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란 "HMM 나무호 피격 의문"…이스라엘 위장 전술 주장

 호르무즈 해협에서 피격된 한국 국적 컨테이너선 'HMM 나무호' 사건을 두고 이란 정부가 자국군의 개입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배후 세력에 의한 위장 전술 가능성을 제기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조현 한국 외교부 장관과의 긴급 통화에서 이번 사건의 실체에 대해 의문을 표하며, 이란 역시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는 사건 초기 이란 관영 매체들이 자국 해상 규정 위반에 따른 정당한 공격이었다고 보도했던 것과는 정반대되는 행보여서 주목된다.

 

이란 외무부는 이번 사건이 역내 불안정을 획책하려는 특정 세력의 '가짜 깃발 작전'일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가짜 깃발 작전이란 공격 주체가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적대국이나 제3자의 소행처럼 꾸미는 위장 전술을 뜻하는데, 이란은 그 배후로 이스라엘과 미국을 지목하고 있다. 중동 지역의 혼란을 가중시키기 위해 한국 선박을 표적으로 삼아 이란에 책임을 전가하려 한다는 논리다. 이란 당국은 국제사회가 침략 행위를 일삼는 세력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화살을 외부로 돌렸다.

 


우리 정부는 이란 측에 객관적인 사실관계에 근거한 명확한 입장을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조현 장관은 통화에서 우리 선박이 비행체에 의해 피격되어 선체에 구멍이 뚫리는 등 실질적인 피해를 입은 점을 강조하며, 재발 방지와 선원 안전을 위한 이란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특히 공격 무기로 드론과 미사일 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이란 측이 침묵하거나 부인으로 일관하는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직후 이란 국영 매체들이 보였던 태도 변화는 이번 사건의 미스터리를 더욱 키우고 있다. 프레스TV 등 이란 관영 언론들은 지난 6일까지만 해도 한국 선박을 표적으로 삼은 행위가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며 사실상 이란의 소행임을 자인하는 듯한 보도를 내보냈다. 하지만 외교적 파장이 커지자 이들 매체는 관련 보도를 일제히 중단하거나 삭제했으며, 현재는 이란군 개입설에 대해 철저히 입을 닫고 있는 실정이다.

 


대신 이란 언론들은 한국 내에서 발생한 이란인 관련 사건을 부각하며 국면 전환을 시도하는 모양새다. 이슬람혁명수비대 계열의 타브나크 통신은 나무호 사건에 대한 해명 대신, 지난해 한국에서 발생했던 이란 국가대표 육상 선수들의 성폭행 사건 판결 소식을 집중 보도했다. 피격 사건으로 쏠린 시선을 한국 내 이란인의 인권 문제나 사법적 불이익 이슈로 돌려 외교적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재 한-이란 양국은 해협 내 선박 안전을 위해 소통을 지속하기로 합의했으나, 공격 주체를 둘러싼 입장 차이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는 비행체 피격의 물증을 토대로 정밀 조사를 이어가는 한편, 이란 측의 주장이 단순한 책임 회피인지 아니면 실제 제3의 세력이 개입한 것인지 다각도로 분석 중이다.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해소되지 않는 한, HMM 나무호를 둘러싼 진실 공방은 당분간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 도심 철도 마비시킨 붕괴 사고… 퇴근길 '대혼란'

 서울 서대문구의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상판을 지탱하는 거더가 무너져 내리는 참사가 발생했다. 26일 오후 2시경 발생한 이번 사고로 현장을 점검하던 감리단장과 관리소장, 외부 전문가 등 3명이 목숨을 잃고 3명이 다치는 등 총 6명의 사상자가 집계됐다. 철거 공사의 마지막 구간을 남겨두고 구조적 이상 징후를 확인하기 위해 투입된 인력들이 갑작스러운 붕괴에 휘말리면서 인명 피해가 커졌다.사고가 난 서소문 고가는 1966년 준공된 국내 최고령 고가도로로, 이미 수년 전부터 안전 등급 D등급을 받을 만큼 노후화가 심각했다. 지난해 9월부터 본격적인 철거가 시작되어 전체 공정의 90% 가까이 진행된 상태였으나, 철도가 지나는 핵심 구간인 S8·S9 지점에서 결국 사달이 났다. 이날 새벽 작업 중 상판이 2.9cm가량 가라앉는 침하 현상이 발견되어 공사가 중단됐고, 오후에 정밀 진단을 위해 전문가들이 구조물 내부로 진입한 직후 거더가 끊어지며 무너졌다.현장 주변 상인과 주민들은 이번 사고가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평소에도 철거 작업 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이 심각했으며, 지지대 설치 등 안전 조치가 육안으로 보기에도 부실했다는 증언이 잇따랐다. 특히 열차가 수시로 통행하고 고압선이 흐르는 위험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노후 구조물의 특성을 고려한 세밀한 철거 공법이나 안전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사고의 여파는 도심 교통 마비로 이어졌다. 고가 아래를 지나는 선로에 구조물이 덮치면서 서울역과 신촌역을 잇는 열차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이로 인해 행신역과 서울역 사이의 KTX 운행이 멈췄고, 경부선과 호남선 등 주요 간선 철도의 운행 구간이 조정되면서 이용객들이 큰 혼란을 겪었다. 코레일은 긴급 복구팀을 투입했으나 파손된 구조물의 무게와 고압선 복구 문제로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정치권과 정부도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사고 보고를 받은 직후 부상자 치료와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할 것을 지시하며, 원인 규명을 위한 엄정한 조사를 주문했다. 경찰은 즉각 50여 명 규모의 전담 수사팀을 편성해 시공사와 감리업체의 과실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를 앞둔 후보들도 일제히 일정을 중단하고 현장을 찾아 유가족을 위로하며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수사 당국은 철거 순서의 적절성과 도면 준수 여부, 그리고 새벽에 발생한 침하 현상 이후의 대응 과정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노후 도량 철거 시 필수적인 안전 보강 조치가 미흡했는지, 무리하게 공기를 단축하려 한 정황은 없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서울시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시내 다른 노후 시설물 철거 현장에 대한 긴급 점검에 착수했으며, 고용노동부와 협력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