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정부, 이란 석유 거래망 '릴레이 제재' 단행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과의 종전 양해각서 체결을 앞두고 경제적 압박 수위를 유례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미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은 현지시간 28일, 이란의 군수 석유 거래에 관여한 선박 8척과 15개 이상의 기업 및 개인을 제재 명단에 전격 추가했다. 이는 전날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 기관인 페르시아만 해협청을 제재한 지 불과 하루 만에 단행된 조치로, 협상의 마지막 단계에서 이란의 경제적 취약점을 공략해 최대한의 양보를 끌어내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번 제재의 핵심은 이란 혁명수비대와 군부의 자금줄인 원유 거래망을 완전히 차단하는 데 있다. 특히 최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척당 수십억 원에 달하는 통행료를 부과하며 국제 해상 물류를 위협하자, 미국은 이를 '경제적 분노' 정책으로 맞받아쳤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이란 정부가 석유 수입을 통해 군사력을 재건하는 행위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하며, 이란 항공사들에 대한 착륙 및 급유 차단 조치까지 병행하겠다고 밝혀 압박의 범위를 하늘길까지 넓혔다.

 


제재 대상에는 마셜제도와 코모로, 파나마 등 다양한 국적의 유조선들이 포함되어 이란의 우회 수출 경로를 꼼꼼히 차단했다. 또한 홍콩과 아랍에미리트 등에 소재한 무역 기업들이 이란 국영석유공사를 대신해 정제 석유 제품을 조달하거나 수출 인프라를 제공한 혐의로 명단에 올랐다. 이는 이란이 제3국 기업들을 내세워 미국의 감시망을 피하려 했던 이른바 '그림자 함대' 운영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이들 기업이 국제 금융 시스템에 접근하는 것을 원천 봉쇄함으로써 이란의 외화 수입원을 고갈시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미 국무부 역시 같은 날 별도의 성명을 내고 이란 정권의 재정적 수입 차단을 위한 추가 제재를 시행했다. 국무부는 이란산 원유와 석유화학 제품 운송에 관여한 8개 기업과 관련 기관들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며, 이들이 벌어들인 자금이 주변국 공격과 테러 지원, 자국민 탄압에 사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콩과 UAE 등지에 거점을 둔 무역 네트워크를 정조준한 이번 조치는 이란의 석유 수출을 돕는 해외 조력자들에게도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러한 연쇄 제재는 현재 진행 중인 종전 양해각서 협상에서 미국의 요구 사항을 관철하기 위한 강력한 지렛대로 활용되고 있다. 이란은 경제 제재 해제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으나, 미국은 오히려 제재를 강화함으로써 이란이 협상 테이블에서 물러설 곳이 없게 만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란의 핵심 수입원인 석유와 항공 분야를 동시에 타격함으로써 이란 지도부 내의 분열을 유도하고, 미국에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을 마무리 지으려 한다고 분석한다.

 

미국의 강경한 태도에 이란 측은 '명백한 절도이자 주권 침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지만, 갈수록 악화하는 국내 경제 상황으로 인해 협상 자체를 거부하기는 어려운 처지다.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 유가가 요동치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힘을 통한 평화' 기조를 유지하며 이란의 항복을 받아내겠다는 기세다. 종전 양해각서 타결이라는 최종 목적지를 향한 미·이란 간의 숨 막히는 경제 전쟁은 당분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동물의 비물건화 토론회…사법 패러다임 전환

 반려동물을 물건과 분리하여 생명체로서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려는 움직임이 민사집행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법무부와 법조협회는 1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별관에서 '동물의 비물건화'를 주제로 입법 쟁점 토론회를 열고, 장애인 보조견과 등록대상동물 등을 압류 금지 대상에 명시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을 수렴했다. 이번 토론회는 민법 개정을 통해 선언된 동물의 생명 존중 정신을 실제 사법 집행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주제 발표에 나선 한재언 동물자유연대 변호사는 1인 가구 증가와 인간-동물 간의 정서적 유대를 고려할 때 민사집행법 개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역설했다. 한 변호사는 특히 장애인 보조견의 경우 채무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필수적인 존재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를 민사집행법상 명시적인 압류 금지 대상으로 입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행관이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별도의 조문을 신설해 규정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제언도 덧붙였다.이무룡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압류 금지의 범위를 설정함에 있어 '등록대상동물'을 포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행법상 2개월령 이상의 반려견을 대상으로 하는 등록 제도를 압류 금지와 연계하자는 구상이다. 이 교수는 등록된 동물을 압류 대상에서 제외할 경우, 보호자들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자발적으로 등록 조치를 취하게 되는 긍정적인 유인책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아직 활성화 단계에 머물러 있는 동물 등록제의 실효성을 높이는 부수적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전략이다.입법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현실적인 과제들도 논의됐다. 동물의 생명권을 보호하는 동시에 채권자의 재산권을 침해하거나 채무자가 이를 악용해 재산을 은닉하는 행위를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영리 목적이 아닌 순수 반려 목적의 소유임을 채무자가 소명할 수 있는 절차적 보완책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가치와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사법 행정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동물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정교한 법 설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정부 관계자들과 국회 입법조사처 등 유관 기관들도 이러한 입법 방향에 힘을 실었다. 황성필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장애인 보조견의 압류 금지 입법화 필요성에 이견이 없음을 밝히며, 토론회에서 제기된 아이디어들이 실제 법안으로 연결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법제연구원 등 각계 전문가들도 동물의 비물건화가 민법을 넘어 사법 전반으로 확산되어야 한다는 취지에 동의하며, 동물 복지 정책의 현주소와 개선 방향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법무부는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들을 종합하여 동물이 생명으로서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합리적인 입법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서정민 법무실장은 국민적 관심을 환기하고 부처 간 협력을 통해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겠다고 약속했다. 반려동물이 단순한 '압류 대상 물건'에서 '보호받아야 할 가족'으로 법적 신분이 격상되는 이번 입법 논의는, 우리 사회의 생명 존중 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