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모아

'도핑 허용' 인핸스드 게임, 약물 판매 위한 쇼였나

 스포츠의 공정성을 상징하는 도핑 방지 시스템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인핸스드 게임'이 국제 스포츠계의 거센 비난 속에 강행되었다. 과학의 힘으로 인간의 한계를 돌파하겠다는 자극적인 슬로건을 내걸었지만, 라스베이거스에서 펼쳐진 실제 광경은 선수들의 생명을 담보로 한 위험한 도박에 가까웠다. 주최 측은 엘리트 선수의 상당수가 이미 약물을 사용하고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데이터를 근거로 '깨끗한 스포츠는 허구'라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약물 사용을 정당화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스포츠가 지향해야 할 도덕적 가치와 공정한 경쟁의 원칙을 상업적 이익을 위해 훼손하는 행위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대회는 시작부터 파격적인 상금으로 선수를 유혹했다. 세계 신기록 달성 시 100만 달러라는 거액을 약속하며 약물 복용을 독려했지만, 결과는 주최 측의 예상과는 판이하게 흘러갔다. 수영 종목에서 단 하나의 비공식 기록이 경신되었을 뿐, 대다수 종목에서는 약물 사용의 효과가 드라마틱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육상 100m 결승에서는 약물을 거부한 프레드 커리가 도핑 선수들을 압도하며 우승을 차지하는 이변이 연출되었다. 이는 경기력 향상이 단순히 약물 투여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인간의 신체적 성취에는 훈련과 정신력이 핵심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사례가 되었다.

 


의료계가 가장 우려하는 지점은 이 대회가 약물 사용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지우고 이를 정상적인 행위로 포장한다는 점이다. 특히 주최 측과 후원사가 경기력 향상 약물을 대중에게 직접 마케팅하고 판매하는 구조는 명백한 이해충돌이자 윤리적 파탄을 의미한다. 사실상 스포츠 경기를 약물 판매를 위한 거대한 전시회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업화가 일반 대중, 특히 소셜 미디어의 영향을 많이 받는 젊은 남성들에게 약물 오남용을 부추겨 심각한 심혈관 질환이나 급사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하고 있다.

 

대회 창립자 아론 디소우자는 선수 개인의 신체적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공중 보건의 가치를 무시한 이기적인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프로 보디빌딩 선수의 심장급사 발생률이 일반인에 비해 14배나 높다는 연구 결과는 약물 사용이 결코 '자율적 선택'으로 치부될 수 없는 생존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인핸스드 게임은 선수들을 의료진이 관리하기에 안전하다고 강변하지만, 이를 모방하는 일반 대중에게는 어떠한 안전장치도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이 대회는 스포츠의 외피를 쓴 채 약물 오남용을 조장하는 위험한 사회적 흉기가 되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세계도핑방지기구(WADA)는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에 대해 영구 제명 등 강력한 징계를 검토하고 있다. 스포츠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의지다. 인핸스드 게임이 주장하는 '인간 한계의 확장'은 결국 약물이라는 지름길을 통해 스포츠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선수를 소모품으로 전락시키는 행위에 다름없다. 진정한 스포츠의 감동은 약물의 힘이 아닌, 인간의 순수한 의지와 정직한 땀방울에서 나온다는 진리를 이번 대회의 초라한 결과가 역설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결국 인핸스드 게임은 스포츠 역사에 기록될 혁신이 아닌, 상업주의가 낳은 기괴한 변종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약물로 도배된 기록은 누구에게도 진정한 존경을 받지 못하며, 그 과정에서 파괴된 선수들의 건강은 그 어떤 상금으로도 보상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스포츠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도핑 방지 교육을 강화하고, 약물 오남용의 위험성을 대중에게 더욱 널리 알려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되었다. 인간의 한계는 과학의 주사기가 아닌, 공정한 규칙 안에서 발휘되는 인간 정신의 위대함을 통해 확장되어야 마땅하다.

 

영덕·기장 신규 원전 낙점… 주민들 "또 우리냐"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신규 대형 원전 건설지로 경북 영덕을, 소형모듈원자로인 SMR 부지로 부산 기장을 최종 낙점하면서 에너지 정책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재점화되고 있다. 영덕에는 2.8GW 규모의 대형 원전 2기가, 기장에는 0.7GW급 SMR 1기가 들어설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 부지 선정은 과거 핵시설 유치 과정에서 극심한 진통을 겪었던 지역의 상처를 다시 헤집는 결정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영덕은 과거 주민투표를 통해 90%가 넘는 압도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를 다시 외면했다는 점에서 민주적 절차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SMR 부지로 선정된 기장 지역의 상황은 더욱 복잡하다. 이미 세계적인 원전 밀집 지역인 기장은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과 해체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는 전례 없는 환경에 놓여 있다. 여기에 아직 상용화 단계에서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SMR까지 추가로 건설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되자 지역 주민들은 실험 대상이 된 것 같다며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 인공지능과 반도체 산업 확장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을 원전 확대의 핵심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그 근거가 되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전망치가 실제 시장 상황보다 과도하게 부풀려졌다는 의혹도 제기된다.실제로 정부가 예측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와 관련 업계의 보고서 사이에는 상당한 격차가 존재한다. 신청 물량의 중복이나 가수요가 포함된 수치를 신규 원전 건설의 근거로 삼는 것은 정책적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또한 첨단 산업의 전력 수요는 향후 10년 이내에 집중될 것으로 보이나, 원전은 부지 선정부터 가동까지 통상 15년 이상이 소요된다. 결국 가장 시급한 시기의 에너지 부족 문제를 가장 느린 발전원인 원전으로 해결하겠다는 논리는 기후위기 대응 전략으로서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세계적인 에너지 시장의 흐름 역시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은 설치 속도가 빠를 뿐만 아니라 발전 단가도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가장 경제적인 전력원으로 자리 잡았다. 유럽연합 등 선진국들은 이미 재생에너지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이며 화석연료와 원전의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반면 한국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세계 평균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신규 원전에 투입될 막대한 예산과 인력이 재생에너지 전환과 계통 개선에 쓰이지 못하고 원자력 산업에 묶여 있는 실정이다.기술적 측면에서도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공존은 쉽지 않은 과제다. 원전은 24시간 일정한 출력을 유지해야 하는 경직성 전원인 반면, 재생에너지는 기상 상황에 따라 발전량이 변하는 특성을 갖는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전력망의 유연성이 중요해지지만, 원전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출력을 수시로 조절할 경우 설비의 열피로와 안전성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 결국 원전 확대는 미래의 분산형 전력 체계와 구조적으로 충돌하며 에너지 전환의 발목을 잡는 기회비용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에너지 정의 측면에서도 지역 불평등 문제는 심각하다. 수도권의 막대한 전력 소비를 위해 지방 주민들이 핵사고 위험과 방사성 폐기물 부담을 떠안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송전망 부족으로 인해 지방에서 생산된 청정 전기가 버려지는 상황에서 원전만 추가로 짓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시민사회는 부풀려진 수요 전망에 근거한 원전 건설 계획을 철회하고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 중심의 과감한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오는 27일 서울 보신각에서 열릴 대규모 결의대회는 이러한 민심이 결집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