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한원석 작가 '환월', 에스엘 공장에 뜬 거대 달

 글로벌 자동차 부품 시장을 선도해온 에스엘이 창립 72주년을 맞이해 산업 폐기물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파격적인 예술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설치미술가 한원석 작가와 손잡고 선보인 이번 전시 '환월(還月·Re:moon)'은 기업의 제조 기술과 예술적 상상력이 만나 지속 가능한 미래의 가치를 시각적으로 증명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에스엘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단순한 부품 제조사를 넘어 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고민하는 ESG 경영의 선두 주자로서의 면모를 확고히 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주인공인 한원석 작가는 지난 20여 년간 환경과 소비의 문제를 조형 언어로 풀어내 온 인물로, 산업 현장에서 버려지는 자재를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데 독보적인 세계관을 구축해왔다. 과거 폐헤드라이트로 첨성대를 형상화한 작품 '환생'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그는, 이번에는 한국 전통의 미를 상징하는 달항아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가로와 세로가 각각 4m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의 '환월'은 그 압도적인 크기만큼이나 묵직한 환경적 메시지를 던진다.

 


작품 제작에는 에스엘이 지난 2021년부터 5년 동안 꾸준히 후원해온 600여 개의 폐헤드램프와 폐고무 소재가 사용되었다. 15년에서 20년 전 실제 도로 위를 달리던 차량에 장착되었던 이 부품들은 수명을 다해 폐기될 운명이었으나, 작가의 손길을 거쳐 은은한 빛을 머금은 예술품으로 거듭났다. 이는 과거의 기술이 현재의 예술로 이어지고, 다시 미래의 환경적 가치로 순환되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원석 작가는 이번 전시가 소재의 고향인 에스엘 공장에서 열린다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부품이 처음 만들어진 장소로 돌아와 예술로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이 작가에게도 무한한 영감을 주었다는 후문이다. 에스엘 역시 선배 엔지니어들의 땀과 노력이 깃든 부품들이 버려지지 않고 예술적 가치를 획득했다는 사실에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는 기업의 역사를 단순히 기록하는 것을 넘어 예술로 승화시킨 독창적인 시도로 풀이된다.

 


에스엘은 이번 전시를 연구소와 생산 시설이 밀집한 경북 경산 진량공장과 대구 성서전자공장에서 6월 28일까지 진행한다. 직원들이 매일 출퇴근하는 공간에 작품을 배치함으로써 전사적인 ESG 의식을 고취하고, 자원 순환의 중요성을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기업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가 미래 세대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한 에스엘의 진심이 담긴 행보임을 강조하며,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산업 현장의 폐기물이 예술로 치환되는 이번 전시는 기업 경영에 있어 예술적 감수성이 어떻게 사회적 가치와 결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에스엘은 창립 72주년을 기점으로 조명 기술의 과거를 회고하는 동시에, 환경과 공존하는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을 향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기술과 환경, 그리고 예술이 하나로 어우러진 '환월'의 빛은 에스엘이 나아갈 ESG 경영의 길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한화 대전사업장 또 폭발, 8년 새 노동자 13명 희생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장에서 또다시 고체연료 엔진 관련 대형 폭발 사고가 발생해 작업자 5명이 숨지는 참변이 일어났다. 6월 1일 오전 10시 59분경 사업장 내 세척공실에서 발생한 이번 폭발은 화재로 이어져 현장에 있던 노동자 7명이 사상하는 결과를 낳았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사망자 외에 부상을 입은 2명 중 1명도 전신 화상을 입어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이번 사고는 고체 추진체 관련 장비를 세척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며,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폭발 원인을 찾기 위해 정밀 감식에 들어갔다.이번 참사가 더욱 충격적인 이유는 해당 사업장에서 유사한 대형 인명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8년 로켓 추진용기 연료 충전 중 발생한 사고로 5명이 목숨을 잃은 데 이어, 2019년에도 연료 제거 공정 중 폭발로 3명이 사망한 바 있다. 이번 사고까지 포함하면 불과 8년 사이 동일한 사업장에서 고체연료 관련 작업 도중 숨진 노동자만 총 13명에 달한다. 서로 다른 공정에서 사고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고체연료를 다루는 과정에서 폭발이 일어났다는 공통점은 생산 체계 전반에 심각한 결함이 있음을 시사한다.방산업계에서 고체연료는 미사일과 로켓의 핵심 동력이지만, 점성이 강하고 접착력이 높아 취급이 매우 까다로운 물질로 분류된다. 연료 주입 후 장비에 남은 미세한 잔류물조차 작은 정전기나 스파크에 반응해 거대한 폭발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세척 공정 역시 장비에 묻은 위험 물질을 제거하는 필수 과정이었으나, 가장 기본적인 안전 수칙이나 설비 보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과거 해외 사례에서도 설비에 남은 잔류 연료가 대형 화재의 원인이 된 적이 있어 이번 사고와의 유사성이 주목받고 있다.사고가 발생한 대전사업장은 국가 보안 목표 시설로 지정되어 미사일과 로켓 추진기관을 개발 및 생산하는 핵심 기지다. L-SAM과 천무 등 우리 군의 주요 무기 체계가 이곳에서 완성되는 만큼 높은 수준의 보안이 유지되어 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폐쇄적인 구조가 오히려 외부의 철저한 안전 점검을 가로막는 방패막이가 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낸다. 앞선 두 차례의 참사 이후 실시된 특별 점검에서 수백 건의 법 위반 사항이 적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같은 유형의 사고가 재발한 것은 기업의 안전 관리 시스템이 사실상 붕괴했음을 보여준다.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번 사고를 명백한 인재로 규정하고 경영진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등은 성명을 통해 단일 사업장에서 반복적으로 노동자가 희생되는 상황을 묵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2019년 사고 당시 지적되었던 정전기 방지 설비 미흡 등 고질적인 안전 관리 부실이 이번에도 반복되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가리기 위해 작업 절차 준수와 비상대응 매뉴얼 작동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은 사고 직후 입장문을 발표하고 유가족에게 깊은 사과의 뜻을 전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이미 여러 차례의 참사를 겪으며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기업의 자정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국방력 강화라는 명분 아래 노동자의 생명권이 경시되는 풍토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향후 수사 과정에서 드러날 구체적인 사고 원인과 안전 관리 실태는 방산 현장의 안전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이며, 당국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사고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