 활용한 디지털 결제가 일상화되었다. 불과 5년 전 코로나19 봉쇄로 생필품 부족을 겪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경제 실패를 자인했던 시기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상전벽해 수준의 변화가 일어난 셈이다.

 


북한 경제의 가파른 회복세는 러시아와의 이른바 '위험한 거래'에서 시작되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선에 막대한 양의 탄약을 공급하고 1만 5,000명 이상의 병력을 파견하는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에너지와 건설 자재, 첨단 군사 기술을 확보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북한이 무기 판매로만 수십억 달러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이는 고스란히 평양의 대규모 건설 붐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평양에만 1만 가구의 신규 주택이 들어섰는데, 이는 미국의 대도시인 로스앤젤레스의 연간 건설 물량을 상회하는 수치다.

 

중국과의 교역 확대 역시 북한 디지털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현재 북한 내에는 50개 이상의 스마트폰 브랜드가 존재하며 연간 생산량은 50만 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 대부분은 중국에서 유입되고 있으며, 대중 무역 규모는 최근 8년 사이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 여기에 암호화폐 거래소 해킹 등 사이버 범죄를 통해 조달한 자금까지 더해지면서 북한 정권의 금고는 그 어느 때보다 풍족해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한국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북한 경제는 2024년 3.7% 성장하며 김정은 집권 이후 가장 강력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무기를 통해 정권의 생존을 보장받은 상태에서 경제 발전에 총력을 기울일 수 있는 여력을 갖게 되었다고 평가한다. 이는 비핵화의 대가로 경제 지원을 제안해온 미국의 기존 전략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밤마다 평양을 밝히는 야간 조명의 밝기가 5년 전보다 3배 이상 밝아졌다는 위성 분석 결과는 북한 경제의 변화가 단순한 선전용이 아님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이러한 번영이 평양이라는 특정 지역과 특권층에 집중되어 있다는 한계는 명확하다. 유엔 조사에 따르면 북한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여전히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으며, 인권 상황은 세계 최악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무기 판매와 해킹으로 벌어들인 자금이 하부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며 주민들의 생활 수준을 일부 개선하고 있다는 징후도 포착된다. 시진핑 주석의 이번 방북은 경제적 자신감을 회복한 북한이 중·러와의 삼각 동맹을 통해 국제 질서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 잡으려는 행보의 정점이 될 전망이다.

 

취업 대신 집안일, ‘전업자녀’가 늘고 있다

취업난과 고물가, 치솟은 주거비가 맞물리면서 부모 집에 머물며 살림을 맡는 이른바 ‘전업자녀’가 새로운 사회 현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독립을 미루거나 포기한 성인 자녀가 부모와 함께 살며 청소, 식사 준비, 빨래, 병원 동행 등 집안일을 담당하고, 그 대가로 용돈이나 생활 지원을 받는 형태다.전업자녀는 말 그대로 전업주부의 역할이 성인 자녀에게 옮겨간 개념에 가깝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기존의 ‘캥거루족’이나 ‘니트족’과 비슷해 보이지만, 가사와 돌봄 노동을 지속적으로 수행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단순히 부모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 내에서 일정한 역할을 맡는다는 것이다.이 표현은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했던 중국에서 먼저 사용된 신조어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는 부모와 자녀가 실제로 월급이나 근로계약서 형태를 갖추는 사례도 소개됐다. 국내에서는 이보다 넓은 의미로 쓰인다. 별도의 임금 계약은 없더라도 주거비와 식비 부담을 줄이는 대신 가사 노동을 맡는 방식까지 포함한다.유튜브와 SNS에서도 전업자녀의 일상을 다룬 콘텐츠가 늘고 있다. 20대 후반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미혼 성인들이 부모가 출근한 뒤 집안일을 하고, 장을 보고, 식사를 준비하며 하루를 보내는 모습을 공개한다. 일부는 아르바이트나 자격증 공부를 병행하지만, 집안일 자체를 주요 일과로 삼는 경우도 적지 않다.전업자녀가 늘어나는 배경에는 구조적 요인이 크다. 청년층 고용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월세와 생활비 부담은 커지고 있다. 서울에서 독립해 살던 청년이 높은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본가로 돌아오거나, 대학 졸업 후 장기간 취업 준비를 하다 가족 내 역할을 맡게 되는 사례도 나온다.실제 청년 고용 지표도 녹록지 않다. 국가데이터처의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 취업자는 전년 동월보다 25만5000명 줄었다. 반면 60세 이상과 30대 취업자는 증가해 청년층의 고용 한파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 경제적 자립이 어려워지면서 부모와 동거하는 청년 비중도 커지고 있다.서울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35세 시점에 부모와 함께 사는 비율은 1970년대생의 경우 20%대였지만, 1981~1986년생은 41.1%로 높아졌다. 국무조정실의 ‘2024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서도 만 19~34세 청년의 54.4%가 부모와 동거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5~29세는 56%, 30~34세도 29.9%가 부모와 함께 살고 있었다.전업자녀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일부는 “가족이 함께 살며 역할을 나누는 것도 하나의 삶의 방식”이라며 긍정적으로 본다. 취업난과 주거난 속에서 청년 개인의 책임으로만 몰아가기 어렵다는 공감도 있다. 반면 부모의 경제력에 기대는 구조가 장기화될 경우 자립 능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부모가 은퇴하거나 사망한 뒤 전업자녀가 경제적 고립에 놓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전문가들은 전업자녀를 단순히 게으름이나 의존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고 말한다. 저성장과 고물가, 늦어지는 독립 시기가 맞물린 결과라는 설명이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전업자녀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며 “이미 나타난 시대적 흐름이라면 이들이 사회와 다시 연결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