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국 항모, 쿠바 앞바다 진주…카스트로 압송 임박?

 미국 법무부가 쿠바 혁명의 상징이자 막후 권력자인 라울 카스트로 전 대통령을 전격 기소한 데 이어 카리브해에 항공모함 전단을 전진 배치하며 쿠바 정권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지난 1월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전 대통령을 전격 압송했던 이른바 '법 집행 작전'의 시나리오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어 국제 사회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미국은 과거 항공기 격추 사건을 빌미로 카스트로에게 살인 및 테러 공모 등 7개 중죄를 적용하며 그를 미국 법정에 세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지리적 인접성은 쿠바 정권이 느끼는 공포를 더욱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미국 본토에서 불과 145km 떨어진 쿠바는 마이애미에서 비행기로 1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로, 이는 언제든 미국의 전격적인 급습 작전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의 축출이 쿠바 사회주의 동맹국들에 보내는 경고임을 명시하며, 미국을 위협하는 세력은 반드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CIA 국장 역시 쿠바 당국자들을 만나 체제 개방을 요구하며 마두로의 사례를 엄중한 경고로 제시했다.

 


미 국무부 역시 카스트로의 신병 확보 가능성을 숨기지 않고 있다. 마코 루비오 장관은 구체적인 작전 계획은 함구하면서도 기소된 순간부터 카스트로는 미국 사법당국의 추적을 받는 도망자 신세임을 명확히 했다. 체포 작전이 실행된다면 그 발표는 사전 예고 없이 사후에 이루어질 것이라는 발언은 쿠바 지도부를 향한 심리적 압박을 극대화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95세에 달한 카스트로의 고령과 그가 가진 혁명적 상징성을 고려할 때 실제 압송이 가져올 정치적 실익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권력 구조의 견고함 측면에서도 쿠바는 베네수엘라와 차이를 보인다. 마두로가 내부 경쟁자와 강력한 반대 세력에 직면해 있었던 것과 달리, 카스트로는 반세기 동안 군권과 자금을 완벽히 장악한 무소불위의 존재다. 쿠바는 시민사회의 활동이 거의 불가능한 철저한 전체주의 체제를 67년간 유지해 왔으며, 군부와 공산당의 결속력 또한 매우 강력하다. 미국이 마두로를 대체할 인물을 찾았던 것처럼 쿠바 내부에서 균열을 이끌어낼 대안 세력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미국의 고민거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바 내부의 극심한 경제난과 전력난은 체제 붕괴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아바나 도심에서 발생한 대규모 정전 항의 시위는 철권통치 하에서도 민심이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이례적인 사건이다. 역성장의 늪에 빠진 경제와 파탄 난 국가 인프라는 미국이 옹호할 수 있는 내부 균열의 틈새를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1억 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 카드를 던지며 쿠바 국민들의 민심을 흔드는 동시에 정권의 자구책을 차단하고 있다.

 

현재 쿠바 정권은 미국의 원조를 받아들여 체제 파산을 자인할 것인지, 아니면 굶주린 민중의 분노를 감당하며 고립을 자초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외통수에 몰려 있다. 퇴로가 없는 정권이 문을 걸어 잠그고 버티는 전략을 택할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의 물리적 압박과 내부의 생존 위기가 맞물리면서 카스트로 가문의 통치는 건국 이래 가장 위태로운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항공모함을 앞세운 미국의 압박이 실제 체포 작전으로 이어질지 전 세계가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안전불감증" vs "동문서답"…서울시장 유세 혈전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로 잠시 멈췄던 서울시장 선거 유세가 재개되자마자 여야 후보 간의 날 선 공방이 불을 뿜었다.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29일 각각 강북과 서대문 일대를 누비며 중단됐던 선거 운동을 이어갔다. 하지만 사고 수습의 슬픔이 가시기도 전에 양측은 서로의 아픈 곳을 파고드는 거친 언사를 쏟아내며 막판 표심 잡기에 열을 올렸다. 이번 사고는 단순한 교통 불편을 넘어 서울시의 안전 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신뢰 문제로 번지며 선거판의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강북구 미아사거리역을 찾은 정원오 후보는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 키워드로 내세우며 현 시정을 정조준했다. 정 후보는 서소문 고가 사고뿐만 아니라 최근 드러난 GTX-A 삼성역 철근 누락 사태를 언급하며 오세훈 후보의 안전 관리 소홀을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오 후보가 사고 현장을 즉각 방문하지 않은 점을 꼬집으며 이를 '안전불감증'의 전형이라고 몰아세웠다. 그는 자신이 시장이 된다면 첫 번째 업무로 서울 전역의 노후 시설물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하겠다며 안전을 기준으로 한 시정 운영의 대전환을 약속했다.반면 오세훈 후보는 정 후보의 비판을 정치적 공세로 규정하고 지역 개발론으로 맞불을 놓았다. 도봉구 유세에 나선 오 후보는 서울의 과도한 규제가 기업 유치를 가로막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 후보가 강북권 발전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토론회 당시 정 후보의 답변을 문제 삼으며 강북 발전 방안을 물었더니 용산 특구 이야기만 늘어놓았다고 지적했다. 오 후보는 정 후보를 향해 '동문서답'이라는 별칭까지 붙여가며 강북 소외론을 자극하는 전략으로 보수층 결집을 시도했다.양 후보의 충돌은 전날 열린 TV 토론회에서의 앙금이 유세 현장으로 이어진 모양새다. 정 후보는 오 후보가 현장 방문의 실효성을 부정했다는 점을 부각하며 공직자의 자세를 문제 삼았고, 오 후보는 정 후보의 부동산 정책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사고 여파로 유세가 중단된 기간 동안 축적된 지지자들의 에너지가 유세 재개와 동시에 폭발하면서 현장의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안전과 개발이라는 두 가치가 정면으로 충돌하며 유권자들의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사전투표 첫날인 이날, 두 후보의 행보는 지지층의 성격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다. 정 후보는 서민층과 젊은 층이 밀집한 강북 지역에서 안전 담론을 확산시키는 데 주력했고, 오 후보는 신촌과 도봉 등지에서 행정 경험과 추진력을 강조하며 안정적인 시정 운영을 약속했다. 서소문 고가차도 사고 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전 이슈에 민감한 중도층의 향방이 요동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양측 모두 한 치의 양보 없는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선거가 막바지로 치닫는 가운데 서소문 고가차도 사고의 책임 소재를 둘러싼 공방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정 후보는 오세훈 시정의 '안전 실패'를, 오 후보는 정원오 후보의 '준비 부족'을 각각 프레임으로 설정해 남은 기간 총력전을 예고했다. 붕괴된 고가차도의 잔해만큼이나 복잡하게 얽힌 서울의 현안들이 유권자들의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양 후보는 유세 마지막 순간까지 안전과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치열한 논리 싸움을 멈추지 않을 기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