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국 압박에 쿠바 글로벌 호텔 '엑소더스'

 미국 정부의 대쿠바 경제 봉쇄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강화되면서 쿠바 관광 시장을 주도하던 글로벌 호텔 그룹들이 잇따라 사업 철수를 선언하고 있다. 스페인의 거대 호텔 체인인 멜리아는 현지시간 3일 쿠바 내 모든 영업을 중단한다고 공식 발표하며 국제 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이는 앞서 철수를 결정한 이베로스타, 블루 다이아몬드 리조트, 아치펠라고에 이은 네 번째 대형 체인의 이탈로, 쿠바 경제의 핵심 축인 관광 산업이 사실상 붕괴 위기에 직면했음을 시사한다.

 

멜리아 측은 표면적으로 전력 부족과 관광객 감소를 철수 사유로 내세웠으나, 업계에서는 미국의 강력한 행정 제재가 결정적인 원인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1일 미국 행정부가 발령한 행정명령은 쿠바의 군산 복합기업인 가에사(GAESA)와 협력하는 외국 기업들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달 5일까지 사업 관계를 정리하지 않을 경우 미국 내 자산 동결은 물론 국제 금융 시스템 이용이 제한될 수 있다는 경고에 글로벌 기업들이 결국 쿠바 시장 포기를 선택한 것이다.

 


이번에 철수를 결정한 호텔들은 1990년대 초 쿠바가 관광 시장을 개방했을 당시 가장 먼저 진출했던 선구자들이다. 이들은 쿠바 국영 기업인 가비오타와 합작 형태로 운영하며 수십 년간 쿠바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가에사가 쿠바 경제의 최대 70%를 통제하고 있다는 미국의 판단에 따라, 이들과 손잡은 외국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퇴로를 찾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러한 글로벌 기업들의 이탈이 쿠바 경제에 파멸적인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한다.

 

쿠바 정부는 미국의 조치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가에사가 국가적 대응책의 일환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가에사는 불투명한 조직이 아니라 경제 봉쇄에 맞서기 위해 효율적으로 기획된 국가 구조라는 것이 쿠바 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미국의 압박은 단순한 자산 동결을 넘어 쿠바와 거래하는 제3국 금융기관들까지 겨냥하고 있어, 스페인이나 멕시코 등 그나마 남아있던 외국 자본의 추가 이탈을 촉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내부에서는 쿠바 정부의 붕괴가 머지않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 재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이르면 올여름 쿠바 체제가 무너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최근 전쟁 시뮬레이션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단순한 경제 제재를 넘어 정권 교체나 체제 붕괴를 목표로 한 고강도 압박이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때 오바마 행정부 시절 개선 조짐을 보였던 양국 관계는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모양새다.

 

글로벌 호텔 체인들이 떠난 자리는 전력난과 식량 부족으로 고통받는 쿠바 시민들의 한숨으로 채워지고 있다. 관광객들로 북적이던 아바나의 거리와 해변은 이제 적막감만이 감돌고 있으며, 외화 수입원이 끊긴 쿠바 정부의 대응 수단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국제 사회는 미국의 행정명령 이행 시한인 5일 이후 쿠바가 맞이할 운명에 주목하고 있으며, 이번 사태가 중남미 정세 전반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법무부, 동물의 비물건화 토론회…사법 패러다임 전환

 반려동물을 물건과 분리하여 생명체로서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려는 움직임이 민사집행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법무부와 법조협회는 1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별관에서 '동물의 비물건화'를 주제로 입법 쟁점 토론회를 열고, 장애인 보조견과 등록대상동물 등을 압류 금지 대상에 명시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을 수렴했다. 이번 토론회는 민법 개정을 통해 선언된 동물의 생명 존중 정신을 실제 사법 집행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주제 발표에 나선 한재언 동물자유연대 변호사는 1인 가구 증가와 인간-동물 간의 정서적 유대를 고려할 때 민사집행법 개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역설했다. 한 변호사는 특히 장애인 보조견의 경우 채무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필수적인 존재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를 민사집행법상 명시적인 압류 금지 대상으로 입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행관이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별도의 조문을 신설해 규정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제언도 덧붙였다.이무룡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압류 금지의 범위를 설정함에 있어 '등록대상동물'을 포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행법상 2개월령 이상의 반려견을 대상으로 하는 등록 제도를 압류 금지와 연계하자는 구상이다. 이 교수는 등록된 동물을 압류 대상에서 제외할 경우, 보호자들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자발적으로 등록 조치를 취하게 되는 긍정적인 유인책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아직 활성화 단계에 머물러 있는 동물 등록제의 실효성을 높이는 부수적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전략이다.입법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현실적인 과제들도 논의됐다. 동물의 생명권을 보호하는 동시에 채권자의 재산권을 침해하거나 채무자가 이를 악용해 재산을 은닉하는 행위를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영리 목적이 아닌 순수 반려 목적의 소유임을 채무자가 소명할 수 있는 절차적 보완책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가치와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사법 행정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동물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정교한 법 설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정부 관계자들과 국회 입법조사처 등 유관 기관들도 이러한 입법 방향에 힘을 실었다. 황성필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장애인 보조견의 압류 금지 입법화 필요성에 이견이 없음을 밝히며, 토론회에서 제기된 아이디어들이 실제 법안으로 연결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법제연구원 등 각계 전문가들도 동물의 비물건화가 민법을 넘어 사법 전반으로 확산되어야 한다는 취지에 동의하며, 동물 복지 정책의 현주소와 개선 방향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법무부는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들을 종합하여 동물이 생명으로서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합리적인 입법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서정민 법무실장은 국민적 관심을 환기하고 부처 간 협력을 통해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겠다고 약속했다. 반려동물이 단순한 '압류 대상 물건'에서 '보호받아야 할 가족'으로 법적 신분이 격상되는 이번 입법 논의는, 우리 사회의 생명 존중 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