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모아

서소문 고가 사고 여파, 서울역행 KTX 이틀째 중단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발생한 구조물 낙하 사고의 여파가 이틀째 이어지며 수도권 철도 교통이 마비됐다. 코레일은 27일 새벽 첫차부터 서울역과 수색 사이의 전동열차, 그리고 행신역과 서울역을 잇는 KTX 운행을 전면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전날 철거 작업 중 떨어진 구조물이 선로와 전차선 등에 영향을 주면서 안전 확보를 위한 복구 작업이 길어진 탓이다. 이로 인해 이른 아침부터 열차를 이용하려던 승객들은 갑작스러운 운행 중단 소식에 발을 동동 구르며 극심한 불편을 겪어야 했다.

 

고양시 행신역 현장은 이른 새벽부터 운행 조정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반복적으로 울려 퍼지며 긴장감이 감돌았다. 대구와 부산 등 지방 출장을 위해 역을 찾은 승객들은 전광판에 표시된 '운행 중지' 문구를 보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사전에 안내 문자를 받지 못했거나 미처 확인하지 못한 이들은 역 관계자에게 대안 경로를 물으며 급히 발걸음을 돌렸다. 일부 승객은 서울역까지 택시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자 과도한 교통비 지출과 일정 차질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특히 행신역에서 출발하는 KTX를 예매했던 승객들의 피해가 컸다. 코레일 측은 용산역이나 광명역에서 출발하는 열차로 승차권을 변경할 것을 안내했으나, 당장 해당 역까지 이동할 수단이 마땅치 않은 승객들에게는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승객은 부산행 열차를 타기 위해 일찍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사전 안내가 이뤄지지 않아 택시비로만 수만 원을 쓰게 생겼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역 내 매표소 앞은 대안을 찾으려는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출근길 직장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경의중앙선 역시 운행 구간이 조정되면서 홍대입구역 등 주요 환승역은 평소보다 훨씬 혼잡한 모습을 보였다. 가좌역이나 수색역에서 서울역으로 한 번에 이동하던 승객들은 홍대입구역에서 내려 지하철 2호선이나 공항철도로 갈아타는 우회 경로를 택해야 했다. 지각을 우려해 평소보다 30분 이상 일찍 집을 나섰다는 직장인들은 사고 소식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서둘러 환승 통로를 향해 뛰었다. 뉴스를 통해 미리 상황을 파악한 이들은 그나마 나았지만, 현장에서 소식을 접한 이들은 혼란을 피하기 어려웠다.

 


코레일은 현재 서소문 고가차도 사고 현장에서 복구 작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선로 점검과 시운전을 거쳐 안전이 확인되는 대로 운행을 재개할 방침이다. 하지만 구조물 낙하로 인한 시설물 피해 정도가 가볍지 않아 완전 정상화 시점을 확답하기 어려운 상태다. 코레일 관계자는 미디어와 앱을 통해 상황을 전파하고 있지만, 현장에서의 혼란을 완전히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승객들에게 이용 전 반드시 운행 상황을 재확인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도심 내 노후 시설물 철거 과정에서 발생한 안전사고가 공공 교통 인프라에 얼마나 큰 타격을 줄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철도 선로 인근에서의 공사가 시민들의 일상을 멈춰 세우는 결과로 이어진 만큼, 향후 유사 공사 시 더욱 철저한 안전 관리와 비상 대응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구가 완료될 때까지 서울역을 오가는 KTX와 전동열차 이용객들은 코레일 홈페이지나 '코레일톡' 앱을 통해 실시간 운행 정보를 수시로 확인하며 이동 계획을 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프진 허용 검토에 산부인과계 발칵 “가이드라인부터”

이재명 대통령이 임신중절 유도 약물인 미프진의 국내 사용 허용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의료계와 정부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관련 입법이 장기간 멈춰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미프진 도입을 논의 테이블에 올리자 산부인과계를 중심으로 “안전성과 법적 책임 기준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한성숙 국무총리는 지난 15일 성평등가족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보건복지부, 법무부 등 관계 부처를 불러 긴급 회의를 열었다. 전날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미프진 도입 검토를 지시한 직후다. 정부가 발 빠르게 부처 협의에 착수한 것은 온라인 불법 유통과 제도 공백 문제가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산부인과의사회는 즉각 성명을 내고 “지극히 위험하고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미프진은 1988년 프랑스에서 개발된 임신중절 유도 약물로, 현재 100여 개국에서 사용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2000년 이를 허가했고, 세계보건기구도 2005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뒤에도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정식 판매와 처방이 불가능한 상태다. 임신 몇 주까지 낙태를 허용할지, 어떤 기준과 절차를 둘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법적 공백이 6년째 이어지고 있다.이 공백은 불법 시장 확대로 이어졌다. 정식 유통망이 없다 보니 일부 여성들은 해외 직구나 온라인 판매자를 통해 미프진을 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격은 50만원 안팎까지 치솟았고, 성분과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제품이 거래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21년부터 올해 5월까지 적발한 온라인 불법 판매 알선·광고 사례는 3189건에 달한다.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상황을 두고 “방치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정부 대응 필요성을 언급했다. 특히 법으로 획일적인 주수 기준을 정하는 방식만이 해답은 아니라며, 임신부의 건강 상태에 따라 의사가 판단할 수 있는 여지를 거론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바로 이 지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관련 법 개정 없이 의사의 재량에 맡길 경우, 부작용이나 분쟁이 발생했을 때 책임이 의료진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산부인과의사회는 성명에서 “합법적인 사용 주수와 허용 기준이 명시된 법적 테두리 없이 약물을 처방·판매하게 하는 것은 의료 현장을 사법적 리스크에 노출시키는 일”이라고 밝혔다. 미프진 복용 후 불완전 유산이나 과다출혈 등이 발생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수술적 처치가 필요할 수 있는 만큼 명확한 진료 지침과 응급 대응 체계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국내 도입 절차를 둘러싼 안전성 논란도 있다. 의료계는 해외에서 사용 중인 약이라도 한국인에게 적합한 용량과 부작용 여부를 확인하는 가교 임상 등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김재연 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안전성 가이드라인과 유통 체계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기 허용을 추진하는 것은 국민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일”이라고 말했다.미프진 논란은 단순한 약물 허용 여부를 넘어 낙태 관련 입법 공백, 여성 건강권, 의료진의 법적 책임, 불법 유통 차단 문제까지 얽힌 쟁점으로 번지고 있다. 정부가 제도권 관리 필요성을 앞세워 논의를 본격화한 가운데, 의료계는 안전성과 법적 기준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며 맞서고 있어 향후 부처 협의 과정에서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