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케데헌'이 바꾼 K-콘텐츠 지도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와 소셜 미디어를 매개체로 삼아 전 세계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최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K-팝과 드라마를 넘어 음식과 문화유산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이른바 'K-스토리텔링'이 새로운 소비 권력을 창출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단순한 물건 구매를 넘어 상품에 담긴 의미와 가치를 소비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한국 고유의 이야기가 담긴 상품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모습이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은 최근 열린 '서울포럼 2026' 특별 세션에서 전통문화 상품인 '뮷즈'의 성공 사례를 통해 콘텐츠의 힘을 증명했다. 과거에는 박물관 기념품 정도로 치부되던 굿즈들이 이제는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하는 '이야기형 상품'으로 탈바꿈하며 오픈런 현상까지 일으키고 있다. 특히 전통 민화 속 소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배지 등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는 한국적 전통이 더 이상 지루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재미있는 문화 놀이로 인식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전통 굿즈의 열풍 뒤에는 지난해 6월 20일 공개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파급력이 자리 잡고 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한국적 요소들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면서, 극 중 캐릭터와 유사한 느낌을 주는 전통 문양 상품들이 마치 공식 굿즈처럼 소비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잘 만든 영상 콘텐츠 하나가 박물관 전시품에 대한 대중의 시각을 어떻게 완전히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K-컬처 간의 시너지 효과는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며 실질적인 매출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의 RM이 SNS에 올린 미술품 사진이 전시 관람객 폭증으로 이어지거나, 블랙핑크 제니가 뮤직비디오에서 선보인 신라 금관 모티프 의상이 글로벌 팬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식이다. 이제는 뷰티와 식품, 스포츠 브랜드들까지 자사의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 문화를 브랜드 스토리의 핵심 요소로 적극 도입하고 있다.

 


한식 산업 역시 콘텐츠와의 결합을 통해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는 중이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시리즈가 틱톡 챌린지와 K-팝 스타들의 먹방을 타고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며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구글 트렌드 분석에 따르면 '한국 음식'에 대한 글로벌 검색량은 이미 '일본 음식'을 추월했다. 특히 '케데헌' 공개 이후 작품 속 주인공들이 즐기던 김밥과 라면, 냉면 등에 대한 관심도가 급등하며 한식의 문화적 위상은 정점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이제 K-팝이나 K-드라마 등 개별 분야의 성공에 안주하기보다, 여러 산업군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통합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관광객들이 한국을 찾는 이유가 특정 콘텐츠 하나에 국한되지 않고 음식과 뷰티, 전통문화가 어우러진 종합적인 이미지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끊임없이 진화하며 타 문화와의 융합에 유연한 한식의 사례처럼, 한국 문화 전반이 서로의 산업적 가치를 높여주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향후 글로벌 시장 선점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예산은 110%, 용지는 50%…선관위 투표용지 부족 파문

선거는 끝났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향한 불신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일부 투표소에서 벌어진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단순 행정 착오를 넘어 선거 관리 체계 전반의 문제로 번지는 분위기다.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12곳과 강남구·광진구 각 1곳 등 모두 14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지는 일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일부 유권자는 투표를 포기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개표 방송이 시작된 뒤에도 투표가 이어졌다.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는 투표함 반출을 막고 재선거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항의도 있었다.선관위는 “공직선거법상 선거 연기나 재선거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지만, 정치권의 비판은 거세다. 국민의힘은 개표 중단과 재선거를 요구했고, 국정조사 필요성도 제기했다. 여당내부에서도 선관위 책임론이 나왔다.논란이 커진 핵심은 투표용지 제작 방식이다. 선관위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전체 유권자 수의 110% 수준에 해당하는 투표용지 제작 예산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제 본투표용지는 송파구의 경우 유권자 수의 50% 수준만 인쇄됐다. 광진구와 강남구도 각각 50%, 55% 수준이었다.선관위는 사전투표율과 본투표율을 고려해 본투표용지를 최소 50% 이상 확보하도록 지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남는 투표용지를 줄이려는 목적도 있었다는 입장이다. 과거 잔여 투표용지를 둘러싼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된 뒤, 불필요한 여분을 줄이려 했다는 것이다.하지만 결과적으로 일부 투표소에서는 수요 예측이 빗나갔고, 유권자의 투표권 행사가 지연되거나 제한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참정권 침해 소지가 있는 중대한 선거 관리 실패”라며, 이번 사태가 부정선거 음모론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고 지적한다.선관위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 대선 당시 코로나19 확진자·격리자 사전투표 과정에서 기표된 투표지를 바구니나 쇼핑백에 담아 이른바 ‘소쿠리 투표’ 논란이 일었다. 이후에도 투표 현장 관리 부실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됐다.전문가들은 선관위의 조직 구조에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중앙선관위원 9명 중 대부분이 비상임위원이고, 위원장을 현직 대법관이 겸직하는 관행 때문에 조직 장악력과 책임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또 헌법상 독립기구라는 이유로 외부 감시가 제한돼 내부 폐쇄성이 커졌다는 비판도 나온다.선관위는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지만, 단순한 사과만으로는 신뢰 회복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투표용지 수요 예측, 예산 집행, 현장 대응 체계, 조직 책임 구조를 전반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선거 관리의 핵심은 공정성뿐 아니라 유권자가 제때, 안정적으로 투표할 수 있다는 신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