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은행권, 증시 연동 예금 잇단 출시…ELD 판매 경쟁 재점화

은행들이 코스피200 등 주가지수 흐름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 지수연동예금, ELD 상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가 단기간에 큰 폭으로 오른 가운데, 일반 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고객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ELD를 통해 예금 고객 이탈을 막고, 증시로 향하는 자금을 붙잡겠다는 전략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들어 국민은행, 농협은행, 부산은행, 기업은행 등 주요 은행들이 ELD 상품을 연이어 출시했다.

 

국민은행은 다음 달 8일까지 ‘KB Star 지수연동예금 26-4호’를 판매한다. 만기는 1년이며 상승추구형, 상승낙아웃형, 범위수익추구형 등 세 가지 유형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상승낙아웃형은 최고 연 10.75%의 수익률을 제시한다. 다만 투자 기간 중 코스피200 지수 상승률이 한 번이라도 25%를 넘어서면 최저이율인 연 2%만 적용된다.

 

농협은행도 다음 달 5일까지 ‘ELD 26-3호’ 가입자를 모집한다. 안정Ⅰ형, 수익Ⅰ형, 수익Ⅱ형으로 나뉘며, 개인 고객 대상 수익Ⅱ형은 연 최저 2.3%에서 최고 7.25%의 수익률을 제공한다.

 

부산은행과 기업은행도 최근 ELD 시장에 다시 뛰어들었다. 부산은행이 ELD를 내놓은 것은 15년 만이며, 기업은행은 5년 만이다. 부산은행 측은 “코스피 상승으로 지수 추종형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ELD 판매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국민·신한·하나·농협은행의 지난해 ELD 판매액은 12조3333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1조7751억원과 비교하면 4년 만에 약 6배 늘어난 수준이다. 올해도 지난 26일까지 3조5344억원어치가 판매됐다.

 

ELD는 기초자산인 코스피200 지수가 일정 범위 안에서 오르면 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이다. 원금 보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안정성을 중시하는 고객에게 매력적이다.

 

다만 구조를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상당수 ELD에는 이른바 ‘녹아웃’ 조건이 붙는다. 투자 기간 중 지수 상승률이 미리 정한 상한선을 한 번이라도 넘으면, 높은 수익률 대신 최저 수익률만 받게 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상한선은 20~40% 수준이다. 실제 최근 1~2년 사이 ELD에 가입했던 투자자 중 상당수는 지수가 예상보다 크게 오르면서 연 1~2%대 최저 수익률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은행들은 상품 구조를 일부 손보고 있다. 국민은행은 녹아웃 기준을 기존 20%에서 25%로 높였다. 농협은행은 수익Ⅱ형의 기초자산 변동 구간을 0~45%로 확대했다. 신한은행은 다음 달 2일 출시 예정인 상품부터 녹아웃 조건 없이 연 2.85~3.15% 수준의 수익률을 제공하는 구조로 설계할 예정이다.

 

한편 은행권은 ELD 출시와 함께 수신금리 인상에도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은 시장금리 상승을 반영해 정기예금 금리를 최대 0.15%포인트 올렸다. 6개월 만기 예금금리는 연 2.70%에서 2.85%로, 1년 만기 금리는 연 2.85%에서 2.90%로 조정했다.

 


인터넷은행과 다른 시중은행도 금리 인상 흐름에 동참했다. 카카오뱅크는 28일부터 정기예금과 자유적금 금리를 최대 0.2%포인트 인상한다. 우리은행은 지난 19일 ‘우리 원 플러스 예금’ 금리를 최대 0.1%포인트 올렸고, 국민은행도 ‘KB Star 정기예금’ 금리를 최대 0.1%포인트 인상했다. 하나은행 역시 정기예금 금리를 같은 폭으로 높였다.

 

증시 상승세와 낮은 예금금리 사이에서 고객들의 고민이 커지는 가운데, 은행권의 ELD 판매 경쟁과 수신금리 인상 움직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취업 대신 집안일, ‘전업자녀’가 늘고 있다

취업난과 고물가, 치솟은 주거비가 맞물리면서 부모 집에 머물며 살림을 맡는 이른바 ‘전업자녀’가 새로운 사회 현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독립을 미루거나 포기한 성인 자녀가 부모와 함께 살며 청소, 식사 준비, 빨래, 병원 동행 등 집안일을 담당하고, 그 대가로 용돈이나 생활 지원을 받는 형태다.전업자녀는 말 그대로 전업주부의 역할이 성인 자녀에게 옮겨간 개념에 가깝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기존의 ‘캥거루족’이나 ‘니트족’과 비슷해 보이지만, 가사와 돌봄 노동을 지속적으로 수행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단순히 부모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 내에서 일정한 역할을 맡는다는 것이다.이 표현은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했던 중국에서 먼저 사용된 신조어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는 부모와 자녀가 실제로 월급이나 근로계약서 형태를 갖추는 사례도 소개됐다. 국내에서는 이보다 넓은 의미로 쓰인다. 별도의 임금 계약은 없더라도 주거비와 식비 부담을 줄이는 대신 가사 노동을 맡는 방식까지 포함한다.유튜브와 SNS에서도 전업자녀의 일상을 다룬 콘텐츠가 늘고 있다. 20대 후반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미혼 성인들이 부모가 출근한 뒤 집안일을 하고, 장을 보고, 식사를 준비하며 하루를 보내는 모습을 공개한다. 일부는 아르바이트나 자격증 공부를 병행하지만, 집안일 자체를 주요 일과로 삼는 경우도 적지 않다.전업자녀가 늘어나는 배경에는 구조적 요인이 크다. 청년층 고용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월세와 생활비 부담은 커지고 있다. 서울에서 독립해 살던 청년이 높은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본가로 돌아오거나, 대학 졸업 후 장기간 취업 준비를 하다 가족 내 역할을 맡게 되는 사례도 나온다.실제 청년 고용 지표도 녹록지 않다. 국가데이터처의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 취업자는 전년 동월보다 25만5000명 줄었다. 반면 60세 이상과 30대 취업자는 증가해 청년층의 고용 한파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 경제적 자립이 어려워지면서 부모와 동거하는 청년 비중도 커지고 있다.서울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35세 시점에 부모와 함께 사는 비율은 1970년대생의 경우 20%대였지만, 1981~1986년생은 41.1%로 높아졌다. 국무조정실의 ‘2024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서도 만 19~34세 청년의 54.4%가 부모와 동거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5~29세는 56%, 30~34세도 29.9%가 부모와 함께 살고 있었다.전업자녀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일부는 “가족이 함께 살며 역할을 나누는 것도 하나의 삶의 방식”이라며 긍정적으로 본다. 취업난과 주거난 속에서 청년 개인의 책임으로만 몰아가기 어렵다는 공감도 있다. 반면 부모의 경제력에 기대는 구조가 장기화될 경우 자립 능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부모가 은퇴하거나 사망한 뒤 전업자녀가 경제적 고립에 놓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전문가들은 전업자녀를 단순히 게으름이나 의존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고 말한다. 저성장과 고물가, 늦어지는 독립 시기가 맞물린 결과라는 설명이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전업자녀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며 “이미 나타난 시대적 흐름이라면 이들이 사회와 다시 연결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