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90세 신구의 투혼… '베니스의 상인' 원캐스팅 소화

 한국 연극의 든든한 버팀목인 배우 신구와 박근형이 셰익스피어의 명작 '베니스의 상인'을 통해 다시 한번 의기투합한다. 오는 7월 8일부터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이번 공연은 '고도를 기다리며'의 흥행 신화를 쓴 오경택 연출가와 두 배우가 세 번째로 손을 잡은 무대다. 돈과 사랑으로 시작해 자비와 정의의 본질을 묻는 이번 작품에서 박근형은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을, 신구는 재판관인 공작 역을 맡아 압도적인 존재감을 선보일 예정이다. 1,200석 규모의 대극장에서 140분에 달하는 공연을 단독 캐스팅으로 소화해야 하는 만큼, 두 원로 배우의 도전은 그 자체로 연극계의 경이로운 사건이 되고 있다.

 

두 배우가 이토록 고된 무대를 선택한 배경에는 연극에 대한 깊은 애정과 사명감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 열린 간담회에서 신구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몸이 예전 같지 않음을 인정하면서도, 연극이야말로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보람을 느끼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형 역시 세계적인 위상을 떨치는 우리 문화예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체된 연극계의 현실을 언급하며, 좋은 연극을 보여주기 위한 고민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전석 매진 행렬을 기록했던 '고도를 기다리며'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정통 연극의 힘을 다시 한번 증명하기 위해 대극장이라는 험난한 도전에 나섰다.

 


특히 박근형에게 이번 작품은 67년이라는 세월을 관통하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1959년 대학 시절 샤일록을 연기해 극찬을 받았던 그가 여든을 훌쩍 넘긴 나이에 같은 배역으로 돌아온 것이다. 과거에는 권선징악의 틀 안에서 인물을 평면적으로 해석했다면, 이제는 한 시대를 살아온 예술가로서 인간 샤일록이 처한 환경과 내면의 복잡성을 표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단순히 악인으로 치부되던 캐릭터에 입체적인 숨결을 불어넣어, 관객들에게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인간의 본질적인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다.

 

오경택 연출가는 이번 무대를 통해 희극의 탈을 쓴 비극적 서사를 법정극의 형식으로 풀어낼 계획이다. 그는 샤일록의 복수 행위가 지닌 잔혹함 이면에 숨겨진 선택적 공정과 인간의 양가성에 주목한다. 선과 악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적 구도를 넘어, 현대 사회에서도 유효한 정의의 기준과 자비의 가치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지겠다는 의도다. 거대한 해오름극장 무대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에 대한 고민 역시, 인간의 선택과 그에 따른 결과라는 주제 의식을 시각적으로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이번 공연은 원로 배우들의 독무대에 그치지 않고 신구 세대의 조화를 꾀한다는 점에서도 뜻깊다. 이승주, 카이, 최수영, 이상윤 등 대중에게 친숙한 실력파 배우들이 대거 합류해 극의 활력을 더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두 거장이 앞선 공연의 수익금을 기부해 만든 '연극내일 프로젝트'를 통해 선발된 신인 배우 5명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는 사실이다. 선배들이 닦아놓은 길 위에서 젊은 예술가들이 재능을 펼치는 모습은 한국 연극의 미래를 밝히는 상징적인 장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개관작 출연 이후 수십 년 만에 다시 국립극장 무대에 서는 신구와 박근형은 설렘과 부담이 교차하는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거대한 객석을 가득 채워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도 이들은 관객들과 호흡하며 진정한 상업 연극의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90세와 86세라는 숫자가 무색할 만큼 뜨거운 열정으로 무장한 두 배우의 '베니스의 상인'은 올여름 관객들에게 연극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전율과 깊은 사유의 시간을 선사할 준비를 마쳤다.

 

SK하이닉스, '성과급 이혼 폭증' 찌라시는 허구

 반도체 산업의 유례없는 호황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직원들에게 수억 원대 성과급을 안겨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온라인상이 연일 들썩이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지라시가 메신저를 통해 무분별하게 확산하는 가운데, 일부 내용은 사실로 확인됐으나 상당수는 터무니없는 과장으로 밝혀졌다. 특히 성과급 지급을 앞두고 이천 지역의 이혼 접수가 폭증했다는 소문은 통계적 근거가 전혀 없는 허구로 드러났다. 관할 법원의 가사 사건 접수 현황을 확인한 결과, 예년과 비교해 유의미한 수치 변화는 포착되지 않았다.온라인에서 공유된 '3년 총보수 82억 원'설 역시 현실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SK하이닉스의 성과급 구조상 직원 한 명이 연간 20억 원 이상의 보수를 받으려면 회사가 연간 수백 조 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증권가에서 예측하는 영업이익 전망치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수치임에도 불구하고, 고액 성과급에 대한 대중의 막연한 동경과 질투가 섞여 이 같은 허무맹랑한 계산법이 정설처럼 퍼져나갔다.반면 삼성전자 DS부문 메모리사업부 직원이 최대 5억 원대의 특별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은 일부 사실에 부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노사 합의를 통해 신설된 특별성과급 제도가 사업 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반도체 생산 시설 내에서 조경이나 시설 관리를 담당하는 직원이라도 해당 사업부 소속일 경우 고액 성과급의 수혜자가 될 수 있다. 다만 적자가 지속 중인 파운드리나 시스템LSI 사업부는 지급 규모가 훨씬 적어 내부적인 박탈감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최근에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정교한 가짜 이미지까지 등장하며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아파트 단지에 걸린 삼성·SK 직원 환영 현수막이나 초등학교 상장 등은 모두 조작된 이미지로 확인됐다. 이러한 현상은 대기업 성과급 이슈가 하나의 '밈(Meme)'으로 소비되면서 나타난 부작용이다. 실제 성과급 규모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자 이를 풍자하거나 과장한 콘텐츠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생산되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성과급을 둘러싼 논쟁은 이제 개별 기업의 보상 문제를 넘어 산업계 전반의 갈등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직원들에게 배분하라는 노동계의 요구가 거세지면서, 기업 경영의 자율성과 이익 공유의 적절성을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반도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 격차가 더욱 벌어지면서 사회적 위화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돈 잔치 논란을 넘어 한국 사회의 소득 불평등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정부와 정치권도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공론화에 나섰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대기업 초과이익의 사회적 분배 필요성을 언급한 데 이어, 대통령실에서도 관련 토론회를 통한 의견 수렴 가능성을 내비쳤다. 반도체 호황이 가져온 유례없는 성과급 논란은 당분간 산업계의 임금 체계 개편과 이익 공유제 도입 여부를 가르는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기업들은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한 파격적인 보상과 사회적 책임 사이에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