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모아

사전투표 D-1, 여야 지도부 '사활 건 결집'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28일 이른 아침부터 친야 성향의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지지층의 투표 참여를 강력히 호소했다. 정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를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결정적인 분수령으로 규정하며, 정부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민주 진보 진영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보수 진영이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등을 앞세워 결집하는 모습에 대응해, 국민의 힘으로 내란의 흔적을 극복하고 국정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오후에는 서울 도심의 안전 문제를 거론하며 현직 시장인 오세훈 후보의 실정을 부각하는 등 격전지 화력 지원에 집중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 대표의 행보에 맞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장 대표는 현 정부 출범 이후 불거진 사법부 갈등과 청년 실업, 부동산 가격 폭등 문제 등을 조목조목 나열하며 이재명 대통령의 책임론을 정면으로 제기했다. 특히 대통령이 과거 소년공 출신임을 내세우면서도 정작 청년들의 고통은 외면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으며 감성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또한 최근 논란이 된 특정 커피 브랜드의 마케팅 규제 사태를 언급하며, 정부가 개인의 자유를 지나치게 억압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보수층의 반감을 자극했다.

 


충남 지역 지원 유세에 나선 장 대표는 정부의 행정력을 '공산당식 간섭'에 비유하며 수위를 높였다. 커피 전문점의 마케팅을 이유로 노인 일자리 사업을 중단시킨 보건복지부의 결정을 강하게 비판하며, 어르신들의 생계를 볼모로 잡는 정치를 멈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원 유세에 대한 민주당의 공격을 두고는 선거 판세가 뒤집힐 것을 우려한 비겁한 정치 공세라고 일축하며, 자유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기호 2번에 힘을 실어달라고 호소했다.

 

선거전이 과열되면서 여야 대표 간의 날카로운 신경전도 이어졌다. 정청래 대표가 유세 도중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의 이름을 혼동하는 실수를 저지르자, 장 대표는 이를 즉각 파고들며 조롱 섞인 비판을 내놓았다. 정 대표는 방송을 통해 즉각 사과하며 수습에 나섰지만, 장 대표는 정 대표의 실수가 오히려 진실을 말한 것이라며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이러한 지도부의 설전은 양당 지지자들 사이의 감정 섞인 대결로 번지며 선거 분위기를 더욱 뜨겁게 달궜다.

 


양당 사무총장들도 기자간담회를 열어 사전투표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세 대결에 가세했다. 민주당은 일 잘하는 대통령을 투표로 도와달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국정 안정론을 전면에 내세웠으며, 국민의힘은 초접전 지역의 승리를 위해 보수 지지층이 한 명이라도 더 투표장에 나와야 한다고 독려했다. 양측 모두 사전투표율이 높을수록 자신들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아전인수격 해석을 내놓으며, 사전투표 첫날부터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정청래 대표는 29일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마포에서 사전투표를 마친 뒤 주말 내내 수도권 유세를 이어갈 계획이며, 장동혁 대표는 사전투표 기간 현장 유세에 집중한 뒤 본 투표일에 충남 보령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예정이다. 여야 지도부가 사활을 건 사전투표 독려전이 실제 투표율 상승으로 이어질지, 그리고 그것이 어느 쪽의 승리로 귀결될지는 이제 유권자들의 선택만을 남겨두고 있다.

 

예산은 110%, 용지는 50%…선관위 투표용지 부족 파문

선거는 끝났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향한 불신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일부 투표소에서 벌어진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단순 행정 착오를 넘어 선거 관리 체계 전반의 문제로 번지는 분위기다.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12곳과 강남구·광진구 각 1곳 등 모두 14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지는 일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일부 유권자는 투표를 포기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개표 방송이 시작된 뒤에도 투표가 이어졌다.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는 투표함 반출을 막고 재선거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항의도 있었다.선관위는 “공직선거법상 선거 연기나 재선거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지만, 정치권의 비판은 거세다. 국민의힘은 개표 중단과 재선거를 요구했고, 국정조사 필요성도 제기했다. 여당내부에서도 선관위 책임론이 나왔다.논란이 커진 핵심은 투표용지 제작 방식이다. 선관위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전체 유권자 수의 110% 수준에 해당하는 투표용지 제작 예산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제 본투표용지는 송파구의 경우 유권자 수의 50% 수준만 인쇄됐다. 광진구와 강남구도 각각 50%, 55% 수준이었다.선관위는 사전투표율과 본투표율을 고려해 본투표용지를 최소 50% 이상 확보하도록 지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남는 투표용지를 줄이려는 목적도 있었다는 입장이다. 과거 잔여 투표용지를 둘러싼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된 뒤, 불필요한 여분을 줄이려 했다는 것이다.하지만 결과적으로 일부 투표소에서는 수요 예측이 빗나갔고, 유권자의 투표권 행사가 지연되거나 제한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참정권 침해 소지가 있는 중대한 선거 관리 실패”라며, 이번 사태가 부정선거 음모론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고 지적한다.선관위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 대선 당시 코로나19 확진자·격리자 사전투표 과정에서 기표된 투표지를 바구니나 쇼핑백에 담아 이른바 ‘소쿠리 투표’ 논란이 일었다. 이후에도 투표 현장 관리 부실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됐다.전문가들은 선관위의 조직 구조에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중앙선관위원 9명 중 대부분이 비상임위원이고, 위원장을 현직 대법관이 겸직하는 관행 때문에 조직 장악력과 책임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또 헌법상 독립기구라는 이유로 외부 감시가 제한돼 내부 폐쇄성이 커졌다는 비판도 나온다.선관위는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지만, 단순한 사과만으로는 신뢰 회복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투표용지 수요 예측, 예산 집행, 현장 대응 체계, 조직 책임 구조를 전반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선거 관리의 핵심은 공정성뿐 아니라 유권자가 제때, 안정적으로 투표할 수 있다는 신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