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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시, 폐광에 핀 라벤더 축제

 강원도 동해시의 옛 석회석 광산이 초여름의 시작과 함께 보랏빛 향기가 가득한 치유의 정원으로 탈바꿈한다. 동해시는 오는 13일부터 본격적으로 막을 올리는 '2026 무릉별유천지 라벤더축제'를 앞두고, 6월 6일부터 이틀간 사전축제를 운영하며 손님맞이 채비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번 사전 운영은 단순히 본 행사를 알리는 홍보 수단을 넘어,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에 대비해 현장의 안전과 편의 시설을 최종적으로 점검하는 실전 테스트베드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과거 삭막한 돌먼지가 날리던 채석장이었던 무릉별유천지는 이제 보랏빛 라벤더가 물결치는 생태 관광지로 완전히 거듭났다. 시는 이번 사전 기간 동안 주차장 수용 능력과 관람객들의 실제 이동 경로를 면밀히 분석하고, 매표 시스템의 과부하 여부를 점검한다. 특히 대규모 관광객이 일시에 몰릴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병목 구간을 파악해 본 축제 기간에는 더욱 쾌적하고 안전한 관람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올해 축제의 핵심 테마는 '별빛이 피는 라벤더'로 정해졌으며, 방문객들의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는 공간 재구성에 공을 들였다. 기존의 넓은 잔디광장 대신 라벤더 정원의 아름다움을 가장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바람숨뜰'로 메인 행사장을 옮긴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이를 통해 관람객들은 공연을 관람하면서 동시에 눈앞에 펼쳐진 보랏빛 꽃밭을 만끽할 수 있게 되었으며,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차별화된 휴식을 경험할 수 있다.

 

산업 유산의 흔적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공간 기획도 눈길을 끈다. 과거 쇄석장과 폐광 시설이 남아 있는 부지에는 라벤더 펍과 이색적인 휴게 공간이 조성되어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거친 암석을 캐내던 산업 현장의 역동적인 역사와 부드러운 라벤더 향기가 공존하는 이 공간은 무릉별유천지만이 가진 독보적인 매력을 극대화한다.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묘한 분위기를 즐기며 특별한 추억을 남길 수 있다.

 


동해시는 이번 축제가 지방선거 이후 지친 시민들에게 일상의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사전축제를 통해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소한 불편 사항까지 모두 수집하여 보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가족 단위 방문객들을 위한 편의 시설 확충과 어린이들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의 동선 최적화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무릉별유천지를 전국 최고의 야외 관광 명소로 각인시키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사전축제가 시작되는 6월 첫 주말부터 동해시 전역은 보랏빛 축제 분위기로 물들 전망이다. 시는 무릉별유천지의 광활한 대지 위에 피어난 라벤더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지역 경제 활성화와 관광 브랜드 가치 상승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시작되는 보랏빛 물결은 본 축제 기간을 거쳐 6월 하순까지 이어지며 수많은 관광객의 발길을 동해로 이끌 것으로 보인다.

 

광주 상처 들쑤신 배재고, 지도자는 방관했다

 고교야구의 명문들이 맞붙은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현장이 승부의 열기 대신 혐오와 조롱으로 얼룩졌다. 29일 서울 목동 야구장에서 열린 배재고등학교와 광주제일고등학교의 1회전 경기에서 발생한 사건은 청소년 스포츠계의 인성 교육 부재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경기 중반까지 압도적인 점수 차로 앞서가던 배재고 선수들이 상대 팀의 연고지인 광주의 역사적 아픔을 비하하는 듯한 응원가를 단체로 제창하면서 파문이 시작된 것이다.문제의 발단은 배재고 덕아웃에서 터져 나온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기이한 응원가였다. 언뜻 보면 평범한 기업 이름을 언급한 것처럼 들리지만, 그 속에는 악의적인 지역 비하 의도가 숨어 있었다. 지난달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맞춰 '탱크데이'라는 부적절한 명칭의 이벤트를 열어 대국민 사과까지 했던 스타벅스 코리아의 논란을 광주 연고 팀인 제일고 선수들을 조롱하는 도구로 활용한 것이다. 학생 선수들은 덕아웃 안에서 단체 율동까지 곁들이며 조롱의 강도를 높였다.상대 팀의 노골적인 모욕을 지켜보던 제일고 코치진은 즉각 분노를 표출했다. 광주 시민들의 희생과 역사적 상처를 자극하는 행위에 대해 "적당히 하라"며 강하게 항의했고, 심판진이 중재에 나서서야 소동은 잦아들었다. 하지만 이미 중계 영상을 통해 이들의 행태를 목격한 야구팬들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상태였다. 승부의 세계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인 스포츠맨십이 고등학생 선수들에 의해 철저히 짓밟혔다는 비판이 쏟아졌다.더욱 심각한 점은 이를 지도해야 할 감독과 코치진의 방관이다. 학생들의 부적절한 단체 행동이 이어지는 동안 배재고 지도자들은 이를 즉각 제지하지 않았으며, 상대 팀의 거센 항의가 있고 나서야 마지못해 수습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는 단순한 학생들의 일탈을 넘어, 지도자들조차 역사적 감수성과 윤리 의식이 결여되어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교육의 장이어야 할 고교 스포츠 현장이 혐오의 배설구로 전락하는 동안 어른들의 책임은 보이지 않았다.최근 프로야구 구단들이 신인 선수를 선발할 때 실력만큼이나 인성과 과거 행적을 철저히 검증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번 사건은 해당 선수들의 미래에도 치명적인 오점이 될 전망이다. 학교 폭력이나 부적절한 SNS 언행만으로도 지명이 철회되거나 퇴출당하는 시대에, 집단적인 지역 비하와 역사 왜곡 조롱에 가담한 전력은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팬들은 실력 이전에 인간으로서의 기본 도리를 갖추지 못한 선수들에게 프로의 문턱은 허락되지 않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스포츠는 육체적 기량을 겨루는 장인 동시에 타인에 대한 존중과 공정한 규칙을 배우는 교육의 과정이다. 그러나 이번 목동 야구장에서 보여준 모습은 승리라는 결과에 매몰되어 인간의 존엄성과 역사의 무게를 잊어버린 한국 청소년 스포츠의 씁쓸한 단면을 보여주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등 관계 기관의 엄중한 조사와 징계가 뒤따라야 함은 물론, 현장 지도자들에 대한 인성 교육 시스템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