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맥북 네오, 윈도 PC 가격 전쟁 불붙였다

 애플이 야심 차게 선보인 보급형 노트북 맥북 네오가 윈도 기반 PC 업계의 가격 방어선을 무너뜨리고 있다. 그동안 고가 정책을 유지해온 애플이 교육 할인 기준 499달러라는 파격적인 가격표를 들고 나오자, 에이서와 델 등 주요 제조사들은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저가형 신제품을 잇달아 출시하는 모양새다. 애플 실리콘의 강력한 성능을 등에 업은 맥북 네오의 공세에 윈도 진영은 가격 경쟁력과 경량화라는 전통적인 강점을 극대화하며 맞서고 있다.

 

에이서는 최근 미국 시장에서 699달러부터 시작하는 '스위프트 에어 14'를 공개하며 맥북 네오 견제에 나섰다. 이 제품은 인텔 코어 시리즈 3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120Hz 고주사율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가성비를 높였다. 특히 맥북 네오가 젊은 층을 겨냥해 다양한 색상을 선보인 것처럼, 에이서 역시 세이지 그린과 라일락 퍼플 등 감각적인 색상을 도입해 디자인 경쟁력을 강화했다. 이는 단순한 사양 대결을 넘어 감성적인 측면에서도 애플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델 역시 보급형 시장 수성을 위해 신형 XPS 13 카드를 꺼내 들었다. 오는 7월 출시 예정인 이 제품은 학생 대상 599달러라는 공격적인 가격을 책정하며 맥북 네오와 정면 승부를 예고했다. 1kg 수준의 가벼운 무게와 2.5K 터치 디스플레이 등 프리미엄급 사양을 유지하면서도 가격을 대폭 낮춘 것이 특징이다. 델의 이러한 행보는 애플의 보급형 전략이 윈도 진영의 최상위 라인업 가격 정책까지 변화시킬 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프로세서 업계의 강자 퀄컴도 이 전쟁에 가세했다. 퀄컴은 최근 300달러 이상의 엔트리급 노트북을 겨냥한 전용 프로세서 '스냅드래곤 C'를 전격 발표했다. 에이서와 HP, 레노버 등 주요 PC 제조사들이 올해 말 이 칩을 탑재한 초저가 노트북을 대거 출시할 예정이다. 특히 에이서는 15.6인치 대화면에 512GB 저장공간을 갖춘 '아스파이어 고 15'를 예고하며, 성능보다는 실용성과 가격을 중시하는 소비자층을 공략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업계 전문가들은 애플의 이번 행보가 윈도 PC 진영에 상당한 심리적 타격을 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에이수스의 조니 시 회장은 최근 주주총회에서 애플의 비용 효율적인 전략을 직접 언급하며 위기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윈도 제조사들은 그동안 저가형 시장에서 물량 공세로 버텨왔으나, 애플이 성능과 가격을 모두 잡은 제품을 내놓으면서 더 이상 기존 방식으로는 경쟁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팀 쿡 애플 CEO는 맥북 네오가 신규 맥 구매자 유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시장 반응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맥북 네오는 애플 생태계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동시에 윈도 노트북의 전유물이었던 보급형 시장의 파이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윈도 PC 업체들이 배터리 효율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대응 모델을 쏟아내면서, 올 하반기 노트북 시장은 소비자들에게 역대 가장 저렴하면서도 강력한 성능을 제공하는 치열한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MBK·메리츠 기싸움에 홈플러스 결국 '사망 선고'

 서울 서초구의 한 홈플러스 매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손길이 평소보다 분주해졌다. 평소라면 신선식품을 채워 넣었을 시간이었지만, 이날 직원들은 대형 카트를 끌고 나와 진열된 상품들을 박스에 담아 옮기기 시작했다. 건어물 코너부터 생활용품 매대까지 곳곳에서 상품이 빠져나가며 텅 빈 공간이 늘어갔다. 갑작스러운 매장 정리 모습에 장을 보던 시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고, 계산대 주변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는 서울회생법원이 홈플러스에 대한 기업회생 절차 폐지를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벌어진 풍경이다.법원의 이번 결정은 홈플러스가 회생 계획안을 이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금인 2000억 원을 마련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재판부는 홈플러스가 자금 조달에 실패함에 따라 더 이상 회생 절차를 유지할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은 자금 투입의 주체를 두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여왔으나,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파국을 맞이했다. 법정 관리 신청 후 1년 4개월 동안 경영 정상화를 꿈꿨던 홈플러스는 이제 14일 안에 자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사실상 파산 절차를 밟게 될 처지에 놓였다.매장 현장의 혼란은 협력업체들의 발 빠른 대응에서 시작됐다. 법원의 결정이 나오자마자 대금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한 공급사들이 일제히 제품 철수를 요청하면서 매대는 순식간에 비워졌다. 반찬 코너를 메우고 있던 도자기 제품들이 30분 만에 사라졌고, 냉동고에는 상품 대신 얼음 덩어리만 덩그러니 남았다. 자체 기획 상품인 PB 제품조차 구색을 맞추지 못할 정도로 물량이 달리는 모습이었다. 직원들은 매장을 찾는 손님들의 질문에 "잘 모르겠다"며 말을 아꼈지만,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온라인 공간에서도 홈플러스의 위기를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높다. 30년 가까이 동네 상권을 지켜온 대형 마트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소식에 소셜미디어에는 마지막 방문 인증 사진과 추억담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저렴한 가격과 친숙한 로고송으로 기억되는 홈플러스의 몰락은 많은 소비자에게 한 시대의 종언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오랫동안 얼굴을 익힌 매장 직원들의 고용 불안을 걱정하는 글들이 커뮤니티를 달구며, 단순한 기업의 실패를 넘어선 사회적 문제로 번지는 양상이다.노동계는 정부와 대주주의 책임을 물으며 강력한 투쟁을 예고했다. 마트산업노조는 성명을 통해 10만 명에 달하는 노동자와 가족들의 생계가 걸린 문제라며, 14일 이내에 공적 자금 투입을 포함한 긴급 회생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대주주와 채권단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 노동자들만 길거리로 내몰리게 됐다며 즉각적인 자금 투입을 요구하는 긴급 투쟁에 돌입했다. 정부 역시 대규모 실직 사태와 유통망 붕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홈플러스에게 남은 시간은 단 2주뿐이다. 즉시항고를 통해 법원의 결정을 뒤집기 위해서는 2000억 원의 자금 조달 확약서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대주주와 채권단 사이의 갈등이 여전한 상황에서 극적인 반전이 일어날지는 미지수다. 만약 이 기간 내에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국내 유통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홈플러스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협력업체의 줄도산 우려와 대규모 실직 공포가 엄습하는 가운데, 홈플러스 매장의 불빛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 유통업계 전체가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