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덕수궁에 핀 조선의 옥꽃, 반화가 전하는 축복

 조선과 프랑스가 외교의 문을 연 지 140주년을 맞아 양국의 우애를 상징하는 특별한 유물들이 서울 도심 곳곳에서 베일을 벗는다. 이번 기념행사의 중심에는 고종 황제가 1886년 수교 당시 사디 카르노 프랑스 대통령에게 전달했던 궁중 공예품 '반화(盤花)'가 자리하고 있다. 반화는 연꽃 모양의 그릇 위에 옥과 산호, 물총새 깃털 등 진귀한 재료로 꽃과 나무를 정교하게 빚어낸 조선 공예의 정수로, 당시 조선이 서구 열강이었던 프랑스와의 관계 구축에 얼마나 큰 공을 들였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유물이다.

 

현재 반화의 원본은 프랑스 기메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어 국내에서는 그 실물을 확인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가유산청은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원본 대여를 추진했으나, 유물의 노후화에 따른 파손 우려로 복제품 제작이라는 차선책을 선택했다. 이에 김영희 국가무형유산 옥장 보유자가 약 1년여의 사투 끝에 전통 방식 그대로 반화 두 쌍을 재현해냈으며, 이 귀중한 결과물이 국립고궁박물관과 덕수궁 돈덕전에서 각각 전시되어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덕수궁 돈덕전에서 열리는 전시는 반화가 지닌 예술적 가치와 상징성에 집중한다. 반화에 장식된 모란은 부귀영화를, 소나무와 측백나무는 절개와 장수를 뜻하며 조선 왕실이 프랑스에 전하고자 했던 축복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전시는 조선 문인들 사이에서 유행한 꽃 감상 문화가 어떻게 궁중 공예의 극치인 반화로 발전했는지를 추적하며, 8월 말까지 시민들에게 조선 왕실의 우아한 외교 미학을 선보일 예정이다.

 

국립고궁박물관에서는 반화 외에도 양국 외교사의 결정적 순간들을 증명하는 다양한 공예품과 기록물을 한자리에 모았다. 특히 1851년 조선 관원과 프랑스 외교관의 첫 공식 만남의 증표인 '옹기 주병'이 한국 전시 사상 처음으로 공개되어 눈길을 끈다. 난파된 선원을 구하러 온 프랑스 외교관에게 조선 주민들이 다과를 대접하고 관원이 술병을 선물했던 훈훈한 일화는, 비록 이후 병인양요라는 갈등을 겪었음에도 양국 관계의 뿌리가 깊은 신뢰에 기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수교 이후의 외교는 선물을 주고받는 이른바 '도자기 외교'를 통해 더욱 공고해졌다. 이번 전시에는 고종이 보낸 청자 대접과 고서적들이 프랑스에서 건너와 카르노 대통령이 답례로 보낸 백자 살라미나 병과 나란히 배치되어 140년 전의 대화를 재현한다. 해방 이후 현대에 이르기까지 양국 정상이 교환한 현대적 감각의 선물들도 함께 전시되어, 과거부터 현재까지 끊이지 않고 이어진 한불 우호의 연대기를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

 

문화적 교류는 고전 유물을 넘어 현대미술의 영역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대전 헤레디움에서는 프랑스의 유명 수집가 이봉 랑베르의 컬렉션을 통해 바스키아 등 거장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으며, 서울 여의도에 문을 여는 '퐁피두 한화'는 프랑스 현대예술의 정수를 한국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140년 전 고종이 보낸 작은 꽃그릇에서 시작된 양국의 인연은 이제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거대한 문화적 흐름이 되어 두 나라의 미래를 밝히는 등불이 되고 있다.

 

지리산서 포착된 멸종위기 1급 '귀한 몸'

 지리산의 깊은 품속에서 멸종위기 1급 보호종인 무산쇠족제비가 모습을 드러내 학계와 환경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경남 함양군 소속의 한 공무원이 등반 도중 우연히 포착한 이 작은 생명체는 국내 식육목 포유류 중 가장 작은 크기를 자랑하는 희귀종이다. 평소 지리산을 수백 번 오르내리며 야생 생태계에 깊은 애정을 가졌던 발견자는 바위 틈새에서 잠시 나타난 동물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사진으로 남기는 데 성공했다. 이번 발견은 지리산이 여전히 멸종위기종이 안전하게 서식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로 평가받는다.무산쇠족제비는 그 크기가 매우 작아 육안으로 확인하기조차 쉽지 않은 동물이다. 몸길이는 성인 손바닥 한 뼘 정도인 15~16cm에 불과하며, 몸무게는 100g도 채 되지 않아 숲속의 은둔자로 불린다. 계절에 따라 털색을 바꾸는 특징이 있어 여름에는 주변 환경과 유사한 갈색을 띠지만, 눈이 내리는 겨울이 되면 온몸이 눈처럼 하얗게 변해 포식자의 눈을 피한다. 작고 귀여운 외모와 달리 연간 수천 마리의 쥐를 잡아먹는 탁월한 사냥 능력을 갖추고 있어 생태계 내 설치류 개체 수를 조절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이 종의 역사는 1920년대 북한 함경북도 무산 지역에서 처음 보고된 것에서 시작되었다. 남한 지역에서는 1970년대 서울에서 확인된 이후 전국 각지의 산악 지대에서 간헐적으로 목격담이 전해졌으나, 워낙 개체 수가 적어 정확한 서식 밀도나 분포 지도를 작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지리산 국립공원에서도 지난 8년 동안 자취를 감췄다가 지난해에야 비로소 서식이 확인되었을 정도로 귀한 몸이다. 이번에 다시 한번 실물이 확인됨으로써 지리산 내 특정 구간이 이들의 안정적인 번식처가 되고 있음이 확실시되었다.발견 당시 무산쇠족제비는 백무동에서 장터목으로 이어지는 험준한 등산로 인근 바위 지대에서 포착되었다. 발견자는 해당 개체가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활동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함양군은 선수의 안전과 서식지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구체적인 발견 지점은 비공개로 부치기로 했다. 무분별한 방문객의 유입이 자칫 멸종위기종의 평화로운 삶을 방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러한 신중한 태도는 야생동물 보호의 기본 원칙을 준수하겠다는 지자체의 의지로 풀이된다.환경 전문가들은 이번 발견이 가지는 생태학적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무산쇠족제비와 같은 상위 포식자가 발견되었다는 것은 그 먹이가 되는 설치류와 양서류, 파충류 등이 풍부하게 서식하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이는 지리산의 먹이사슬이 건강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기후 변화와 개발 압력 속에서도 국립공원의 보전 가치가 잘 지켜지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학계에서는 이번 사진 자료를 바탕으로 해당 지역의 생태 통로 연결성과 서식 환경에 대한 정밀 분석에 착수할 예정이다.함양군은 이번 사례를 계기로 지리산의 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한 홍보와 관리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등산객들에게는 야생동물과의 적절한 거리 두기를 당부하는 한편, 멸종위기종의 서식 환경을 해치지 않는 성숙한 등반 문화 정착을 독려하고 있다. 지리산의 바위 아래 숨어 지내던 작은 사냥꾼의 등장은 자연과 인간의 공존이 왜 중요한지를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관계 당국은 향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무산쇠족제비의 개체군 유지 상태를 점검하고 필요한 보호 조치를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