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함성·박수 금지"…소란이 제안한 '도파민 디톡스' 공연

 밴드 소란이 현대인의 고질병으로 꼽히는 도파민 과잉 상태를 치료한다는 독특한 발상의 콘서트 '고슴도치콘'을 성황리에 마쳤다. 지난 15일부터 사흘간 서울 연남장에서 열린 이번 공연은 보컬 고영배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장난스럽게 던진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어 실제 무대로 구현되었다. 강한 시청각적 자극에 노출된 관람객들에게 잠시나마 평온한 휴식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기획된 이 공연은 기존의 열광적인 밴드 공연과는 정반대의 문법을 선택해 눈길을 끌었다.

 

공연의 가장 큰 특징은 철저한 아날로그 지향성에 있었다. 관객들은 공연장에 발을 들이는 순간 자신의 스마트폰을 반납해야 했으며, 공연 도중 터져 나오는 함성이나 박수조차 엄격히 제한되었다. 무대 연출 역시 화려한 조명 대신 은은한 인센스 향과 아로마 가습기를 활용해 마치 명상 센터에 온 듯한 차분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관객들은 소리에 집중하기 위해 숨을 죽였고, 이는 연주자와 관객 사이의 보이지 않는 정서적 밀도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공연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 것은 콘셉트에 충실했던 화려한 게스트 군단이었다. 첫날 무대에 오른 데이브레이크 이원석은 평소의 폭발적인 에너지 대신 절제된 무대를 선보였으며, 이튿날에는 코미디언 이창호의 부캐릭터 '이택조'가 등장해 관객들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유쾌한 도파민 검증 시간을 가졌다. 마지막 날에는 10CM 권정열이 출연해 자신의 히트곡 '그라데이션'을 도파민을 완전히 제거한 듯한 힘 뺀 창법으로 가창하며 현장의 분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고영배는 공연을 마무리하며 기획 단계에서는 반신반의했던 아이디어가 관객들의 진지한 참여 덕분에 뜻깊은 결실을 보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관객들이 공연 도중 정성껏 감상문을 작성하고 음악 그 자체에 몰입하는 모습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소속사 MPMG MUSIC 측 역시 이번 시도가 소란만이 가진 유머러스함과 따뜻한 감성을 가장 세련된 방식으로 풀어낸 사례라고 자평하며, 공연 종료 후 쏟아지는 팬들의 긍정적인 피드백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팬들은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를 통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눈과 귀로만 담아낸 공연 경험에 대해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SNS상에서는 휴대폰이 없었기에 오히려 아티스트의 숨소리 하나까지 집중할 수 있었다는 호평이 줄을 이었으며, 이는 기록에 집착하는 현대의 공연 관람 문화에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소란은 이번 공연을 통해 자극적인 요소 없이도 충분히 매력적인 무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며 밴드로서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한 단계 더 확장했다.

 

성공적인 이색 콘서트를 마친 소란은 쉼 없는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지난달 발표한 신곡 '딜리버리' 활동에 이어 오는 5월에는 대형 페스티벌인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26' 무대에서 팬들과 만난다. 또한 7월에는 소란의 상징적인 브랜드 공연인 소극장 콘서트 '퍼펙트데이 12'를 개최하며 특유의 친근하고 다정한 소통을 지속할 계획이다. 도파민 중독 치료라는 독특한 실험을 마친 이들이 다음 무대에서는 또 어떤 창의적인 방식으로 대중을 놀라게 할지 기대가 모인다.

 

'케데헌'이 바꾼 K-콘텐츠 지도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와 소셜 미디어를 매개체로 삼아 전 세계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최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K-팝과 드라마를 넘어 음식과 문화유산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이른바 'K-스토리텔링'이 새로운 소비 권력을 창출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단순한 물건 구매를 넘어 상품에 담긴 의미와 가치를 소비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한국 고유의 이야기가 담긴 상품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모습이다.국립박물관문화재단은 최근 열린 '서울포럼 2026' 특별 세션에서 전통문화 상품인 '뮷즈'의 성공 사례를 통해 콘텐츠의 힘을 증명했다. 과거에는 박물관 기념품 정도로 치부되던 굿즈들이 이제는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하는 '이야기형 상품'으로 탈바꿈하며 오픈런 현상까지 일으키고 있다. 특히 전통 민화 속 소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배지 등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는 한국적 전통이 더 이상 지루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재미있는 문화 놀이로 인식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이러한 전통 굿즈의 열풍 뒤에는 지난해 6월 20일 공개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파급력이 자리 잡고 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한국적 요소들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면서, 극 중 캐릭터와 유사한 느낌을 주는 전통 문양 상품들이 마치 공식 굿즈처럼 소비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잘 만든 영상 콘텐츠 하나가 박물관 전시품에 대한 대중의 시각을 어떻게 완전히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K-컬처 간의 시너지 효과는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며 실질적인 매출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의 RM이 SNS에 올린 미술품 사진이 전시 관람객 폭증으로 이어지거나, 블랙핑크 제니가 뮤직비디오에서 선보인 신라 금관 모티프 의상이 글로벌 팬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식이다. 이제는 뷰티와 식품, 스포츠 브랜드들까지 자사의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 문화를 브랜드 스토리의 핵심 요소로 적극 도입하고 있다.한식 산업 역시 콘텐츠와의 결합을 통해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는 중이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시리즈가 틱톡 챌린지와 K-팝 스타들의 먹방을 타고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며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구글 트렌드 분석에 따르면 '한국 음식'에 대한 글로벌 검색량은 이미 '일본 음식'을 추월했다. 특히 '케데헌' 공개 이후 작품 속 주인공들이 즐기던 김밥과 라면, 냉면 등에 대한 관심도가 급등하며 한식의 문화적 위상은 정점에 달했다.전문가들은 이제 K-팝이나 K-드라마 등 개별 분야의 성공에 안주하기보다, 여러 산업군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통합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관광객들이 한국을 찾는 이유가 특정 콘텐츠 하나에 국한되지 않고 음식과 뷰티, 전통문화가 어우러진 종합적인 이미지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끊임없이 진화하며 타 문화와의 융합에 유연한 한식의 사례처럼, 한국 문화 전반이 서로의 산업적 가치를 높여주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향후 글로벌 시장 선점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