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모아

안전불감증" vs "동문서답"…서울시장 유세 혈전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로 잠시 멈췄던 서울시장 선거 유세가 재개되자마자 여야 후보 간의 날 선 공방이 불을 뿜었다.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29일 각각 강북과 서대문 일대를 누비며 중단됐던 선거 운동을 이어갔다. 하지만 사고 수습의 슬픔이 가시기도 전에 양측은 서로의 아픈 곳을 파고드는 거친 언사를 쏟아내며 막판 표심 잡기에 열을 올렸다. 이번 사고는 단순한 교통 불편을 넘어 서울시의 안전 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신뢰 문제로 번지며 선거판의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강북구 미아사거리역을 찾은 정원오 후보는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 키워드로 내세우며 현 시정을 정조준했다. 정 후보는 서소문 고가 사고뿐만 아니라 최근 드러난 GTX-A 삼성역 철근 누락 사태를 언급하며 오세훈 후보의 안전 관리 소홀을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오 후보가 사고 현장을 즉각 방문하지 않은 점을 꼬집으며 이를 '안전불감증'의 전형이라고 몰아세웠다. 그는 자신이 시장이 된다면 첫 번째 업무로 서울 전역의 노후 시설물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하겠다며 안전을 기준으로 한 시정 운영의 대전환을 약속했다.

 


반면 오세훈 후보는 정 후보의 비판을 정치적 공세로 규정하고 지역 개발론으로 맞불을 놓았다. 도봉구 유세에 나선 오 후보는 서울의 과도한 규제가 기업 유치를 가로막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 후보가 강북권 발전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토론회 당시 정 후보의 답변을 문제 삼으며 강북 발전 방안을 물었더니 용산 특구 이야기만 늘어놓았다고 지적했다. 오 후보는 정 후보를 향해 '동문서답'이라는 별칭까지 붙여가며 강북 소외론을 자극하는 전략으로 보수층 결집을 시도했다.

 

양 후보의 충돌은 전날 열린 TV 토론회에서의 앙금이 유세 현장으로 이어진 모양새다. 정 후보는 오 후보가 현장 방문의 실효성을 부정했다는 점을 부각하며 공직자의 자세를 문제 삼았고, 오 후보는 정 후보의 부동산 정책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사고 여파로 유세가 중단된 기간 동안 축적된 지지자들의 에너지가 유세 재개와 동시에 폭발하면서 현장의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안전과 개발이라는 두 가치가 정면으로 충돌하며 유권자들의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사전투표 첫날인 이날, 두 후보의 행보는 지지층의 성격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다. 정 후보는 서민층과 젊은 층이 밀집한 강북 지역에서 안전 담론을 확산시키는 데 주력했고, 오 후보는 신촌과 도봉 등지에서 행정 경험과 추진력을 강조하며 안정적인 시정 운영을 약속했다. 서소문 고가차도 사고 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전 이슈에 민감한 중도층의 향방이 요동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양측 모두 한 치의 양보 없는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선거가 막바지로 치닫는 가운데 서소문 고가차도 사고의 책임 소재를 둘러싼 공방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정 후보는 오세훈 시정의 '안전 실패'를, 오 후보는 정원오 후보의 '준비 부족'을 각각 프레임으로 설정해 남은 기간 총력전을 예고했다. 붕괴된 고가차도의 잔해만큼이나 복잡하게 얽힌 서울의 현안들이 유권자들의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양 후보는 유세 마지막 순간까지 안전과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치열한 논리 싸움을 멈추지 않을 기세다.

 

정청래 리더십 위기, '반쪽 승리' 책임론

 더불어민주당이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16개 광역단체장 중 12곳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상징성이 큰 서울시장 자리를 놓치면서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민주당은 4년 전 참패를 딛고 경기와 부산, 울산 등 주요 전략 요충지를 탈환하며 이재명 정부의 국정 운영 동력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수도 서울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5선 저지에 실패하고,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기존 의석을 대거 잃으면서 승리의 빛이 바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광역단체장 선거 결과만 놓고 보면 민주당은 지난 2022년 5석에 그쳤던 성적을 12석으로 대폭 끌어올리며 지방 권력의 주도권을 되찾아왔다. 보수 세가 강한 영남권에서도 부산과 울산을 확보하는 파란을 일으켰으며, 강원과 충청권 전역을 싹쓸이하며 전국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정청래 대표는 이번 결과가 이재명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인한 것이라며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정작 당 내부에서는 서울시장 선거의 패배가 향후 정국 주도권 싸움에서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특히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성적표는 지도부에 뼈아픈 타격을 입혔다. 민주당은 재보선이 치러진 14곳 중 당초 13곳의 의석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이번 선거를 통해 경기 평택을과 부산 북갑 등 핵심 지역구를 상대 정당과 무소속 후보에게 내주며 의석수가 9개로 줄어들었다. 전략공천 과정에서 당원들의 목소리가 배제되었다는 비판과 함께, 야권 단일화 실패 등 정무적 판단 착오가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정 대표를 향한 책임론에 무게가 실리는 양상이다.당내 여론은 승리의 수치보다 패배의 질에 주목하며 엇갈린 해석을 내놓고 있다. 지도부는 광역단체장 의석수를 근거로 압승을 주장하고 있지만, 송영길 전 대표를 비롯한 당내 중진들은 주요 격전지 패배에 대한 통렬한 반성을 요구하고 나섰다. 친명계 원외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조차 논평을 통해 지도부가 승리한 지역의 숫자 뒤에 숨지 말고, 서울과 평택 등지에서 왜 민심을 얻지 못했는지 자성해야 한다고 꼬집으며 차기 전당대회를 앞둔 권력 투쟁의 서막을 알렸다.정치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선거 직전 추진한 '윤석열 정권 조작기소 특검법'이 중도층 이탈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고 분석한다. 특검에 공소취소 권한을 부여하려 했던 시도가 이재명 대통령 관련 수사를 방어하기 위한 '방탄용'이라는 프레임에 갇히면서, 보수층의 결집을 초래하고 중도 성향 유권자들에게 거부감을 주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전략적 실책은 결국 서울시장 선거의 패배로 이어졌으며, 이는 정청래 대표가 주도한 강성 기조가 선거 승리에 걸림돌이 되었다는 비판의 근거가 되고 있다.결국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다가올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대표의 재선 가도에 적신호를 켰다. 광역단체장 12석이라는 성과가 정 대표의 개인적 리더십보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기댄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 힘을 얻으면서, 당권 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중앙 무대로 복귀한 송영길 의원과 김민석 총리 등 잠재적 당권 주자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민주당은 승리의 기쁨보다 서울 패배의 상흔을 치유하고 내부 전열을 재정비해야 하는 복잡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