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도심 가까운 산도 위험…오쿠타마 뒤흔든 곰 비상령

도쿄 외곽의 대표적인 산악 관광지에서 훼손된 시신이 발견되면서 일본 사회가 다시 ‘곰 공포’에 휩싸였다. 현장 인근에서 야생동물의 흔적이 발견된 데다, 최근 같은 지역에서 곰 습격 사고까지 발생해 경찰은 곰에 의한 피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지난 19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도쿄도 오쿠타마초 산악 지대에서 신원 미상의 시신이 발견됐다. 시신은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으며, 발견 당시 성별과 나이를 확인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한 경찰관의 신고로 드러났다. 오우메경찰서 소속 경찰관은 지난 14일 비번을 맞아 해당 산을 찾았다가 등산로에서 떨어진 지점에서 심한 부패 냄새를 맡았다. 이상하게 여긴 그는 주변을 확인하던 중 시신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발견해 신고했다.

 

신고 이후 경찰과 지역 수렵단체 관계자 등 약 30명이 현장 수색에 투입됐다. 수색대는 등산로 아래 약 100m 떨어진 절벽 부근에서 시신을 수습했다. 주변에서는 숨진 사람의 것으로 보이는 등산용 배낭도 발견됐다.

 

경찰은 우선 산악 사고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다만 현장 인근에서 대형 야생동물의 발자국과 배설물이 여러 곳에서 확인되면서 곰이 시신 훼손이나 사망에 관여했을 가능성도 조사 중이다. 일본 경찰은 DNA 감식과 유류품 분석을 통해 사망자의 신원과 정확한 사인을 밝힐 계획이다.

 


오쿠타마 지역은 도쿄 도심에서 접근이 가능한 산악 관광지로, 등산객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곰 출몰 신고가 늘면서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시신 발견 이틀 전인 17일에도 이 지역 산길에서 30대 러시아 국적 남성이 곰에게 공격당해 얼굴과 팔을 크게 다쳤다.

 

이 사고 이후 현지 당국은 일부 등산로와 능선을 통제하고 순찰을 강화했다. JR 역과 등산로 입구에는 곰 퇴치용 방울을 지참하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일부 등산객들은 곰을 피하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개 짖는 소리를 크게 틀고 산행에 나서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 불안도 커지고 있다. 현지 주민들은 예전처럼 산에 오르거나 산나물을 캐러 가는 일이 부담스러워졌다고 말한다. 도심에서 멀지 않은 지역에서 곰 관련 사고가 잇따르자 “도쿄 근교 산도 안전지대가 아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도쿄도에 따르면 도내 곰 서식 수는 약 240마리로 집계됐다. 이전 조사보다 약 80마리 늘어난 규모다. 오쿠타마초에서 접수된 곰 목격 및 흔적 신고도 지난해 4~5월 28건에서 올해 같은 기간 41건으로 증가했다.

 


일본 전역에서도 곰 피해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 환경성 집계상 지난해 곰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216건에 달했고, 이 가운데 13명이 사망했다. 기후 변화와 먹이 부족, 산림 환경 변화로 곰이 산속을 벗어나 민가와 등산로 주변으로 내려오는 일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지 지자체들은 곰 접근을 막기 위해 산 주변 수풀을 정비하고 주민들에게 음식물 쓰레기 관리에 주의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실제 곰 습격에 따른 사망인지, 사후 훼손인지 등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취업 대신 집안일, ‘전업자녀’가 늘고 있다

취업난과 고물가, 치솟은 주거비가 맞물리면서 부모 집에 머물며 살림을 맡는 이른바 ‘전업자녀’가 새로운 사회 현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독립을 미루거나 포기한 성인 자녀가 부모와 함께 살며 청소, 식사 준비, 빨래, 병원 동행 등 집안일을 담당하고, 그 대가로 용돈이나 생활 지원을 받는 형태다.전업자녀는 말 그대로 전업주부의 역할이 성인 자녀에게 옮겨간 개념에 가깝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기존의 ‘캥거루족’이나 ‘니트족’과 비슷해 보이지만, 가사와 돌봄 노동을 지속적으로 수행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단순히 부모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 내에서 일정한 역할을 맡는다는 것이다.이 표현은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했던 중국에서 먼저 사용된 신조어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는 부모와 자녀가 실제로 월급이나 근로계약서 형태를 갖추는 사례도 소개됐다. 국내에서는 이보다 넓은 의미로 쓰인다. 별도의 임금 계약은 없더라도 주거비와 식비 부담을 줄이는 대신 가사 노동을 맡는 방식까지 포함한다.유튜브와 SNS에서도 전업자녀의 일상을 다룬 콘텐츠가 늘고 있다. 20대 후반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미혼 성인들이 부모가 출근한 뒤 집안일을 하고, 장을 보고, 식사를 준비하며 하루를 보내는 모습을 공개한다. 일부는 아르바이트나 자격증 공부를 병행하지만, 집안일 자체를 주요 일과로 삼는 경우도 적지 않다.전업자녀가 늘어나는 배경에는 구조적 요인이 크다. 청년층 고용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월세와 생활비 부담은 커지고 있다. 서울에서 독립해 살던 청년이 높은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본가로 돌아오거나, 대학 졸업 후 장기간 취업 준비를 하다 가족 내 역할을 맡게 되는 사례도 나온다.실제 청년 고용 지표도 녹록지 않다. 국가데이터처의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 취업자는 전년 동월보다 25만5000명 줄었다. 반면 60세 이상과 30대 취업자는 증가해 청년층의 고용 한파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 경제적 자립이 어려워지면서 부모와 동거하는 청년 비중도 커지고 있다.서울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35세 시점에 부모와 함께 사는 비율은 1970년대생의 경우 20%대였지만, 1981~1986년생은 41.1%로 높아졌다. 국무조정실의 ‘2024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서도 만 19~34세 청년의 54.4%가 부모와 동거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5~29세는 56%, 30~34세도 29.9%가 부모와 함께 살고 있었다.전업자녀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일부는 “가족이 함께 살며 역할을 나누는 것도 하나의 삶의 방식”이라며 긍정적으로 본다. 취업난과 주거난 속에서 청년 개인의 책임으로만 몰아가기 어렵다는 공감도 있다. 반면 부모의 경제력에 기대는 구조가 장기화될 경우 자립 능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부모가 은퇴하거나 사망한 뒤 전업자녀가 경제적 고립에 놓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전문가들은 전업자녀를 단순히 게으름이나 의존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고 말한다. 저성장과 고물가, 늦어지는 독립 시기가 맞물린 결과라는 설명이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전업자녀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며 “이미 나타난 시대적 흐름이라면 이들이 사회와 다시 연결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