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현대차 점유율 하락·기아는 EV3로 유럽 질주

 유럽 자동차 시장이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들며 글로벌 기업들의 각축장이 된 가운데 한국을 대표하는 두 완성차 업체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성적이 엇갈리고 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유럽 전체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7% 성장하며 활기를 띠었으나, 현대차와 기아의 합산 점유율은 오히려 하락하며 위기감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특히 디젤과 가솔린 등 내연기관차가 저물고 하이브리드와 전기차가 주류로 자리 잡은 시장 환경 변화가 양사의 실적 차이를 가른 결정적 요인으로 분석된다.

 

기아는 소형 전기 SUV인 EV3 등 맞춤형 신차를 앞세워 유럽 시장의 친환경차 수요를 효과적으로 흡수하고 있다. 지난달 기아의 판매량은 시장 평균 성장률을 웃도는 7.9%의 증가율을 기록하며 홀로 질주를 이어갔다. 전통적인 효자 모델인 스포티지가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는 가운데, 새롭게 투입된 전기차 모델들과 목적기반모빌리티(PBV)인 PV5가 현지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으며 기아의 브랜드 위상을 한층 높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현대자동차는 주력 모델들의 교체 주기와 맞물려 판매량이 두 자릿수 급감하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4월 한 달간 현대차의 현지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빠지며 점유율 또한 3%대 중반으로 주저앉았다. 투싼과 코나 등 기존 인기 모델들이 하이브리드 비중을 높이며 체질 개선에 주력하고 있지만, 기아와 같은 폭발적인 신차 효과를 누리지 못하면서 일시적인 역성장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지 전략형 소형 전기차인 인스터의 초기 반응이 나쁘지 않다는 점은 향후 반등의 실마리로 꼽힌다.

 

현대차와 기아가 주춤한 틈을 타 경쟁 업체들의 공세는 더욱 매서워지고 있다. 한동안 부진했던 테슬라는 모델Y를 앞세워 1년여 만에 반등에 성공하며 전기차 종가의 자존심을 회복했다. 더욱 위협적인 존재는 중국의 BYD로, 전년 대비 170%가 넘는 경이적인 성장률을 기록하며 유럽 안방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계 브랜드의 파상공세는 유럽 시장 수성을 노리는 국내 업체들에게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현대차와 기아가 유럽 시장에서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반기 신차 출시와 물량 확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아가 전기차 라인업의 다양화로 기세를 올리고 있는 만큼, 현대차 역시 인스터 등 신형 친환경차의 본격적인 판매 확대를 통해 점유율 회복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유럽 현지의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짐에 따라, 단순한 가격 경쟁력을 넘어선 차별화된 기술력과 서비스망 구축이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되었다.

 

유럽 시장은 이제 단순한 판매처를 넘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친환경 기술력을 검증받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의 합산 점유율이 7%대에 머물며 경고등이 켜진 상황에서, 양사가 각기 다른 전략으로 어떻게 시장 변화에 대응할지가 향후 글로벌 순위 다툼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와 테슬라의 수성 전략 사이에서 한국 자동차 산업이 어떤 돌파구를 마련할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거짓말 탐지기 들더니… 정이한 본인이 '거짓말' 했다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개혁신당 깃발을 들고 부산시장에 도전했던 정이한 전 후보가 이른바 '피습 자작극' 의혹에 휩싸이며 정치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1988년생인 정 전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실 보좌진과 국무총리비서실 사무관을 거치며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인물로, 이준석 대표를 정치적 롤모델로 꼽으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그러나 최근 경찰 수사를 통해 선거 기간 중 발생했던 음료 피습 사건이 지지율 반등을 노린 연출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그는 촉망받던 청년 정치인에서 파렴치한 범죄 혐의자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사건의 발단은 지난 4월 선거 유세 도중 한 운전자가 던진 음료를 피하려다 정 전 후보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는 보도였다. 당시 그는 목 보호대를 착용하고 유세 현장에 복귀하며 동정 여론을 이끌어냈고,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을 면회해 선처를 베푸는 대인배적인 면모까지 연출했다. 하지만 경찰은 당시 현장 정황과 관련자 진술 등을 토대로 이 모든 과정이 사전에 모의된 시나리오에 따라 움직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만약 이것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국가 공권력을 기만하고 선거 제도의 공정성을 훼손한 초유의 사태로 기록될 전망이다.정 전 후보의 기행은 피습 사건에만 그치지 않았다. 그는 선거 기간 내내 자극적인 설정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으려 애썼다. 민간 방송 토론회 배제를 이유로 일주일간 단식 농성을 벌이는가 하면, 공식 TV 토론회장에는 난데없이 미국에서 직접 공수했다는 거짓말 탐지기를 들고 나타나 상대 후보를 압박했다. 당시 시민단체들은 민주주의의 공론장을 희화화하고 저질 정치 쇼로 전락시켰다며 강하게 비판했으나, 정 전 후보는 이를 '기성 정치에 대한 도전'으로 포장하며 마이웨이 행보를 이어갔다.선거 결과 3위로 낙선한 정 전 후보는 정계 은퇴를 선언하며 무대 뒤로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경찰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망을 좁혀오자 상황은 급반전되었다. 이미 당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탈당 처리를 마친 것으로 확인된 그는 현재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잠적한 상태다. 한때 그가 소통 창구로 활용했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글들은 모두 삭제되었으며, 마지막으로 남긴 인스타그램 게시물만이 그의 짧았던 정치 행보를 냉소적으로 증명하고 있다.개혁신당은 이번 사태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즉각적인 선 긋기에 나섰다. 이준석 대표는 공천 과정에서의 검증 부실을 인정하며 고개를 숙였고, 당 차원의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정 전 후보에게 가장 높은 수준의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공언했다. 당은 정 전 후보의 복당을 영구히 금지하는 것은 물론, 당의 명예를 실추시킨 점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까지 검토하고 있다. 청년 정치를 표방했던 정당으로서 이번 사건이 가져올 이미지 타격이 그만큼 치명적이기 때문이다.현재 부산 금정경찰서는 정 전 후보와 음료를 던진 남성 사이의 사전 모의 여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자작극 의혹이 사실로 굳어질 경우 정 전 후보는 허위사실 공표에 따른 선거법 위반 혐의로 무거운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때 "지루한 정치를 바꾸겠다"며 기세등등하게 등장했던 청년 정치인의 끝은 결국 법정에서 가려지게 되었다. 경찰은 조만간 정 전 후보를 소환해 피습 사건의 실체와 자작극 여부를 최종 확인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