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티라노사우루스 '거스', 역대 최고가 경신할까

 세계적인 경매 하우스 소더비가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포식자로 불리는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의 화석을 경매 시장에 내놓으며 투자자들의 심장을 뛰게 하고 있다. 이번에 출품된 화석은 약 6,700만 년 전의 시간을 간직한 '거스(Gus)'로, 오는 7월 14일 경매를 통해 새로운 주인을 찾게 된다. 소더비 측이 제시한 예상 낙찰가는 최소 2,000만 달러에서 최대 3,000만 달러에 달하며, 이는 한화로 약 301억 원에서 452억 원 사이의 기록적인 금액이다. 전문가들은 실제 경합이 붙을 경우 최종 낙찰가는 이 수치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화석의 이름인 '거스'는 이 귀중한 발견을 처음 세상에 알린 미국 사우스다코타주의 목장 주인 게리 거스 리킹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지난 2021년 광활한 목장 부지에서 우연히 발견된 이 화석은 상업 고생물학 연구소인 테로포다 익스페디션스의 손을 거쳐 정교하게 복원되었다. 발굴부터 실험실 작업까지 무려 5년이라는 긴 세월이 소요되었으며, 올해 초에야 비로소 모든 뼈 마디를 맞추는 대작업이 마무리되었다. 연구소 대표는 수천만 년 동안 흩어져 있던 뼈들을 다시 맞추는 과정이 마치 세상에서 가장 난해한 마법 퍼즐을 푸는 것과 같았다고 회상했다.

 


최근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서 공룡 화석은 단순한 수집품을 넘어선 매력적인 투자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과거에는 박물관이나 연구 기관이 주요 구매자였으나, 이제는 거대 자본을 움직이는 헤지펀드 매니저와 엘리트 투자자들이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 이들은 화석이 지닌 희소성과 역사적 상징성에 주목하며 수천만 달러를 아낌없이 베팅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화석 시장이 예술품이나 부동산처럼 자산 포트폴리오의 한 축으로 당당히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화석 경매 시장의 가격 상승세는 가히 폭발적이다. 2024년 경매에 부쳐졌던 스테고사우루스 화석 '에이펙스(Apex)'는 당초 예상가였던 600만 달러를 비웃기라도 하듯, 한 헤지펀드 대표에 의해 약 627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에 낙찰된 바 있다. 현재 이 화석은 뉴욕 미국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되어 대중과 만나고 있다. 이번에 나올 '거스' 역시 에이펙스가 세운 기록에 도전하며 공룡 화석 역사상 최고가 낙찰이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소더비 측은 이번 티라노사우루스 화석의 구매자 층이 그 어느 때보다 폭넓게 형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화석을 개인적으로 소장하려는 욕구도 크지만, 최근에는 낙찰받은 화석을 공공 박물관에 대여하거나 자국 내 전시를 통해 사회적 명성을 쌓으려는 기부 형태의 구매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1997년 티라노사우루스 '수(Sue)'가 맥도날드와 디즈니의 지원 속에 시카고 필드 박물관에 안착했듯, 거스 역시 거대 자본의 선택을 받아 공공의 자산으로 남게 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공룡 화석을 향한 자본의 공세는 앞으로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지난 2020년 아부다비 정부가 또 다른 티라노사우루스 화석인 '스탠(Stan)'을 약 479억 원에 사들인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이제 화석은 국가적 차원의 문화 자산이자 전략적 투자 대상이 되었다. 6,700만 년의 침묵을 깨고 경매대에 오르는 거스가 과연 누구의 손에 들려 어떤 가치로 재탄생할지, 전 세계 투자 시장과 고생물학계는 7월의 경매일을 숨죽여 기다리고 있다.

 

 

 

미프진 허용 검토에 산부인과계 발칵 “가이드라인부터”

이재명 대통령이 임신중절 유도 약물인 미프진의 국내 사용 허용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의료계와 정부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관련 입법이 장기간 멈춰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미프진 도입을 논의 테이블에 올리자 산부인과계를 중심으로 “안전성과 법적 책임 기준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한성숙 국무총리는 지난 15일 성평등가족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보건복지부, 법무부 등 관계 부처를 불러 긴급 회의를 열었다. 전날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미프진 도입 검토를 지시한 직후다. 정부가 발 빠르게 부처 협의에 착수한 것은 온라인 불법 유통과 제도 공백 문제가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산부인과의사회는 즉각 성명을 내고 “지극히 위험하고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미프진은 1988년 프랑스에서 개발된 임신중절 유도 약물로, 현재 100여 개국에서 사용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2000년 이를 허가했고, 세계보건기구도 2005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뒤에도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정식 판매와 처방이 불가능한 상태다. 임신 몇 주까지 낙태를 허용할지, 어떤 기준과 절차를 둘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법적 공백이 6년째 이어지고 있다.이 공백은 불법 시장 확대로 이어졌다. 정식 유통망이 없다 보니 일부 여성들은 해외 직구나 온라인 판매자를 통해 미프진을 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격은 50만원 안팎까지 치솟았고, 성분과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제품이 거래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21년부터 올해 5월까지 적발한 온라인 불법 판매 알선·광고 사례는 3189건에 달한다.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상황을 두고 “방치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정부 대응 필요성을 언급했다. 특히 법으로 획일적인 주수 기준을 정하는 방식만이 해답은 아니라며, 임신부의 건강 상태에 따라 의사가 판단할 수 있는 여지를 거론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바로 이 지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관련 법 개정 없이 의사의 재량에 맡길 경우, 부작용이나 분쟁이 발생했을 때 책임이 의료진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산부인과의사회는 성명에서 “합법적인 사용 주수와 허용 기준이 명시된 법적 테두리 없이 약물을 처방·판매하게 하는 것은 의료 현장을 사법적 리스크에 노출시키는 일”이라고 밝혔다. 미프진 복용 후 불완전 유산이나 과다출혈 등이 발생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수술적 처치가 필요할 수 있는 만큼 명확한 진료 지침과 응급 대응 체계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국내 도입 절차를 둘러싼 안전성 논란도 있다. 의료계는 해외에서 사용 중인 약이라도 한국인에게 적합한 용량과 부작용 여부를 확인하는 가교 임상 등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김재연 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안전성 가이드라인과 유통 체계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기 허용을 추진하는 것은 국민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일”이라고 말했다.미프진 논란은 단순한 약물 허용 여부를 넘어 낙태 관련 입법 공백, 여성 건강권, 의료진의 법적 책임, 불법 유통 차단 문제까지 얽힌 쟁점으로 번지고 있다. 정부가 제도권 관리 필요성을 앞세워 논의를 본격화한 가운데, 의료계는 안전성과 법적 기준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며 맞서고 있어 향후 부처 협의 과정에서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