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란 "핵 포기 논외", 트럼프 종전 합의 '안갯속'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을 끝내기 위해 핵 폐기 방식에 대한 기존 입장을 번복하며 파격적인 제안을 내놨다. 그동안 미국은 이란의 농축 우라늄을 반드시 미국 본토로 회수해 폐기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해 왔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현지나 제3국에서의 폐기도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협상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핵 물질 처리 문제에서 유연성을 보여줌으로써 교착 상태에 빠진 종전 논의에 물꼬를 트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재 미국과 이란은 카타르 도하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 제한 완화와 60일간의 휴전 연장을 골자로 하는 양해각서 체결을 논의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종전 이후 본격적인 핵 협상을 시작하자는 입장이지만, 이란 측은 핵 포기보다는 동결된 자산의 해제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미국은 핵 문제 해결 없는 종전은 불가능하다는 원칙론과 조속한 전쟁 종결이라는 실용론 사이에서 고심을 거듭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는 미국 내 친이스라엘 강경파와 공화당 인사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해 있다. 이들은 이란의 핵 위협을 완전히 제거하지 않은 채 서둘러 종전 합의를 맺는 것은 과거 오바마 행정부의 실패를 반복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는 이란에 대한 핵심 압박 수단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며, 당내 주요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당내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아랍권 국가들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는 '아브라함 협정'의 확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등 중동 주요국들이 이 협정에 동시 서명하도록 의무화함으로써 이스라엘의 안보를 보장하고 지역 내 경제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중동 내 반이란 전선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친이스라엘 성향의 미 정치권을 설득하기 위한 다목적 카드로 해석된다.

 


미국의 적극적인 공세에도 불구하고 이란은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란 외무부는 이번 협상의 핵심이 미국의 공격 중단과 전쟁 종식에 있을 뿐, 핵 포기나 호르무즈 해협 개방은 논의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란 대표단은 현재 카타르에 머물며 동결 자금 방출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으며, 실질적인 자금 회수가 보장되지 않는 한 최종 합의 서명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협상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현장의 군사적 긴장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 최근 이란 남부 해안에서는 미군과 이란군 군함이 다시 한번 충돌했으며, 미 중부사령부는 자위권 차원의 공격을 감행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외교적 대화와 무력 충돌이 동시에 벌어지는 복합적인 상황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 구상이 실질적인 결실을 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대통령, 소방관 죽음 부른 '음주 갑질' 엄단 지시

 결혼을 앞두고 세상을 떠난 광주 소방공무원의 비극적인 사건을 규명하기 위해 정부가 고강도 직권 조사라는 칼을 빼 들었다. 국무조정실 감찰반은 12일 오후 광주 광산소방서를 전격 방문해 현장 조사를 개시하며 본격적인 진상 파악에 나섰다. 이번 조사는 소방청의 자체 감찰로는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대통령이 직접 조사 주체를 격상시키며 공직 사회의 고질적인 악습을 뿌리 뽑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결과다. 감찰반은 유가족이 제기한 강압적 회식 문화와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은 물론, 사건 발생 후 소방 당국의 조직적 은폐 시도가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지난해 10월 스스로 생을 마감한 여성 소방관 A씨의 사연은 유가족과 노동조합의 폭로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고인은 상견례까지 마친 예비 신부였으나, 생전 직장 내에서 벌어진 과도한 음주 강요와 상급자의 사적 심부름 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해왔다. 유족 측은 고인이 평소 술을 전혀 마시지 못하는 체질임에도 불구하고, 부임 직후부터 이어진 강압적인 술자리 문화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특히 사건 초기 소방서 측이 단 일주일 만에 '특이사항 없음'으로 조사를 종결지으려 했던 정황이 드러나며 졸속 조사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유족이 공개한 고인의 생전 메시지에는 조직 내에 만연했던 구시대적 악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오자마자 소맥 4잔을 원샷했다"거나 "팀장과 단둘이 노래방에 가야 할 것 같다"는 등의 대화 내용은 고인이 느꼈을 심리적 압박감을 짐작게 한다. 여기에 상급자의 개인적인 여행 선물이나 커피를 사 와야 했던 사적 심부름 정황까지 포착되면서, 소방 조직 내부의 위계질서가 비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구체적인 증거들은 소방 당국이 주장해온 '개인적 사유에 의한 극단적 선택'이라는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사망 이후 소방본부가 보여준 행태는 유가족에게 더 큰 상처를 남겼다. 광주소방본부는 고인의 사망면직서에 확인되지 않은 사생활 갈등을 사망 원인인 것처럼 기재해 내부 시스템에 공유했다. 이는 고인의 죽음을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해 조직의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했다. 약혼자 B씨는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강력히 항의했으나, 소방 측은 자료 제출 미비 등을 이유로 5개월간 감찰을 방치하며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유가족이 직접 소방청을 방문해 억울함을 호소한 뒤에야 뒤늦게 움직이기 시작한 소방 당국의 대응은 전형적인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사안을 공직 사회의 기강을 흔드는 중대한 범죄로 규정하고 최고 수위의 처벌을 예고했다. 대통령은 개인 SNS를 통해 구태 공직자들의 행태를 강력히 질타하며, 조사 결과에 따라 징계뿐만 아니라 형사 처벌과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까지 포함한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단순히 한 개인의 죽음을 넘어서, 공무원 조직 내에 깊게 뿌리 박힌 갑질 문화를 이번 기회에 완전히 척결하겠다는 국정 운영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소방노조를 비롯한 공직 사회 내부에서도 이번 조사를 계기로 조직 문화의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신입 공무원들이 마주하는 강압적인 회식과 사적 심부름 같은 악습은 더 이상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용납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국무조정실의 이번 직권 조사가 소방 조직의 폐쇄성을 깨고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지 전국 120만 공무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이번 사건의 처리 과정을 공직 사회 갑질 근절의 이정표로 삼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